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강남구 한복판에 최초로 1인 막걸리 양조장이 들어섰다. 그 주인공은 최영은 ‘C막걸리’ 대표(이하 최 대표)다. 우리학교에서 네덜란드어를 전공한 최 대표는 벨기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홍콩에서 금융인으로 활동하는 등 국제적 활동을 해왔다. 현재는 막걸리를 직접 빚는 독특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의 이력처럼 최 대표의 막걸리는 다채로운 색깔을 띠고 있어 애주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주의 새로운 맛을 선보이고 있는 최 대표(서양어·네덜란드어 99)를 만나보자.
Q1. 우리학교 네덜란드어과에 진학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등학생 때부터 언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중 사람들이 쉽게 선택하지 않는 특이한 언어를 해보고 싶었어요. △네덜란드어△이탈리아어△포르투갈어 중에서 고민하다 당시 좋아하던 축구팀의 국적이 네덜란드였기에 네덜란드어과로 진학했습니다. 입학했을 때 과 내에서 ‘축구 좋아해서 네덜란드어과 온 애’로 화제가 됐어요.
Q2. 우리학교 졸업 후 벨기에에서 경영학 공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당시 취업을 위해선 언어 학사 공부 후 경영학 석사 공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과정이었어요. 그래서 학부 시절 벨기에로 교환 학생을 갔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곳의 대학원에 진학해 경영학을 공부했습니다.
Q2-1. 유학할 때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제가 하는 모든 행동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것처럼 보여져 부담감이 컸습니다. 살던 동네에 동양인 자체가 적고 한국인이 많이 없었어요. 따라서 직장과 학교 모두에서 유일한 한국인으로 생활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관련 문제가 생기면 다들 절 찾아왔어요. 2002년 월드컵 때 우리나라가 4강까지 진출하니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적 학생들에게 미움받기도 했습니다.
Q3. 경영인으로 활동하다 양조장을 설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직접 겪었던 다양한 해외의 문화를 우리나라 고유의 양조 문화와 접목해보고 싶단 생각에 창업하게 됐습니다. 이전의 벨기에 금융회사에선 구조조정 업무를 맡았는데요. 굉장히 고되고 미움받는 일이다 보니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동양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 홍콩과 싱가포르로 발령을 가기도 했는데, 일에 대한 피로도만 높아졌어요. 이에 우리나라로 돌아와 평소 좋아했던 문화예술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술을 문화적으로 접근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해외에 있을 때부터 취미로 술을 꾸준히 빚어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던 것 같습니다.
Q4. 네덜란드어를 전공하고 경영인으로 활동했던 경험이 창업에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됐나요?
해외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한 일이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창업 이후 제가 만든 막걸리는 ‘새로운 감각’ 혹은 ‘혁신적’이란 평을 많이 받았어요. 이런 맛과 향에 대한 독특한 감각은 외국어를 전공하고 해외에서 거주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경영인으로 활동했으니 자연스레 사업 계획을 꼼꼼히 짤 수 있었어요. 혼자 하기 벅찬 시장 조사와 브랜드 분석 같은 어려운 일도 제겐 익숙해서 잘 해낼 수 있던 것 같습니다.
Q4-1. 양조장은 일의 강도 때문에 대게 여럿이 운영합니다. 혼자 양조장을 운영하며 겪은 어려움이 있나요?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배달△양조△영업△판매 업무를 모두 혼자 하다 보니 시간 배분에 어려움을 느낍니다. 일정이 빡빡해 시간을 더 낼 수 없어 영업 기회를 놓치기도 합니다. 몸의 피로 또한 말할 것도 없죠.
Q5. 우리나라 고유문화에 대해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옛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명확한 계기는 없는 것 같아요. 역사학과 고고학을 전공으로 삼고 싶을 정도였어요. 현실적인 이유로 꿈을 접었지만 우리나라 고유문화에 대한 갈증은 계속해 남아있던 것 같습니다.
Q5-1. 그중에서도 막걸리로 사업을 구상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고유문화 중 막걸리가 창업 면에서 가장 가능성 있어 보였어요. 애주가이기도 하고 술을 빚었던 경험이 있어 익숙한 소재였습니다. 이를 문화적인 면으로 풀어가면 사업 가능성이 있겠단 생각에 막걸리를 빚게 됐습니다. 원래 미술 관련 사업을 생각하기도 했는데 이미 그 분야는 포화 상태여서 엄두를 내지 못했죠. 그러나 술은 소규모로 시작해도 성공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Q5-2. 막걸리는 동양의 와인으로 비유되기도 합니다. 최 대표가 생각하는 막걸리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막걸리의 고유성이 가장 큰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쌀로 만든 탁한 술 중에 대중성을 가진 술은 막걸리밖에 없어요. 또한 다양한 재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막걸리를 만들 수 있단 점에서 흰 도화지 같은 매력이 있습니다.
Q6. 레몬그라스, 카카오닙스 등 다양한 재료로 막걸리를 제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회사의 가치관을 ‘차별화’로 삼고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됐습니다. 기존의 쌀막걸리는 이미 차고 넘치는 상황이기에 제 브랜드를 대중에 각인시키려면 색다른 막걸리를 만들어야 했어요. 따라서 쌀·과일처럼 흔한 재료가 아닌 특이한 재료를 넣고자 △당근△카카오닙스△케일 등을 활용하기 시작했죠. 이런 다양한 재료는 독특한 풍미가 있는 수제 맥주 문화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Q7. 막걸리 브랜드 대표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선 고정 소비자층을 만들고 회사의 인지도를 높일 계획입니다. 그 이후엔 제 막걸리를 하나의 문화콘텐츠 사업으로 만들고 싶어요. 사업 계획으론 미술사를 관람객과 함께 돌아보며 각각의 미술 작품에 어울리는 술을 시음하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전 미술 시대에 등장한 렘브란트의 작품을 보며 우리나라 명인의 막걸리를 마시고, 팝아트 시대에 대량 생산된 미술 작품을 보며 그에 맞게 대량 생산되는 ‘장수 막걸리’를 마시는 방식입니다. 현재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가 종식된다면 실행에 옮기고 싶어요.
Q7-1. 일 외의 삶에 대해선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나요?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건강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어딘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인생의 이야기를 써나가고 싶어요. 한 번뿐인 인생을 여러 번 살 듯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Q8.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우리학교 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남이 하는 것을 하지 말고 해보지 않은 것을 찾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창업을 생각할 땐 보통 요즘 뜨는 아이템을 생각하기 쉽지만 요즘 뜬단 건 이미 늦었단 뜻입니다. 남이 해보지 않은 것을 찾기 어렵다면 기존의 것을 한 번 틀어서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다른 시각을 갖고 본다면 새로운 방향이 나타날 수도 있을 거예요.
이현지 기자 100hyunzi@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