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해 여름 우리나라는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았다. 50일 이상 이어진 역대 최장기 장마 기간을 기록했으며, 3개의 태풍이 연달아 상륙했다. 이상기후는 세계적인 문제다. 러시아에선 진딧물 떼가 도심 전체를 집어삼키고 미국에선 산불이 한 달 넘게 이어지는 등 해외 역시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이상 현상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여러 환경단체는 기후변화가 불러올 ‘기후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기후변화와 기후 위기란 무엇인지△기후 위기에 대한 국가의 대응△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행동에 대해 알아보자.
◆기후변화와 기후 위기
기후변화란 지구의 평균 온도가 변하는 현상이다. 이는 자연적 요인과 인위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자연적 요인은 대기가 △얼음△육지△해양 등과 상호작용해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기후변화 문제는 인위적 요인에서 발생한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계속된 석탄 화력 발전과 무분별한 탄소 배출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 2014년 유엔 산하 기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이하 IPCC)은 공식 보고서를 통해 ‘20세기 중반 이후 기후변화를 일으킨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간 활동일 가능성이 95% 이상이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기후변화는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났다. 이번 해 7월, 기상청과 환경부가 공동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보면 우리나라의 평균 지표 온도는 1912년부터 2017년까지 약 1.8℃ 상승했다. 지구 평균 지표 온도가 1880년부터 2012년까지 0.8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변화가 아닌 여러 연쇄적인 위기 상황을 가져온단 점에서 기후 위기라 불리기도 한다. 이번 해 여름 우리나라의 이상기후 역시 연쇄작용 중 하나다. 최장기 장마의 원인엔 북극발 고온 현상이 지목되고 있다. 지구의 온도 상승으로 러시아 극동부의 기온이 평년보다 20℃ 높은 38℃를 기록했다. 이런 기온 상승은 북극권에 고기압을 장시간 머무르게 했고 이에 우리나라로 극지방의 찬 공기가 내려왔다. 그러자 예년이면 장마전선을 밀고 올라갈 북태평양고기압이 찬 공기에 막혀 북상하지 못하고 한반도에 정체했다. 즉 북태평양고기압의 따뜻한 공기와 극지방의 찬 공기가 만나 장마가 이어진 것이다. 잇따른 태풍 역시 지구의 온도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해수면의 온도가 높아지자 열적 에너지를 해소하기 위해 해수면 스스로 태풍을 발생시킨 것이다. 미국의 대형 산불과 러시아의 진딧물 떼도 지구의 급격한 온도 상승으로 인해 지역의 기온 변화가 이전 주기와 달라지며 생긴 현상이다.
◆각 국가의 대응은
지난달 16일, 유럽연합(이하 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소하자고 제안했다. 기존 목표가 40% 감축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제안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전의 협약이 모두 결과를 내지 못했던 것을 미루어보아 이번 제안 역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7년 채택된 ‘기후변화협약(FCCC)’의 구체적 이행 방안인 ‘교토의정서 협약’에선 △미국△오스트레일리아△일본 등 37개국이 모여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당시 평균보다 5.2% 감축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2001년 3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자국의 산업 보호를 위해 이 협약에서 탈퇴했다. 또한 EU와 러시아의 경우 협약 서명 이후 오히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었다. 서명은 했지만 감축 목표를 명확히 세우지 않았던 △브라질△일본△중국 등에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했다. 이후 2015년, 기후변화협약은 지구의 온도 상승을 2℃ 내로 강력히 제한하기 위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채택했다. 그러나 157개국이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상승했고 2016년은 역사상 가장 더운 해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여러 노력에도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협약 참여 외에도 기후 위기에 대한 국가적 대응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해 7월, 우리나라는 탄소 중립 사회와 저탄소·친환경 경제기반을 지향하는 ‘그린 뉴딜’의 구체적 정책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온실가스 1,229만 톤 감축△전기차와 수소차 보급 확대△태양광·풍력 발전용량 증가 등을 계획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80곳은 2050년까지 지역의 순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반도체기업 SK하이닉스와 화학기업 LG화학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 성장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린 뉴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크다. 이지언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장(이하 이 집행위원장)은 정책의 명확성에 대해 지적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온실가스의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주목할 만하지만 어떤 사업을 통해 얼마나 감축할 것인지와 같은 데이터 투명성이 약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가 그린 뉴딜을 발표한 후 한 달 뒤인 6월, 한국전력은 인도네시아에 석탄발전소인 ‘자와 9·10호기’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마켓포시스△350.org 등 9개 국제환경단체는 미국 신문사 ‘워싱턴포스트’에 우리나라 정책 비판 광고를 싣기도 했다. 실제로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공적자금을 석탄 화력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의 국가는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탄소 배출량 0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론 불충분할 정도로 지구온난화 진행 속도가 심각하다고 얘기한다. 김백민 극지연구소 북측해빙예측사업단 책임연구원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땅에 묻어 탄소 배출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선 국가나 기업 차원의 노력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노력 역시 중요하다.
제프리 오웬(Jeffrey Owen) 우리학교 환경학과 교수(이하 오웬 교수)는 “우린 개인적인 소규모 수준과 대규모의 국내외적 수준 모두에서 행동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며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정책 발의 건의△대중교통 이용△비행기 이용 자제△채식 등의 방법을 제안했다. 특히 채식은 탄소를 효과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이다. IPCC에서 발표한 ‘2018년 특별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선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공장식 축산에서 생산된 육류는 그 과정에서 전 세계 모든 교통수단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사람이 일주일에 하루만 고기를 먹지 않는다면 자동차가 1.6㎞를 달리며 뿜어내는 것과 동일한 온실가스양을 감축할 수 있다. 또한 오웬 교수는 교내 버스를 천연가스 차량이나 전기차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이제 기후 위기는 전 세계에 비상등을 울리는 심각한 주제가 됐다. 지금부터라도 일상 성찰과 함께 개인의 실천이 필요하다. 특히 이번 해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방지로 인해 일회용 마스크, 플라스틱 등 일상의 쓰레기가 늘어가고 있다. 기후 위기를 심화하는 요소들이 많아지는 지금, 각자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이현지 기자 100hyunzi@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