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과 모래의 땅, 중동 문화의 전문가 이희수 교수

등록일 2018년10월05일 12시28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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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세계는 어쩌면 우리에겐 유럽보다도 머나먼 곳이다. 알려지지 않은 땅 중동. 중동과 이슬람 문화의 전문가인 이희수 교수(아언문·터키어 75)를 만나봤다. 이희수 교수는 중동지역 대학원을 졸업하고 터키의 이스탄불 대학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했으며 △터키△사우디아라비아△튀니지△이집트△이란 등지에서 10년 이상 공부하며 중동지역의 문화를 몸소 체험했다. 또 이슬람 문화권의 전문가로서 한국 중동학회와 한국 이슬람 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양대 특훈 교수와 성공회대 석좌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기회에 그가 중동지역 전문가로 거듭나게 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Q1. 우리학교 터키어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중학교 시절부터 이스탄불에 대한 환상이 있었습니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고대문명이 집중돼 있는 곳으로, 오래 전 읽었던 호메로스의 ‘트로이 전쟁’의 무대이자 마이다스 왕이 황금을 선택했던 그곳에 대한 꿈이 있었습니다. 고교시절 삼수를 한 후 우리학교에 진학했는데, 학과를 선택하던 중 어릴 적 동경의 대상이었던 중동세계를 떠올렸습니다. 따라서 이슬람 지역의 언어와 문화를 공부하기 위해 주저 없이 터키학과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남들이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고, 자소서에 신경 쓰고 있을 때 저는 터키와 이슬람 문화를 집중적으로 공부했습니다.

Q2. 터키 이스탄불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셨는데, 왜 많은 과목 중 역사학을 선택하셨나요?

터키는 인류문명과 역사의 본향입니다. 그곳엔 수많은 사료와 역사적인 기록들이 보존돼 있습니다. 이를 공부하고 읽어내기 위해선 역사학이 가장 중요하기에 이를 선택했습니다. 또 12000년 전 신전도시 괴벡리테페(Göbekli Tepe)와 1만 년 전 도시 차탈회육(Çatal Höyük)에서 출발해 유프라테스-티그리스 강 상류에서 발아한 수많은 문명의 토대 위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중동 지역엔 찬란한 이슬람 문화가 꽃피고 있습니다. 이런 발전과정과 문명의 맥락을 역사라는 창을 통해 공부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1453년에 설립된 이스탄불 대학은 550년의 역사를 가진 인문연구의 중심 대학으로 어마어마한 필사본과 무궁무진한 역사자료를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꼭 이 대학에 진학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3. 우리에게 이슬람 문화는 조금 낯섭니다. 이슬람 문화를 간략히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이슬람 문화는 57개국 17억 인구가 포함된 지구촌 최대 단일 문화권입니다. 평등과 복종이라는 두 이념 축을 중심으로 공동체 정신과 가족애를 바탕으로 절대자에 다가가는 헌신적인 종교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중세 유럽이 천 년간 암흑의 질곡을 헤매고 있을 때, 인류 역사상 최고 수준의 △학문△과학△예술을 꽃피웠던 문화이기도 하죠. 다만 20세기 후반 들어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서 이슬람 문화권과 대립하며 이슬람포비아가 극심해졌습니다. 여기에 순응하지 않은 일부 극단적인 무슬림 집단들이 폭력 사태나 테러를 저질러 지구촌의 골칫거리로 전략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테러는 분명 반이슬람적 행태이고 이슬람 세계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슬람에 대한 왜곡과 괴담이 우리사회에 너무 무성하지만 이슬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면 깨닫게 될 것입니다. 생명을 경시하며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을 무시하는 종교가 어떻게 1400년 동안이나 17억 명의 사람들이 믿고 따르며 성장하고 있을 수 있습니까.

Q4. 중동에 머무르는 동안 기억에 남는 사건들은 무엇이었나요?

중동에 머무르는 동안 대학원생 신분으로 가다피(Muammar Gaddafi) 리비아 지도자를 두 번이나 만났던 것과 마하티르(Mahathir bin Mohamad) 말레이시아 총리 통역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한 유학시절 터키에서 친하게 어울리던 압둘라 귤(Abdullah Gul)과 에르도안(Recep Tayyip Erdogan) 친구들이 차례로 터키 대통령이 된 것은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또 1979년 메카 총격사건* 때 현장에서 공포에 떨면서 취재했던 일이나, 튀니지의 사막 드가 지역에서 아랍문화를 온 몸으로 체득한 경험도 잊을 수 없습니다.

*메카총격 사건: 1979년 11월 20일 메카가 무장세력에 의해 점령당한 사건.

Q5. 최근 아랍을 비롯한 중동 지역의 입지가 우리나라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이러한 중동 국가들과 어떤 교류를 맺고 있나요?

우리나라와 중동국가들의 교류는 약 1500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신라와 아랍-페르시아 간에 긴밀한 교역이 이뤄졌었고, 최근엔 페르시아 왕자가 신라에 와서 삼국통일에 공헌하고 신라공주와 결혼해 사랑을 나눈다는 내용의 고대 페르시아 서사시 “쿠쉬나메”가 발굴돼 학계가 큰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동지역은 우리의 오랜 친구입니다. 지금도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건설-플랜트의 약 70%가 중동에 의존하고 있을 만큼 우리에게는 둘도 없는 소중한 시장입니다. 또한 드라마 “대장금” 평균 시청율이 90%에 육박하는 등 한류가 몰아치면서 우리나라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효자 시장이기도 합니다.

Q6. 앞으로의 목표가 있나요?

우리사회에서 비교적 소외되고 오해와 편견이 심한 중동-이슬람권 문화와 진정한 의미를 보다 올바르게 연구하고 전달할 것입니다. 또한 이 연구를 통해 우리사회가 국제적인 수준의 문화적 균형 감각을 가질 수 있도록 전공자로서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성공회대 이슬람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우리사회에서 꼭 필요한 이슬람 문화 시리즈 100선을 집필해 출간하는 계획도 있습니다.

Q7. 중동지역의 전문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으신가요?

지금 사회적으로 인기 있는 분야나 전공만 좇아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게 분명하고, 사회적으로 수요가 많다고 해서 나에게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할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러한 경쟁으로 귀중한 시간만 낭비하게 됩니다. 남들이 관심 갖지 않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분야를 찾아 공부하고 준비 한다면 5년이 지나든, 10년이 지나든 틀림없이 빛나는 결실을 가져올 것입니다. 중동-이슬람권 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제적 수입의 대부분을 무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1/4을 차지하는 이슬람 세계에 대한 전문가는 앞으로 어마어마한 수요를 창출할 것입니다. 이슬람 문화만이 아닙니다. △아프리카△라틴 아메리카△중앙-유라시아△동남아시아 지역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에 언어 뿐 아니라 그 지역에 대한 깊이 있는 인문학적 연구와 정확한 지식을 쌓아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여러분의 발상의 전환을 기대합니다.


나산 기자 96mountai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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