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밴드 ‘오아시스(Oasis)’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영국 맨체스터(Manchester)의 노동자 계급 출신인 그들은 1990년대 ‘브릿팝(Britpop)’ 열풍의 중심에서 영국 차트를 휩쓴 시대의 상징이다. 하지만 영광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밴드의 구심점이자 작곡가인 형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와 독보적인 보컬리스트인 동생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 두 형제의 끝없는 불화는 결국 밴드의 동력을 갉아먹었다. 지난 2009년 팬들의 아쉬움 속에 공식 해체를 맞이했던 이들이 지난해 기적 같은 재결합 소식을 알리자 전 세계가 열광했다.
책 ‘게팅 하이(Getting High)’는 갤러거 형제가 아버지의 폭력을 겪으며 성장한 어린 시절부터 이들이 가장 빛나던 순간인 1990년대까지의 생생한 일화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한 연대기나 성공담이 아니다.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의 중심에서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던 젊은 밴드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포착한 타임캡슐(Time Capsule)에 가깝다. 저자가 바로 곁에서 지켜본 시선으로 기록한 덕분에 이 책은 1집 ‘Definitely Maybe’와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가 탄생하던 순간을 바로 눈앞에서 직관하는 듯한 현장감을 준다. 책을 넘기다 보면 성공에 취해 두려움 없던 그들의 태도가 책장 밖으로 튀어나오는 듯하다.
나는 노엘 갤러거의 가사에 많은 힘을 얻어왔다. 사람들은 그들의 거친 언행과 끊이지 않는 소문에 주목하지만 그 이면에서 노엘의 가사는 항상 평범한 이들의 삶과 꿈을 노래했다. ‘Stand by Me’에선 “모든 게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며 시련은 곧 지나갈 것이라 다독이고 ‘Live Forever’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며 “영원히 살고 싶다”고 외치는 식이다. 이런 그의 가사는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위로가 됐다.
지난 10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재결합한 오아시스의 내한 공연이 16년 만에 열렸다. ‘게팅 하이’가 그들의 폭발적인 과거를 기록한 증언이라면 이번 해의 공연은 그들의 음악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현장의 열기는 상상 이상으로 뜨거웠다. 노엘의 가사는 수만 명의 노래로 울려 펴졌고 그 순간 나는 비로소 내가 살아있음을 실감했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노래를 부르며 함께 즐거워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단 사실만으로 벅찬 기쁨을 느꼈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어”란 ‘Acquiesce’의 가사에 그것이 바로 오아시스의 음악이라고 답하고 싶은 순간이었다.
세상은 여전히 갤러거 형제의 불화와 돈 문제에 집중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던 ‘우리’는 그들이 결코 볼 수 없는 것을 봤다. 음악이 세대를 넘어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기적 그리고 그들의 노래가 여전히 우리 삶에 강력한 위로를 건네고 있단 사실 말이다. 오아시스의 재결합이 음악과 공연계의 큰 화두로 떠오른 2025년 그 열광의 근원인 90년대를 ‘게팅 하이’를 통해 생생하게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팬이 아니더라도 한 시대의 공기를 바꾼 록 밴드의 거친 에너지를 이 책을 통해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 1990년대 중후반 영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고조되었던 시기
윤고은 기자 10goe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