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에서 가장 ‘맛있게 먹는 녀석’은 누구일까? 바로 김준현(인문·철학 99) 선배님이다. 김준현 선배님은 2007년에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개그콘서트를 시작으로 △맛있는 녀석들△SNL 코리아△맛있는 이야기 음담패설 등 쟁쟁한 프로그램으로 입지를 쌓았다. 재치 있는 유머와 복스럽게 먹는 그의 모습은 대중들에게 호감을 끌기 충분했다. 인문대 최고의 마당발 김준현 선배님의 학창시절 속으로 들어가 보자.
Q1.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는지 한 단어로 정의해주세요.
제 자신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한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 입학했을 땐 한 달에 한 번씩 엠티도 가고 매일 과방에서 과 사람들과 시간을 보냈어요. 많은 사람들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며 맛있는 것도 먹고 기타를 치며 노래도 불렀어요. 군대를 제대한 후 2학년이 됐을 땐 기숙사와 자취방에서 살며 항상 학교에 있었어요. 2004년엔 철학과 과회장으로 활동했어요. 당시엔 학교와 광화문에서 데모를 자주 했어요. 그때 학교에선 등록금 투쟁 중이었고, 광화문에선 효순이 미선이 사건으로 반미투쟁을 하고 있었어요. 8·15투쟁도 했었죠. 또 제가 전공한 철학에 재미를 붙여 공부도 열심히 했어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해 인문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여러 단대 학생들과도 살갑게 지냈어요. 특히 봄에 날씨가 좋을 때면 명수당에 가서 막걸리를 마시곤 했어요. 요즘엔 명수당에서 막걸리를 마시는 것이 금지됐다고 들었는데 후배들이 그 재미를 못 느낀다고 생각하니 참 아쉬워요.
Q2. 인문경상대 밴드 ‘어쩌다 마주친’을 창설하셨다고 들었는데 창설 배경이 궁금합니다.
아직까지도 운영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신입생일 때 자연과학대 밴드 NFM(Natural sound of music)에서 활동했어요. 저는 한국 음악을 좋아하는데 밴드에선 팝송만 연주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나라 가요를 락으로 리메이크해 공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준비하며 2003년에 친구들과 대학가요제에 나갔는데 예선에서 떨어졌어요. 그 계기로 밴드를 본격적으로 해보자는 마음이 생겨 인문경상대 밴드 ‘어쩌다 마주친’을 만들게 됐어요. 당시 방음과 시설을 구비할 돈이 없어 비닐하우스용 유리솜을 헐값에 사 일일이 손으로 붙이며 작업했어요. 전에 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아직도 연습을 하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오래 유지될 줄은 몰랐어요. 괜스레 뿌듯하네요.
Q3. 김준현이 생각하는 CC(Campus Couple)란?
20대엔 끊임없이 사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나이 때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여러분도 꼭 한번 해보는 것을 추천해요. 낭만이 가득하거든요. 세상이 아름다워요. 사실 제가 CC를 많이 해보긴 했어요. CC를 했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즐거워요. 함께 수업을 듣고, 시험공부도 하고... 글로벌캠퍼스는 데이트하기도 좋아요. 명수당에 앉아 오순도순 얘기할 수도 있고 망각의 숲을 손잡고 거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별은 잘 감당해야 돼요. 주변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깔끔하게 헤어져야 하죠. 그렇다고 헤어질 것이 두려워 좋아하는 사람을 놓치지 않았으면 해요.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거든요.
Q4. 학창시절 자주 다닌 음식점은 어디인가요?
사실 안 가본 음식점이 없는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성수식당’을 제일 많이 다녔어요. 학교에서 시켜 먹기도 하고, 개강파티나 종강파티 등 뒤풀이도 많이 했죠. 학생에게 조금 비싼 가격이라 월 초에 용돈이 두둑할 때 꼭 갔어요. 가장 추천하는 메뉴는 갈비탕과 순댓국이에요. 성수식당은 졸업 후에도 찾아갈 정도로 사장님과도 굉장히 친했어요. 또 ‘다래원’이라고 중국집이 있어요. 복학생 선배들이 학교에 올 때마다 그곳에서 탕수육을 사줬던 기억이 나네요.
얼마 전에 학교에 가보니 많이 발전했더라고요. 특히 편의점이 많이 생겼어요. 제가 학교를 다니던 당시엔 편의점이 없었어요. 작은 가게들만 있었는데 그마저도 오후 11시, 12시면 문을 닫았어요. 그래서 만약 간식이 먹고 싶으면 모현 사거리까지 걸어 내려가야 했어요. 걸어서 왕복 1시간이 걸렸죠. 간식을 사서 올라가다 힘이 들면 ‘정심대도’ 동상 앞에 앉아 다 먹어버리기도 했어요(웃음).
Q5. 철학을 전공하셨는데 개그맨으로 진로를 정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처음엔 무엇을 해야 할지 막연했어요. 철학이라는 전공 자체가 정해진 길이 많지 않거든요. 하지만 생각을 달리해보니 제가 하고 싶은 것들에 다방면으로 대입해볼 수 있었어요.
학창 시절 활발하게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러다 2003년 말에 사생장이 기숙사 축제 ‘청량제’의 진행을 맡아달라고 부탁했어요. 처음엔 못 하겠다고 거절했는데 막걸리를 사주겠다고 하는 말에 혹해 마이크를 잡게 됐죠.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 보니 너무 재밌더라고요. 제 멘트에 사람들이 웃는 것에 희열을 느꼈어요. 그 당시 축제 시설을 담당했던 엔지니어들이 말하길 “제가 가봤던 대학교 행사 사회자 중에서 가장 재밌었어요”라고 했어요. 이 일을 계기로 용기를 얻어 개그맨이 돼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학교를 다니던 와중에 아무도 모르게 개그맨 시험을 응시했어요. 그저 대본을 보고 제가 재밌다고 생각한 것을 연기했어요. 당연히 보기 좋게 떨어졌죠. 멋모르고 시작했다가 호되게 당한 거예요(웃음).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로의 개그맨들이 모여 있는 기획사 겸 극단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곳에서 일 년 반 정도 연기도 배우고 공연도 하며 개그맨이 됐어요. 그때 연봉이 150만 원 정도 됐어요. 그 돈으로 자취방을 구해 생활을 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힘들었을 법도 한데 매일 공연을 하고 대중 앞에 서는 일이 즐거웠어요. 무엇인가를 해내야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준비하는 과정에서 돈이 없어서 힘든 것보다 즐거움만 가득했어요.
Q6. 인생에서 ‘개그’는 어떤 의미인가요?
사람이란 자고로 사람이 갖고 있는 본능에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자연스럽게 자신이 하는 일이 잘되고 리듬이 생겨요. 제게 있어 본능은 누군가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고 그렇기에 이 일을 평생 해야 할 것 같아요. 개그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제게는 행복이고 축복이에요.
Q7. 앞으로의 목표가 있으신가요?
뚜렷하게 정해진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방송이란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에요. 계속해서 대중의 관심을 받아야 하고 시대적 코드도 맞아야 하죠. 더 나아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도 해야 해요. 그래서 저는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예요. 또 멀리 봤을 때 정말 재밌는 코미디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사실 코미디 영화를 코미디언이 직접 작품을 쓰고 촬영하진 않거든요. 코미디를 좋아하고 웃음을 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준비를 해 언젠가 코미디 영화를 만들어내는 인프라를 쌓는 것이 제 목표예요.
Q8.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요즘엔 어떤 것을 준비해도 힘들잖아요. 대부분 비슷한 목표를 이루려고 하니 얼마나 치열하겠어요. 진부하고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빠르고 정확하게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냉정하게 판단해야 해요. 학생의 신분이기 때문에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어요. 이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힘들어지거든요.
물론 힘들어질 때도 있겠죠. 잔인한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힘들 때 더욱더 자신을 채찍질해야 해요. 개인적인 경험으로 무대에서 재미가 없고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없을 때가 있어요. 반대로 동료 개그맨이 같은 내용으로 무대를 했을 때 웃음이 터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자신을 채찍질하고 연습했어요. 전 남들이 나오기 몇 시간 전에 극장에 나와 발성 및 발음 연습을 했어요. 적절한 예시일진 모르지만 3, 4살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핸드폰을 달라고 조르면 핸드폰을 줘야만 아이들의 욕구가 해소돼요. 아무리 책이나 장난감을 가져다줘도 아이의 머릿속에는 핸드폰밖에 없기 때문에 소용이 없어요.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완성돼야 욕구가 해소되거든요. 그것을 다른 것으로 대신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많이 힘들 땐 깊게 파고들려 노력하고 스스로를 혹독하게 단련시키는 것이 결과적으로 나를 힘들게 했던 모든 요소들을 궁극적으로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집념을 갖고 끝까지 해보길 바라요. 순탄하게 가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걷고 있거든요. 긍정과 끈기를 갖고 자신을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너무 철학적인가요?(웃음).
윤아영 기자 97yyuna0@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