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프랑스 교육공로훈장△2000년 다니카 세렛코비치상△우리나라 여성 최초 2003년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2018년 영산 외교인상 등을 수상한 최정화(서양어·불어 74) 동문은 우리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 교수로서 1988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그의 40여 년에 걸친 통역이력은 굵직한 국제회의에서 꾸준히 빛을 발하며 우리나라 경제·문화 발전에 기여했다. 이에 최정화 교수가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Q1. 우리학교 불어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우리학교엔 외국인 교수님들도 많이 계셨고 저는 불문학이 아닌 불어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많아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할 당시 서울대학교에서 최초로 과별 모집이 아닌 계열별 모집을 했습니다. 사회 계열과 인문계열에 응시할 수 있었는데 저는 불어를 배우고 싶어 인문계열에 응시했습니다. 그러나 시험결과가 좋지 않아 우리학교에 2차로 응시하게 됐고 최종합격했습니다. 같은 고등학교 출신 중 80%는 재수로 서울대학교에 진학했으나 저는 우리학교에 큰 애정을 가져 학교에 성실히 계속 다닌 후 졸업했습니다.
Q2. 대학시절부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궁금합니다.
저는 대학시절 원어 회화 수업과 프랑스 문화 체험활동에 많이 참여했습니다. 프랑스 문화원은 우리나라에선 상영되지 않는 프랑스 영화를 상영하는 것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었습니다. 이곳 에 다니며 불어 공부를 했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 은사님이셨던 서정철 교수님께서 우리나라에는 없는 동시통역학문이 프랑스에는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시며 저에게 해당 학교 진학을 권유해 주셨습니다. 그 계기로 파리로 유학을 가게 됐습니다.
파리에서 공부를 하며 국제회의 통역사뿐 아니라 교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박사 학위까지 받았습니다. 국제회의 통역사 활동을 하며 프랑스에서 10년 동안 지내던 중, 모교에서 후진 양성을 하는 교수직을 제안을 받아 다시 귀국했습니다. 이후 교수와 국제 통역사 활동을 병행했습니다.
국제 통역사로 활동하다 보니 여행을 다닐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우리나라 사람들의 재능이 뛰어남에도 국가가 세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2003년에 우리나라 국가 이미지를 만드는 ‘한국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연구원(CICI)’이란 국제 재단을 설립했고 현재까지도 재단 이사장과 교수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Q3. 국제회의 통역사는 무엇이고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국제회의 통역사는 △정상회담△총회△포럼△심포지엄 등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정상들 옆에서 순차통역*과 동시통역*을 하는 직업입니다. 저는 운이 좋아 아세안(ASEAN)등 약 2000여 개 국제회의에서 통역 활동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정상회담 통역은 역사 흐름의 한순간을 함께하는 것이기에 저는 일을 하며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제게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게 하는 기회가 됐습니다. 세계의 리더들을 보며 △소통 능력△문화적 소양△상대방에 대한 포용력의 중요성도 배웠습니다. 또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소통이란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역 능력뿐만이 아닌 삶의 지혜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Q4. 통역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과 노력이 어떤 것이 있나요?
통역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과 노력은 △모국어 실력△배경지식 습득 능력△일정의 적성으로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모국어 실력입니다. 사람들은 통역사가 외국어 능력만 가지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모국어 실력 역시 중요합니다. 모국어가 서툴고 우리나라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아무리 외국어를 잘하더라도 통역을 잘 할 수 없습니다. 통역은 언어에서 언어로 이뤄지는 활동입니다. 따라서 한국어 수준과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둘째는 배경지식 습득 능력입니다. 통역을 잘하기 위해선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기술△예술 등 모든 분야의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언어 능력을 아무리 잘 갈고 닦더라도 언어로 표현할 내용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면 전반적인 언어의 이해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셋째는 적성이 맞아야 합니다. 통역은 △순발력△집중력△분석력△정확성을 요합니다. 회의가 대부분 2~3일 동안 진행되기에 체력 역시 중요합니다.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많이 만나게 되므로 어느 정도의 담력도 필요합니다.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 통역을 해야 하기에 일정기간동안 상대방을 분석한 후 이를 종합하는 능력 또한 중요합니다. 통역사를 꿈꾼다면 이런 노하우를 전문 교육 기관에서 배우는 것을 추천합니다.
Q5. 외국어를 공부할 때 어려웠던 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프랑스로 유학을 갔을 때 저는 3년 동안 하루 10~15시간씩 주말도 없이 공부했습니다. 같이 공부하는 대부분의 친구들은 부모님이 외국분이어서 3개 국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반면 저는 대학 졸업 전까지 외국어를 공부하러 해외로 나간 경험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대학에서 공부한 불어 실력만으로 이를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있었기에 제가 직면한 어려운 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외국어 능력을 증진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금융△과학△기술△국방 등 여러 배경지식을 습득하는 과정 역시 힘들었습니다. 많은 학생이 제게 외국어를 잘하는 비결을 물어봅니다. 외국어를 잘하기 위해선 공부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Q6. 우리학교의 통역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무엇이든 하면 됩니다. 통역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많이 하면 반드시 외국어 실력은 향상되기에 도중에 포기하지 말고 우직하게 정진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저 역시 외국어 공부를 할 때 곰처럼 우직하게 했습니다. 무언가를 시도하다 잘되지 않으면 중간에 그만두는 학생이 많습니다. 그러나 자기가 원하는 바를 이룰 때까지 도전·시도하는 끈기가 필요합니다.
*순차통역: 연사가 잠시 쉬는 동안 말을 통역하는 것
*동시통역: 연사가 하는 말을 독립된 부스 등의 장소에서 쉬지 않고 실시간으로 통역하는 것
이서미 기자 99seomi@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