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우리학교 개교 65주년 기념식에서 한국외대 상의 주인공으로 최종현(사회·정치외교 76) 전 주 네덜란드 대사가 선정됐다. 최종현 전 주 네덜란드 대사는 △국익 증진을 위한 헌신△우리학교 외교부 동문회 회장 역임△멘토 역할 수행△우리학교 외교관 지망생들을 위한 장학금 모금 등 학교 사랑을 몸소 실천하면서 우리학교에 기여한 바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그의 활동에 학교에선 자랑스러운 정치외교학과 동문이자 베테랑 외교관인 최종현 전 주 네덜란드 대사를 ‘한국외대 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이에 오랫동안 외교관의 길을 걸어온 최종현 전 주 네덜란드 대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1. ‘한국외대 상’을 수상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대학 진학할 때 망설임 없이 우리학교를 택했습니다. 외교부에 들어와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우리학교에서 보낸 시간이 매우 유익했다고 생각하며 모교가 마음속에 더욱 크게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한 모교로부터 상을 받아 매우 기뻤습니다.
Q2.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셨나요?
고시 공부에 전념하느라 학교 공부를 게을리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나름대로 학교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의 학과 중에서 외교관의 직업과 가장 관련이 있는 학과가 정치외교학과인 만큼 정치외교학을 전공한다는 데 대해 만족하고 자긍심도 가졌습니다
Q3. 언제부터 외교관을 꿈꾸셨고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초등학교 시절부터 외국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제가 초등학생이었던 60년대의 청소년들은 외국영화와 팝송을 즐겼는데, 저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외국의 문물을 접하면서 그러한 관심은 증폭됐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역사, 지리 등 과목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이러한 관심에 따라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할 때쯤 외교관이라는 직업을 목표로 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공무원이셨는데, 장래 희망으로 공직을 택하는 데에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외교관이 되는 시험 준비는 학교에서 전공 수업을 충실히 들으며 틈틈이 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부전공을 택하게 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시 선택과목 중 하나인 행정학을 택했는데, 고시 과목을 떠나 행정학이라는 과목이 재미있어 더욱 열심히 했습니다.
제가 대학에 다닐 때는 대학생들이 중고교생 공부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는데 저는 특히 많이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여기에 시간을 많이 빼앗겼던 것 같습니다. 고시는 공부에 집중해 시작한 지 1~2년 안에 붙는 경우와 이런저런 이유로 오랜 세월 고시생으로 있다가 붙는 경우가 있는데 저는 후자의 경우였습니다. 시험 준비에 집중했더라면 외교부에 좀 더 일찍 들어올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많이 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Q4.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특히 기뻤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열망했던 직업을 갖게 되어 매 순간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특히 기뻤던 순간은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바다 명칭으로서 우리정부는 ‘일본해’와 ‘동해’ 명칭이 병기되도록 한다는 입장과 관련해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을 때였습니다. 2004년 봄 본부 유엔과장 재직 당시 어느 날 관계부처로부터 제주도에서 열리고 있는 북태평양해양과학기구(PICES) 회의 일본 대표단에 회의와 상관없는 일본 외무성 직원이 포함돼 북태평양해양과학기구가 간행하는 자료상 그간의 ‘동해’ 병기 관행을 뒤엎고 ‘일본해’ 명칭만 사용되도록 하려 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연락을 받자마자 제주도로 떠났고 회의에 참석해 ‘동해’ 명칭 병기를 6개 회원국 간 투표 끝에 지켜냈습니다. 누구에게나 평생 기억하는 기쁜 순간이 몇 순간 있는데, 저는 지금도 그때 그 순간의 기쁨과 흥분을 잊지 못합니다.
Q5. 외교관의 역할과 외교관으로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덕목이 궁금합니다.
국제사회는 각자 도생해야 하는 사회인만큼 외교의 역할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현재 국제사회는 무력을 통한 국가 간 분쟁 해결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에 외교가 갖는 의미는 더욱 커졌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지정학적으로 주요국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외교의 책임이 막중합니다.
일반적으로 외교관의 덕목 또는 자질로는 △애국심△지식△열정△정직 등이 이야기됩니다. 정년퇴직해 뒤돌아보면 지식과 언어 능력이 특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외교관으로서의 실력을 갖추고 나아가 세계의 주요 언어별로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는 외교 인력이 나오는 것이 긴요합니다.
Q6. 앞으로의 목표 및 계획은 무엇인가요?
아직까지는 정년퇴직 후의 자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특별한 계획이 없습니다.
Q7. 후배들에게 좋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학 생활은 직업으로 가는 여정의 마지막 역입니다. 직업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의 두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겠습니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고도 잘 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좋아하고도 잘 하는 일을 대학 재학 중 찾아내시고, 그 직업으로 가는 길을 다지는데 매진하시기 바랍니다. 외교관의 꿈을 갖고 있는 후배들에게는 대학 시절 인상 깊게 본 영화의 ‘그는 마지막 인내에서 패배했다’라는 대사를 이야기해 주고 싶습니다. 뜻을 세우셨으면 끝까지 참아 내어 꼭 외교관이 되십시오. 힘들 때는 이 세상에서 좋은 것은 그만큼 얻기가 어렵다는 점 명심하시고 지혜롭게 헤쳐 나가시기 바랍니다.
윤아영 기자 97yyuna0@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