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부터 세르비아어가 어려워졌다. 계속 공부하는데도 정체돼 있단 느낌을 받았고 늘 배움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교수님께서도 답답한 내 심정을 알았는지 여름학교를 다녀오면 어학 실력이 늘 것이라며 단기연수를 권하셨다. 운 좋게도 세르비아 노비사드대학교의 여름학교에서 장학생을 선발해 현지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여름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간은 3주였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욕심일진 모르나 두 번 다시 없을 기회라 생각해 가기 전 목표를 분명히 삼았다. 세르비아어로만 말하는 것과 일상을 열심히 기록하는 것이 목표였다.
2019년 7월, 세르비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20시간의 비행 끝에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 도착했고 차로 1시간을 더 달려 노비사드에 도착했다. 택시 기사님은 세르비아어로 말 걸어주며 여러 단어를 알려줬다. 해바라기가 빽빽한 들판의 풍경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렇게 현지에서의 첫날이 지나갔다.
여름학교 수업은 크게 오전의 어학 수업과 오후의 문화 수업으로 나뉘었다. 오전수업엔 △게임△발표△수필 작성을 통해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후 수업에선 영화를 감상하고 갤러리 유적지를 방문하는 등 현지 문화를 체험했다. 수업 강도가 상당했지만 얻어가는 것도 많았다. 수업 초반엔 놓치는 부분도 있고 힘든 시간이 빨리 끝나길 바랐지만, 수업 후반엔 일찍 끝나는 것이 아쉽기만 했다.
검은 머리 외국인인 난 현지에서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교수님께선 ‘iz Seula(서울 출신)’이라 부르며 수업 참여 기회를 주셨다. 극동의 유학생이 세르비아어를 공부하러 왔단 사실은 현지 사람에게 호감을 주기 충분했다. 마트나 빵집에 가면 사장님께선 어색한 표현을 고쳐줬고 세탁소 주인 할머니께선 꼭 10분 이상 대화를 해줬다. 어디서든 배움의 기회가 존재했고 부족한 점을 깨닫고 나아갈 수 있었다.
동유럽에서 케이팝(K-pop)을 비롯한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단 점은 수업 때 배워서 알고 있었으나 직접 경험한 것은 처음이었다. 저녁 파티에선 케이팝 곡을 선곡해 달란 부탁을 자주 받았다. 또한 친구들과 함께 우리나라 화장품을 쇼핑하며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을 소개할 수 있었다. 룸메이트와 우리나라 화장품을 나눠 바르자 룸메이트가 극찬하기도 했다. 현지에선 우리가 말하고 보여주는 것이 그들이 아는 우리나라 모습의 전부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우리나라 문화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하고 가길 바란다.
여름학교는 내 삶에 큰 자신감을 줬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전공 언어에 자신감이 생겼고 스스로 뭔갈 해냈단 성취감을 느꼈다. 저마다 어학연수의 목적은 다를 것이다. 누군간 공부가 목적일 수 있고 누군간 타국의 문화를 경험하며 한 박자 쉬어가는 시간일 수도 있다. 목적이 어떠하든 그 경험은 우리 인생에 북두칠성 한 자리로 남아 소중한 경험이자 방향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사진 이소희(동유럽·세크어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