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경(미네르바 교양대학·서양미술사입문 강의)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이는 미술사 공부를 시작했을 때 은사님께서 대학원생들에 게 강의 첫 날 왜 이 분야를 공부하는지 물으시며 말씀하셨던 내 용이다. ‘자유롭기 위해서 공부한다’고 하셨던 스승께선 퇴임사 에서 당신을 ‘미술사학도’로 칭하셨다. 학문적 완성을 하신 원로 학자이기보다 미술사를 끊임없이 연구하는 청년과 같은 학문관 을 보여주시며 많은 후학들에게 강한 울림을 주셨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이 되니 공부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진정한 완성형을 선언하기란 얼마나 어렵고도 힘든 일인지 새삼 깊이 깨닫는다. 학문의 시작과 마지막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구 도자로서 완수함과 동시에 매진하는 분야에 함몰되는 것이 아 닌, 항상 유연한 시각으로 노래하듯 글을 쓰고 사고하라는 스승 의 족적이 더 크고 통렬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오늘날 아카데미는 존재의 이유가 취업률과 실제적인 성공 을 보장하는가에만 집중돼있다. 스펙 쌓기와 학점관리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 앞에 선 많은 학생들에게 진리의 자유로움이 얼 마나 부담스럽고 때로는 무의미하다고 느끼는지를 체감하기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절대자 유를 향한 공부는 지성인의 미혹(迷惑)같은 이끌림이자 스스로 의 삶을 완성하려는 여정(旅程)에 들어선 자들에겐 최고의 선택 이지 않을까.
예술에서도 한 시대와 세상의 단면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치 우침 없는 자유와 완성을 향한 치열한 자기과정이 수반된다. 과 정에서 시대를 선도했던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점에서 완성된 걸 작 못지않게 미완성 작품과 2류로 폄하된 작품들도 그 의미를 갖 는다. 그 무수한 시간을 버티며 많은 이들의 삶의 여정에 영감을 줬던 예술의 자유정신은 학문이 수단이 돼버린 요즘 역설적으로 더욱 영롱한 빛을 발한다. 이는 어쩌면 다양한 가치와 의미가 경 쟁하듯 범람하는 오늘날의 시대에 진리의 여정에 오른 나와 우 리 젊은 학도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인 동시에 그 정신을 일깨 우는 중요한 자극제이자 안내서가 되지 않을까. 매주 수업시간 에 우리는 이미지 창고를 탐색하며 우리만의 가이드라인을 완성 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