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팬데믹*을 공식 선언했다. 이에 미국과 유럽의 증권 시세(이하 증시)가 폭락했고 이런 상황은 아시아로 확대되며 금융시장을 크게 흔들었다. 주요국은 재정 및 통화정책을 마련하며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예측되며 경제침체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손종칠 우리학교 경제학부 교수와 함께 코로나19 확산으로 요동치는 경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Q1. 코로나19 확산이 국내외 경제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발표한 이번 해 1·2월 △생산△소비△투자 등 실물 경기 지표가 지난해와 비교해 최대 24%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중에서도 생산력의 지표인 산업생산 증가율이 -13.5%를 기록하며 1976년 이후 첫 마이너스성장을 보였습니다. 이는 산업생산 증가율 전망치 평균인 -3%를 넘어선 것으로 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중국의 신규 감염자 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에 3월 이후 실물 경기의 반등 강도와 지속 기간을 확인해야 앞으로의 경제 상황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대상국이란 점에서 수출·내수 위축으로 인한 우리나라 경제 피해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유럽 또한 감염자 수가 크게 늘기 시작해 금융 및 실물 경기 타격이 상당합니다. 이와 같은 실물 경기의 부정적 예측과 시장의 공포 심리가 반영되며 최근 전 세계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친 것입니다.
Q1-1. 코로나19 팬데믹 선언과 증시 폭락은 어떤 관계가 있나요?
팬데믹 선언 이후부터 19일까지 주요국의 주가지수를 살펴보면 △일본△중국△홍콩 등 아시아 국가는 약 20%, 미국과 유럽은 약 30% 하락했습니다. 이처럼 아시아 국가가 비교적 작은 하락 폭을 보인 것은 대만, 홍콩에서의 절대적인 감염자 수가 많지 않고 중국의 신규 감염자 규모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 큽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의 영향을 많이 받아 주가지수가 30% 내외로 하락했습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선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에 미국의 유럽발 입국 금지 조처까지 겹치며 소비와 투자 행위 자체가 정지된 상황입니다. 그동안 금융 및 산업시장에서 △아시아△미국△유럽의 상호의존적인 관계가 지속됐던 만큼 팬데믹 선언과 대서양 전면봉쇄가 세계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Q2. 한국은행은 “코로나19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의 충격이 다른 감염병 사태 때보다 크고 실물경제에 미칠 악영향도 더 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전에 감염병으로 경제 피해가 발생했을 때와 비교해 어떤 차이가 있으며 악영향이 더 큰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장 최근 사례론 중동호흡기증후군(이하 메르스) 사태가 있습니다. 다만 메르스는 높은 치사율에 비해 전파력이 낮아 종합병원 등 제한된 공간에서만 전염성을 보였습니다. 또한 중동의 일부 국가와 우리나라에서만 사망자가 발생해 코로나19처럼 세계적 대유행이 되진 않았습니다. 이전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나 신종 인플루엔자A(H1N1)도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했으며 사망자 수 역시 코로나19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중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졌고 강력한 전파력을 가진 사실이 밝혀지며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곧 실물 경기 및 금융시장 위기로 이어졌습니다.
경제 회복 속도도 이전의 감염병 때보다 더딜 것입니다. 백신 개발에 최소한 1년 이상의 소요가 예상되며 유효한 치료 물질 발견 및 치료제 개발도 몇 달은 더 지켜봐야 합니다. 하지만 신규 감염자 수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아시아의 △가치사슬**△물류 흐름△산업 공급체계 등을 조속히 복구한다면 금융시장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될 것입니다.
Q2-1. 감염병의 유행이 필연적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며 필연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애플’이 아이폰을 생산하기 위해 많은 국가를 거치는 과정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미국의 애플 본사는 체계 기획 및 디자인 설계를 진행하고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각각 소재 부품과 반도체를 가져와 베트남, 중국에서 조립해 아이폰을 완성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한 지역 또는 한 국가의 감염병 확산으로 생산이 멈춘다면 이와 관련된 모든 공정이 멈추게 되는 것입니다.
Q3. 이번 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를 비교하는 언론 보도가 많은데요.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2008년 금융위기는 미국의 금융기관 부실화로 기업이 자금부족을 겪으며 경기가 침체된 사건입니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저금리 정책으로 금리 부담이 적어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수요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정책이 중단되면서 이에 투자했던 금융기관이 대출금 회수불능 상태에 빠진 것입니다. 이런 미국발 금융위기는 곧 유럽과 아시아로 전파돼 세계적 금융위기로 확대됐습니다. 이에 주요국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0%로 낮추고 금융기관에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금융시장의 추가 붕괴를 막았습니다. 또한 실업률 증가와 같은 실물경제 위축에 대해선 정부 지출을 늘리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며 피해를 최소화했습니다. 그 결과 2008년 세계대불황(Great Recession)은 1930년대의 세계대공황(Great Depression) 정도의 침체로까진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관광업△영세 자영업△항공업 등 일부 서비스업의 불황에서 제조업 및 전체적인 서비스업 위축으로 전이됐습니다. 즉 2008년 금융위기 진행 순서와는 반대로 △소비 및 투자 정지△실물경제 위축△신용경색****△금융 시스템 붕괴 순으로 확대된 것입니다. 이에 당시 효과가 컸던 통화정책이 코로나19 사태에선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정책금리를 크게 내렸음에도 계속해서 하락하는 주가지수가 그 증거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금융 및 외환시장 붕괴를 예방하기 위해선 금리를 낮추거나 통화량을 늘려 완화 기조를 유지해야 합니다. 동시에 △소상공인△중소기업△취약계층에게 적극적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실시해 실물 경기 위축을 극복할 수 있는 정책 조합이 필요합니다. 치료제 개발 전까지 이런 정책을 통해 소비·투자 심리가 악화되는 것을 막아 총수요가 급락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Q4. 국회에서 11조7000억 원 규모의 코로나19 추가 경정(이하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추경이 무엇인지, 이외 다른 재정정책은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합니다.
추경은 저소득층, 차상위계층 등의 사회적 약자와 소상공인에게 실질적 지원을 주기 위해 편성된 예산을 의미합니다. 대구 및 경북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만큼 그에 걸맞은 추가적 재정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밖에도 지자체 단위에서 재난기본소득 또는 재난긴급생활비 지원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번 달 19일, 정부는 50조 원 규모의 시장안정자금 및 추가 구제자금 집행을 예고했습니다. 이처럼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의 추가적인 대책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기초연구·응용개발 예산을 중·장기적으로 확충해야 합니다. 이는 미래 전염병에 대한 공동체의 대응 능력을 키울 뿐만 아니라 미래 산업 창출과도 연결돼있기 때문입니다.
Q5. 우리학교 학생들이 앞으로 어떤 점을 주목해서 금융시장 상황을 이해하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우선 우리나라 경제의 거시적 안정성을 나타내는 특징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우리나라는 지속적으로 외환보유고를 확충해 왔습니다. 외환보유고는 달러 등 외환 유동성 부족에 대응해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용 외화예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우리나라와 △스위스△캐나다△호주는 통화(通貨)스와프가 체결돼 있습니다. 통화스와프란 자국 통화를 상대국 통화와 교환하는 계약을 뜻합니다. 앞서 언급한 국가들의 통화는 미국 통화와 무제한 통화스와프가 체결돼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입장에선 추가적인 미국 달러 공급 채널을 가지고 있단 것을 의미합니다. 세 번째, 우리나라는 대체로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보입니다. 재정건전성이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로 우리나라는 약 4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80~90%인 미국과 유럽의 재정건전성과 비교해 봤을 때 우리나라의 재정 여력은 보다 풍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워낙 초유의 사태라 조심스럽지만 앞서 말한 이유로 우리나라가 거시적인 시장 안정성을 지킬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실물 경기 측면에선 코로나19 통제 정도와 아시아의 산업 생태계 복구 속도를 유심히 지켜봐야 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금융시장의 경우 우리나라 △외환시장△주식△채권은 미국과 유럽 시장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향후 한 달간 세계 금융시장에서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 및 대응 과정이 어떻게 평가받는지 주목한다면 좋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아시아△미국△유럽에서 주력하고 있는 유효한 치료 물질 발견 및 치료제 개발이 금융시장에 큰 변동을 줄 요소로 보입니다. 하지만 조기 치료제 개발이 성공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팬데믹: 세계보건기구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등급으로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
**가치사슬: 기업 활동에서 부가 가치 창출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된 모든 활동의 연계
***유동성: 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도. 화폐 자체를 가리키는 경우도 있다.
****신용경색: 금융기관에서 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현상
조현수 기자 100hyunx@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