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의 베테랑 외교관, 서동구 주이스라엘대한민국대사관 대사를 만나다.

등록일 2020년04월25일 18시2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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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구(사회·정외 75) 주이스라엘대한민국대사관 대사(이하 서 대사)는 타지에서 자국민 보호와 국익 증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서 대사는 △주미국대한민국대사관 공사△주파키스탄대한민국대사관 대사△국가정보원 제1차장 등의 직책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 35년 간 공직생활을 수행한 현직 외교 전문가 서 대사가 걸어온 길을 따라가 보자.

Q1. 대학 시절 서 대사는 어떤 학생이었고 외교관의 꿈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1학년 땐 공부를 하기보단 자유를 만끽하며 친구들과 어울렸습니다. 학교 앞 주점을 순례하고 철학적 논쟁을 즐기던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2학년 땐 우리학교에 창설된 ‘타임스지 연구반’에 가입했습니다. 미국 주간지인 타임스지를 공부하고 내용을 요약해 강의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이후 타임스지 연구반 반장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주한미군방송(AFKN)을 청취하는 동아리에도 가입했습니다. 이처럼 대학 시절, 영어에 빠져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일상에서 국제 관계에 대한 관심이 외교관이란 꿈으로 이어졌습니다.


Q2. 우리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것이 외교관 생활에 어떤 도움이 됐나요?

제가 재학 중이던 1970년대 중후반부터 우리학교는 이미 어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 연구 분야에서도 앞서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저도 국제적 마인드를 갖게 됐습니다.
외교관으로서 △뉴욕△시카고△워싱턴 D.C.△토론토 등에서 근무했습니다. 이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던 선·후배를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과 다양한 애환을 나누며 타지 생활의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졸업하고도 ‘외대인’으로서의 유대감과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Q3. 외교관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2001년 발생한 9·11테러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건 당일, 전 시카고 총영사관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는 시어스 타워(Sears Tower)와 같은 대부분의 고층빌딩에 대피명령을 내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근무하던 총영사관 빌딩(NBC Tower)도 봉쇄돼 사무실에 접근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붕괴돼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아비규환의 현장을 지켜보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제테러리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9.11 테러와 관련된 각종 기사나 논문을 수집했습니다.


Q4.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인 관광객의 이스라엘 입국에 관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외교관 생활이 겉으론 화려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긴장을 풀 수 없는 때가 더 많습니다.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 사태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2월 22일, 이스라엘은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에 입국 금지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이는 최근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간 우리나라 관광객 중 다수가 귀국 후 확진자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코로나 청정국가였던 이스라엘이 극도로 긴장해 전면적인 방역과 한국인에 대한 격리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당일 한국발(發) 이스라엘행(行) 비행편을 탑승한 우리나라 승객은 비행기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2시간 만에 모두 회항해야 했습니다. 저는 대사로서 이스라엘 고위당국자에게 해당 조치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습니다. 동시에 우리나라 국민에겐 기내방송을 통해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이후 이스라엘 고위당국자와 회의를 거듭한 끝에 2월 24일, 성지순례 여행 중이던 우리나라 국민을 두 차례에 걸쳐 이스라엘 국적기 특별기편으로 입국시켰습니다. 3일간의 비상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모든 직원과 며칠 밤을 새우고 사무실과 공항을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Q5.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주이스라엘대한민국대사관 대사로서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퇴임 후엔 미국과 파키스탄 등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서아시아(인도-파키스탄) 전략적 안정성△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자 합니다. 또한 약 35년간의 공직 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과 교훈을 후배들에게 어떤 형태로든지 전해주고 싶습니다.


Q6.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길 꿈꾸는 우리학교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후배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존재가 되길 바랍니다. 제 경험을 토대로 말해주고 싶은 것은 실력배양과 혁신마인드의 중요성입니다.
우리 사회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불확실한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실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어학 실력을 바탕으로 전문지식과 능력을 갖춰야 합니다. 현재 △국내 사회 변화△국제 체제 변동△한반도 상황 전환△4차 산업혁명 기술이 서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란 말이 있듯 실력이 있어야만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아이디어로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종교성지에서 혁신성지로 변화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저는 이스라엘의 후츠파(chutzpah)와 다브카(davca) 정신이 혁신의 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츠파는 ‘기존개념과 기존권위에 대한 당돌한 도전’을, 다브카는 ‘실패에도 불구하고’를 의미합니다. 자신감이 민족정신에 내재돼 있는 이스라엘인에게 실패는 혁신의 바탕입니다. 저는 수많은 이스라엘인을 만나며 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이와 같은 사고방식이 혁신을 일으키는 비결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학교 후배들 또한 실력을 배양하는 동시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당돌하게 도전하길 기원합니다.


김연수 기자 100yeonsue@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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