우치다테 마키코(内館牧子)는 7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꾸미고 다니는 하나(ハナ)의 이야길 그린다. 하나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이 아닌 외면이란 신념으로 밖에 나갈 때마다 옷차림과 화장에 신경을 쓰는 사람이었으나 심성이 나쁘거나 허영심에 가득 찬 건 아니었다. 그녀는 사정이 어려웠던 중년기에도 자녀를 키우며 가게 사업을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실행에 옮길 정도로 성실하고 능동적인 여성이었다. 그리고 노년기엔 남들의 부러움과 존경심을 한 몸에 받고 금슬 좋은 남편과 함께 아들딸과 손자들로 이뤄진 단란한 가정을 꾸려 살고 있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자신을 꾸밀 적극성조차 잃은 그녀가 얼마 후 발견한 것은 남편이 숨긴 유서였다. 그녀의 안정적인 가정은 이 유서로 한순간에 무너진다. 하나의 남편에겐 능력 있는 의사와 그 사이에 낳은 아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혼한 후 몇십 년간 그들을 방문하며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던 남편에게 느낀 배신감은 오히려 하나에게 생기를 불어넣었다. “아빠가 엄마를 살렸다”는 딸의 말처럼 노년기의 하나에겐 이 비밀을 파헤칠 새로운 시작이 찾아왔다.
하나가 늙음을 바라보는 태도는 우리가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란 질문을 던진다. 하나의 동창회 할머니는 늙음을 거스르지 않고 수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하나를 헐뜯었다. 반면 하나는 나다움을 지키며 자신을 표현했다. 결국엔 동창회 할머니들이 치매나 죽음이란 노년의 전형적인 종말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고 하나와 할머니들이 화해하는 과정이 인상 깊었다. 하나는 ‘쇠퇴’의 의미를 깨닫고 이전과는 달리 “보살”의 마음을 갖게 되며 한 층 더 성장한다.
한편 작품의 가장 큰 반전이었던 남편의 불륜 문제는 사회적 윤리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마지막에 “사후 이혼 제도”를 이용하며 떠난 남편에게 복수를 한다. 일본의 전통상 남편의 성을 따랐던 하나는 본래의 성씨 또한 되찾게 되며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우리나라엔 사후 제도가 없지만 이와는 별개로 자신을 지키고 스스로의 삶을 재정립하는 내적 힘이 중요하다.
이 책은 초반부에 자신감 넘치는 하나의 모습과 안정적인 부부 관계에 대한 에피소드가 후반부의 충격적인 사건과 대비되며 흥미를 배가시킨다. 또한 하나와 남편뿐 아니라 등장인물 간의 관계도 매력적이다. 며느리와 사이가 안 좋았던 하나가 이 사건을 통해 가족 각각에게 대하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었다. 또한 어리숙하던 하나의 장남은 아버지를 향한 배신감으로 인해 주체적으로 성장하는 등 가족 구성원들의 캐릭터 성장 또한 엿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노년에도 멋지고 당당하게 살아갈 용기를 주며 섬세한 묘사와 통쾌한 결말로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답게 늙어간다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면 어떨까.
송주원 기자 11juw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