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대에 언어 하나만 똑바로 할 수 있다면 호랑이에 날개를 다는 격

등록일 2018년10월05일 12시2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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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기자 5년△대우그룹 임원△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보좌역△엔피오(이하 NPO) 활동 20년△외대 겸임교수△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세계인명록 마르퀴즈 후즈후에 2번 등재△12권의 책 상재... 여러 사람이 보유한 경험 같지만 이는 모두 한 사람의 삶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서재경(서양어·스페인어 66) 현 ‘아름다운 서당’ 이사장 겸 ‘남도학숙’ 원장이다. 서재경 이사장은 “이 모든 것들은 우리학교에서 스페인어를 배웠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후배들이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각자의 언어 공부에 몰두했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지난 70년간 우리학교를 발판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서재경 이사장을 만나봤다.

*세계인명록 마르퀴즈 후즈후
마퀴스 후스 후(Marquis Who’s Who)는 미국 뉴저지 주 소재 민간 출판사이다. 마퀴스의 대표 발행물인 Who’s Who in America는 “국가와 사회의 계발에 큰 기여를 하는 자들의 인명정보를 모아두는 것”이 주목적이라 밝힌다.-위키백과


Q1. 스페인어과에 진학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세계지도를 통해 언어 분포도를 설명해주셨어요. 그때 넓은 중·남미 대륙 전체가 스페인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세계사 시간에 콜럼버스가 미국 대륙을 발견한 역사를 공부하면서 스페인어가 굉장히 힘 있는 언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스페인어를 배워 넓은 세상에서 꿈을 펼치기 위해 곧장 우리학교 스페인어과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Q2. 다양한 경력이 있으신데 우리학교에서 배운 언어가 큰 힘이 됐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사실 20대에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난 후 실제로 스페인어를 쓴 것은 50대가 넘어서였어요. 30년이라는 공백이 있었죠. 끊임없이 스페인어를 쓸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주로 한국어와 영어를 사용했어요. 그러다 50세가 넘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스페인어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어요. 대우그룹 임원으로 근무할 때 대우 중·남미 법인 대표를 맡아 파나마로 출장을 나갔어요. 당시 쿠바와 우리나라 간에는 정식적인 교류가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상품을 공식적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현지 시장을 개척해야 했어요. 그때 스페인어를 할 줄 알았던 제가 그 일의 선두에 서서 일했어요. 또 2002년 월드컵 유치를 놓고 우리나라와 일본이 경합 중이었어요. 그때 우리나라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중·남미에 있는 피파(FIFA) 위원들에게 우리나라를 소개하고 그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맡아 빠르고 성공적으로 수행했어요. 그러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유치활동에 강세를 보이게 됐죠. 결국 이 월드컵은 우리나라와 일본이 공동 주최한 2002년 한일 월드컵으로 마무리됐어요. 이 모든 것들은 우리학교에서 스페인어를 배웠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앵무새가 말을 배우는 것과는 다릅니다. 언어를 배우기 위해선 그 나라의 △역사△인문△문화 등을 같이 배워가며 그 나라 사람과 상호작용하며 공감대를 갖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학교 후배들이 자기 전공 언어로 취직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들었어요. 글로벌 시대에 외국어를 할 수 있는 것은 호랑이에 날개를 다는 격이에요. 고민하지 말고 자기가 전공하는 언어를 깊이 파고들어가 그 언어권의 전문가가 됐으면 합니다.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라도 해낼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말고 공부에 몰두하세요.

Q3. ‘아름다운 서당’이라는 기관을 통해 후배양성에 힘쓰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름다운 서당은 2005년에 설립됐어요. 산업화 시대의 중심에 섰던 시니어들이 자신들의 △노하우△경험△지식 등 무형의 자산을 후배 세대에 물려줘 청년들이 성공을 거두도록 하자는 뜻에서 시작했어요. 1년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인문학△경영학△봉사활동△명사특강으로 구성되고 전액 무료로 진행돼요. 아름다운 서당은 지난 14년 동안 서울에서만 6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우리학교 출신 학생도 30여 명이 수료했어요. 이 일로 2009년에는 우리학교 동문회에서 ‘외대 봉사상’을 받기도 했어요.
젊은 시절엔 좋은 선생님을 만나 삶의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해요. 세상이 원하는 인재상으로 변하는 것이 중요해요. 아름다운 서당은 그러한 인재상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Q4.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이 땅에 한 번 태어났으니 작은 족적이라도 남기고 가자는 생각이 있어요. 특히 배운 사람으로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항상 생각해요. 이 모든 것들의 바탕이 되는 것은 아무래도 ‘소명의식’이 아닌가 싶어요. 소명의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요. 소명의식이 있어야만 인간이 될 수 있습니다. 자기만의 줏대가 잡히면 인생의 목표가 뚜렷해지고 가치 있는 일을 해낼 수 있어요. 그렇기에 자신만의 소명의식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해요.

Q5.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대학생 교육△지역주민을 위한 인문학 강좌(대방학당) 개설△‘존중받는 노인’을 만드는 현자학당 설립△청년활동가 양성이 제 목표예요. 현재 두 번째 목표까지는 해냈어요. 마지막 목표도 어느 정도 정리 단계에 있고요. 세 번째 목표인 현자 학당은 몇 해째 준비하고 있어요. 요즘 집에 어르신이 계시면 집안 분위기가 어두워져요. 어르신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일생을 열심히 살고 자식들을 몸 바쳐 키웠는데 나이 들어 홀대를 받는 것이 공평하다고 생각하시지는 않을 거예요. 과거의 전통적인 효도를 기대할 순 없지만 서로가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가족관계는 새로 만들어야 할 질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노인도 변화가 필요해요. 이런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Q6. 후배들이 어떤 어른이 됐으면 하나요?

철든 어른이 됐으면 해요(웃음). 물론 사회에서 정한 대학서열에 우리학교가 1등이 아닐 순 있어요. 하지만 ‘더 철든 대학생’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 어떤 학교의 학생보다 우리학교 학생들의 성품이 훨씬 훌륭하고 글로벌교양 수준이 높은 젊은이가 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해요. 사회가 정한 서열을 깨고 나왔으면 합니다!

Q7. 대학 발전을 위한 의견이 있다면?

세계적인 명문 대학들을 보면 4가지 요소, 즉 △재단의 비전△총장의 전략△교직원의 헌신△학생의 열정을 갖추고 있어요. 재단은 대학의 오너입니다. 오너가 비전이 뚜렷해야 해요. 소유만 해선 안 됩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들을 오너가 충실히 해내야 해요. 또한 총장은 오너가 세운 비전을 어떻게 성취할 것이냐는 전략을 짜는 사람이에요. 오너가 세운 비전을 따라 총장은 그것을 전략화하고 교직원들은 헌신하면 됩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그를 따라 열심히 공부해야 해요. 위의 요소를 따른다면 우리학교도 충분히 세계적인 명문 대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윤아영 기자 97yyuna0@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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