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이하 설캠) 후문 근처엔 많은 길고양이와 그들의 사료·통조림 등이 쉽게 발견된다. 이로 인해 길고양이를 둘러싼 갈등을 종종 접할 수 있다. 동물 복지를 위해 길고양이를 돌봐야 한단 의견도 있으나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거나 소음을 발생시킨단 이유에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학가의 길고양이 돌봄 문제를 둘러싼 갈등 상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 길고양이 보호 사이의 갈등
최근 우리학교 설캠 후문 주변의 길고양이가 논란의 중심이다. ‘캣맘·대디’로 불리는 이들이 대학가 자취생 거주지 인근에 고양이 사료를 배식했기 때문이다. 동물을 보호해야 한단 의견과 소음이나 청결 문제를 지적하며 먹이를 주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외대학보는 이번 달 21일부터 23일까지 총 3일간 ‘인스타그램’과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우리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대학가 길고양이 돌봄 갈등’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학교 주변에서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배식하는 모습이나 길고양이가 사료를 먹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77.4%였다. 이어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주는 것에 대해 52.8%의 학생이 찬성했다. 찬성 이유론 ‘동물보호’가 5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대 이유론 50%의 학생이 ‘쾌적한 환경 조성’을 선택했고 ‘소음 문제’가 23.1%로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고양이에 대한 공포심△생태계 피해△야생동물의 생사는 순리에 맡김 등의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주기적인 사료 공급이 배고픈 길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뜯는 행위를 방지해 거주민과의 갈등을 사전차단하는 효과가 있단 입장도 존재했다.
이에 홍완식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하 홍 교수)는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배식하는 행위와 소위 캣맘·대디에 관해 상반되는 시각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를 인도적인 행위로 보는 견해와 길고양이 퇴치 방해로 보는 견해가 대립된다. 이들 간의 갈등은 폭력으로 비화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현재 후문 근처에 거주 중인 이준영(경영·경영 16) 씨는 “밤에 길고양이 울음소리나 영역 싸움에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자주 잠에서 깼다”며 “길고양이 보호 활동은 이해 가지만 거주민 입장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반면 이동재(영어·영문 20) 씨는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 적은 없지만 굶고 있는 길고양이를 보며 연민의 감정이 들었다”며 “아마 밥을 주는 사람도 이런 연민과 호감 때문일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 갈등 해결의 노력
우리학교 설캠 비공식 고양이 동아리 ‘냥만외대’는 △교내 급식소 운영△교내 환경 미화 진행△급식소 외 무분별한 배식 제지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단순히 급식소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급식소를 사용하는 고양이들을 관리하고 있다. 손지원(사회·미디어 19) 냥만외대 회장은 “급식소를 이용하는 길고양이 중 중성화가 되지 않은 길고양이는 없다”며 “만약 중성화가 되지 않은 길고양이가 급식소를 이용한 것이 발견되면 이동 경로 및 급식소 이용 시간을 조사해 TNR 사업*을 진행할 것이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냥만외대는 교내에 무분별하게 뿌려진 사료나 간식 쓰레기 등을 매일 청소한다. 급식소 외 사료 제공 금지 문구를 남기는 등 교내 환경 미화에 신경 쓰고 있다.
글로벌캠퍼스 길고양이 보호 동아리 ‘냥거주입’은 인적이 드문 곳에 급식소를 설치해 사료와 물을 제공한다. 또한 무분별한 개체 수 증가를 막기 위해 용인시와 협업해 정기적으로 TNR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냥거주입은 “사람들의 거주지에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간식을 챙겨주는 행위와 그들이 사람의 손을 타게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며 “학생에게 주는 피해를 줄이고 길고양이와 공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대문구청 경제진흥과 동물보호팀은 현재 예산 범위 안에서 1년 내내 TNR 사업을 지속해 개체 수를 조절하고 있다. 더불어 고양이 보호단체에서 이문동을 비롯한 재개발구역의 길고양이를 구조해 입양하고 있다. 다음 해엔 고양이 보호 단체가 길고양이 구조·복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별도 예산을 지급할 계획임을 밝혔다. 용인시청 동물보호과도 소음 피해와 영역 싸움 예방을 위해 TNR 사업을 진행 중이다. TNR 사업은 용인시청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신고된 해당 위치에서 길고양이를 포획하고 중성화 수술을 한 후 제자리 방사가 이뤄진다.
◆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앞선 설문조사에서 해결방안으로 △보호시설 보내기△지정 구역 배식△TNR 사업 진행 등이 높은 비율로 언급됐다. 홍 교수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가 동물보호법상 동물보호의 개념이지만 동물보호 유형에 속하는지에 대해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동물보호의 기본원칙인 동물보호법 제3조 2호엔 “동물이 갈증 및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라고 규정돼있다. 그러나 이는 동물을 △관리△보호△사육하는 사람의 의무다. 길고양이는 보살피는 사람을 특정할 수 없으므로 이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 같은 이유로 동물보호법 제7조 제1항의 “소유자 등은 동물에게 적합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라”는 규정 역시 길고양이 보호에 해당되지 않는다.
주거권은 개인이 향유할 수 있는 권리다. 이는 동물의 소유자나 관리자를 대상으로 주장할 수 있으나 소유자나 관리자가 없는 길고양이에 대해 요구할 방법은 없다. 대신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거주민이 평온하게 주거할 권리 실현을 위한 정책이나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 이어 홍 교수는 “앞으로 길고양이 문제와 관련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자치단체는 동물보호단체 등 민간단체와 협력해 길고양이에 대해 △공포△애호△혐오의 감정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과 입장이 반영되도록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동물보호센터의 △규모△개수△처우 등을 확대·개선하고 전문가 육성을 제도적으로 지원해 동물 복지의 개선과 함께 동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와 민원을 적극적으로 해소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TNR 사업: 포획(Trap), 중성화 수술(Neuter), 제자리 방사(Return)의 줄임말로 길고양이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중성화 사업
김채현 기자 01chae@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