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해 2월, 김금희 작가(이하 김 작가)는 ‘제4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을 거부했다. 김 작가는 SNS를 통해 “전달받은 계약서에 수상 단편의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수정 요구를 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아 게재를 못 하겠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김 작가의 해당 선언 이후, 많은 작가가 이에 동참하면서 작가 개인의 수상 거부사건은 출판사와 작가 간의 불공정 계약 문제로 불거졌다. 작가들을 분노하게 만든 출판사의 저작권 양도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최철 우리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해당 사건의 갈등 원인과 저작권에 대해 자세히 얘기를 나눠봤다.
Q1. 저작권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저작권이란 △시△소설△음악△영화 등과 같은 저작물을 창작한 저작권자가 갖는 법적 권리를 말합니다. 저작권은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으로 나뉩니다. 저작인격권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여기엔 △공표권△성명표시권△동일성유지권이 속합니다. 저작재산권은 저작물의 이용에 관한 경제적 권리로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는 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없게 하는 효력을 갖고 있습니다. 저작재산권은 △복제권△공연권△공중송신권△배포권△대여권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처럼 저작권은 복잡한 성격의 다양한 권리를 포괄합니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의 권리와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 및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Q1-2. 저작권의 역사와 유래를 알고 싶습니다.
저작물에 대한 인식은 15세기에 출판인쇄술의 발명으로 문서의 대량복제가 가능해지면서 태동했습니다. 그러나 초기엔 저작권자의 권리 보호가 아닌 출판권자의 보호와 통제를 위해 만들어져 현대적 저작권이라는 권리 개념과는 다른 맥락을 가졌습니다. 이후 1710년에 저작권법인 영국 앤 여왕법(The Statute of Anne) 이래로 유럽국가들은 각각 자국법을 통해 근대적 의미의 저작권을 보호했습니다. 뒤이어 △1886년 문학·예술 저작물의 보호를 위해 체결된 베른협약△1995년 발효된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협정)△1996년 WIPO 저작권 조약(WCT) 등이 체결되면서 국제적으로도 보호 체계를 갖출 수 있게 됐습니다.
Q2. 우리나라의 저작권 보호 체계는 어떻게 구축됐나요?
우리나라에서의 저작권 보호는 1908년 대한제국 당시 한국저작권 칙령에서 처음으로 도입됐습니다. 이후 1957년, 우리나라 정부는 법률 제432호로 저작권법을 공포했습니다. 이어 정부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저작물 이용환경의 변화△저작권의 국제적 보호 추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1986년과 2006년에 전부개정을 시행하는 등 지속해서 관련 법체계의 정비를 해왔습니다. 우리나라는 1987년 세계저작권협약 가입을 시작으로 △1995년 지적재산권협정△1996년 베른협약△2004년 WIPO 저작권 조약에 연이어 가입하며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저작권 보호 활동을 지속해서 전개하고 있습니다.
Q3. 이번 사건에서 작가와 출판사는 작가의 저작재산권 이용을 두고 갈등을 빚었습니다. 갈등의 정확한 원인은 무엇인가요? 작가의 저작권과 출판사의 출판권이 부딪힌 건가요?
본 사안은 단순히 작가의 저작권과 출판사의 출판권 간에 충돌이라고 볼 순 없습니다. 이는 출판사가 작가의 저작재산권 이용과 관련해 계약관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입니다. 출판사의 출판권도 결국은 저작권자가 허락할 때 가능한 것입니다. 이 사건 관련보도에 따르면 출판사가 제시한 몇몇 조항이 갈등을 빚었습니다. 수상작품의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해야 한단 것과 작품을 표제작으로도 쓸 수 없고 다른 단행본에 수록할 수도 없단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저작재산권은 복제권, 배포권 등 다양한 권리를 포함하는 권리의 다발(bundle of rights)입니다. 본 사안에선 출판사가 △복제권△공연권△배포권△대여권 등 대부분의 저작재산권을 양도하도록 계약서에 규정함으로써 과도하게 저작권을 가져가고 저작권자의 권리를 제한하고자 한 것이 문제가 된 것입니다. 해당 계약의 목적이 수상작품에 대해 출판사가 배타적으로 출판하기 위함이라면 저작권 양도보단 출판권 설정의 형태로 계약이 진행됐어야 합니다. 출판의 권리를 의미하는 출판권은 저작재산권의 일부로서 저작물을 인쇄해 발행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따라서 이는 저작권과 양립 불가능한 권리가 아니며 이 갈등 역시 저작재산권을 어떠한 형태의 계약하느냐의 문제입니다.
Q4. 이상문학상뿐만 아니라 대다수 문학상 출판사는 ‘저작권 3년 이상의 양도를 제도화’해 시행했습니다. 작가들은 이를 두고 불공정 계약이라 비판했는데, 불공정 계약의 정확한 개념은 무엇인가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출판사가 개별 저작재산권에 대한 명시 없이 포괄적으로 저작권 양도를 출판계약서에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출판사가 서적 출간에 필요로 하는 것보다 과도하게 저작권을 가져가고, 이차적 저작물 작성권 등 저작권자의 권리를 제한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저작권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포괄적 저작권 양도계약이 이뤄진다면 출판사에 지나치게 많은 이익이 귀속됩니다. 이러한 사례로 2011년에 시작된 백희나 그림작가의 ‘구름빵’ 저작권 소송을 들 수 있습니다.
저작재산권은 저작권자인 작가가 저작물의 시장유통을 통제함으로써 경제적 대가를 얻는 수단입니다. 작가와 출판사는 저작재산권을 활용하기 위한 협력적 관계가 돼야 합니다. 사실 모든 저작재산권 계약이 작가에게만 불리하고 출판사에 유리한 계약은 아닙니다. 출판사와 작가가 저작물의 성격에 따라 △계약자유 원칙에 의해△대등한 위치에서△양자 합의에 따라 계약을 체결한다면 이는 공정한 계약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외국의 저명작가와 국내 출판사 간의 계약은 작가에게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이 체결되곤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저명한 일부 작가를 제외한 작가들, 그중 특히 신인 작가들이 출판사와 대등한 지위를 갖지 못한 채 계약을 맺게 될 때 발생합니다. 즉, 불공정한 계약은 출판사의 우월한 지위에 의해 창작자인 저작권자의 권리가 제한되는 내용이 체결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Q5. 출판사와 작가의 관계처럼 갑을관계로 인해 불공정 계약을 맺게 되곤 하는데요.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법적 안전망이 있을까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전집, 단행본을 발행하는 상위 출판사가 사용하는 저작권 양도계약서 및 설정계약서에 대해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라는 조처를 내린 바 있습니다. 해당 조치에서 공정위는 계약을 체결할 때 저작물의 이차적 사용에 대한 처리를 출판사에 전부 위임하도록 한 조항을 개선하도록 했습니다. 즉, 저작물의 이차적 사용에 대한 권리가 저작권자에게 있음을 명시하란 것입니다. 또한 저작권자가 분리 양도할 수 있는 저작재산권에 대해 개별적으로 위임 여부 등을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별도의 명시적인 특약을 통해 선택적으로 저작재산권을 양도하게 함으로써 이차적 저작물 작성권의 양도가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저작권자인 작가와 출판사 간에 사용될 수 있는 표준계약서를 만들어서 출판계에 사용하도록 권고한 바 있습니다. 표준계약서는 작가와 출판사 간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공정한 계약이 맺어질 수 있도록 작성된 것입니다. 표준계약서의 사용이 법적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저작권자는 이를 출판사가 제시한 계약서와 비교함으로써 어떠한 내용이 불리한지 판단하고 협상할 수 있습니다.
Q6. 위의 사례와 같이 만약 저작권과 관련한 불공정 계약이 체결됐을 때 개인은 어떤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창작자인 개인의 입장에선 △저작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계약 체결 전에 계약서의 내용을 잘 검토하고△앞서 언급한 표준계약서를 활용해 비교 및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개인 창작자는 저작권에 대한 전문성이 제한적입니다. 이에 정부 기관이 제공하는 저작권 관련 정보를 잘 활용하고 창작자를 지원하는 관련 단체나 전문가의 조력을 구해야 합니다.
Q7. 저작권법의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저작권법 제1조는 ‘저작권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입니다. 저작권법은 창작자인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촉진해 이용자로서의 공중의 이익도 보호하고자 합니다. 저작물이 활발히 창작 및 이용되기 위해선 관련한 법 재정비와 함께 △개인△기관△사업자가 협력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합니다. 디지털 기술과 정보화기기의 급격한 발전으로 저작물의 형태는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작물의 △창작자△사업자△이용자 모두의 균형적 이해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상우 기자 99sangwoo@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