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국제안보, 이대로 괜찮은가?

등록일 2019년06월09일 00시54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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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리비아 무장세력에 납치됐던 우리국민 주 씨가 315일 만에 풀려나 지난 18일 귀국했다. 지난 12일엔 한국인 여성 한 명과 프랑스인 두 명이 부르키나파소 북부에서 이슬람 테러 단체에 의해 납치됐다가 프랑스 특수부대에 의해 구출됐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 군인 두 명이 희생돼 우리정부에서 애도를 표했다. 이와 같이 아프리카 지역에선 외국인을 납치하는 국제범죄의 양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 전 세계 안보의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졌다. 우리학교 아프리카연구소 이한규 교수를 만나 아프리카의 국가안보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아봤다.

Q1. 최근 아프리카의 리비아와 부르키나파소에서 연속적으로 우리국민이 납치되고 석방됐습니다. 외국인들에게 이 지역들의 안보 위험도는 어느 정도인가요?

아프리카는 전반적으로 안보가 불안한데 사하라 지역이 심합니다. 특히 이번 언론에 보도된 나라 중 하나인 리비아는 외교부에서 여행 금지로 지정한 흑색 경보 지역입니다. 리비아엔 2011년 카다피 정권이 붕괴한 이후 △서부통합정부△동부군벌세력△카다피 전 정부의 잔존세력 살라버디 민병대 등이 권력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북아프리카를 보통 마그레브라고 하는 데 △모리타니△모로코△알제리△튀니지△리비아 등입니다. 이 중 정국이 가장 혼란하고 불안한 국가가 리비아입니다. 이에 리비아 내의 모든 외국인은 현지에서 철수한 상태이며 이 지역에서 여행이나 사업을 하는 것은 목숨을 거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또한 이번에 우리나라 여성이 구출된 부르키나파소는 철수 권고를 뜻하는 적색경보 지역입니다. 부르키나파소는 사막에서도 가장 외진 지역인 사헬지역에 위치합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알카에다 조직 세력이 활동하기 시작하며 부르키나파소는 위험한 국가 중 하나가 됐습니다. 이곳에는 ‘이슬람과 무슬림 지원’(GSIM, Groupe de soutien à l’islam et aux musulmans: The Support Group for Islam and Muslims)단체가 있는데 이 단체에서 활동하는 인원은 800여 명이나 됩니다. 당연히 외국인들에게는 위험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아프리카 안보위험의 원인은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위험이 발생하는 이유는 식민지배에 의한 잘못된 권력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1884년 유럽 열강들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나누기 위해 베를린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아프리카인들의 △고유한 정체성△문화△언어△종족△민족 등을 무시한 채 국경을 나눴고 반세기에서 한 세기 동안 식민지배를 했습니다. 이와 같은 식민지배는 사회적 통합이 아닌 분열을 야기했습니다. 이후 1956년 이집트를 시작으로 수단, 가나가 독립했고 1960년엔 약 17개의 국가가 독립하며 ‘독립의 해’를 맞이했습니다. 많은 국가가 독립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내에서의 민족 정체성 및 국민통합은 이뤄지지 않았고 국가와 정부가 이들을 통합할 수 있는 여력은 굉장히 미약했습니다. 이후 1990년대에 들어서며 민주화가 단행됐습니다. 보통 민주화는 아래로부터 시민사회가 형성되고 이 과정에서 자율적으로 자신들의 자유와 권리를 추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아프리카의 민주화는 서구 열강과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강압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권력과 가치의 배분 문제가 일부 민족과 종족에 한정됐고 이에 대한 불만들이 계속 쌓이며 정부에 대한 시위 혹은 반정부 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Q2. 아프리카 지역에서 외국인을 납치해 돈을 요구하는 국제범죄의 양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외국인을 납치해 돈을 요구하는 국제범죄를 ‘인질 사업’이라고 합니다. 리비아의 경우 석유자원이 풍부한 나라였기 때문에 석유자원을 얻는 이가 부를 거머쥐었습니다. 부를 얻은 이는 부를 바탕으로 권력을 쟁취했고 이러한 권력은 자신이 원하는 지역을 지배할 가능성을 높였습니다. 그렇지 못한 세력은 테러나 납치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실현하려고 합니다. 반면 사헬지역은 고부 가치의 지하자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하라 사막과 같은 관광사업과 관광객이 중요한 자산입니다. 또한 라틴아메리카에서 건너온 마약들은 사하라 사막을 거쳐 유럽으로 건너가게 되는데 그 길목을 담당하는 이들이 반정부 단체와 이슬람 테러단체들입니다. 이들은 사하라 사막을 지나는 관광객들과 무역인들을 납치함으로써 테러 자금을 확보하며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합니다. 특히 이슬람 테러집단의 경우엔 이슬람의 근본적인 법인 샤리아를 바탕으로 국가와 정부 수립을 관철하기 위해 끊임없이 무차별 테러를 자행하는 일종의 정치적 시위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Q3. 이번 리비아 석방에 있어서 아랍에미리트의 적극적인 협조가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이와같은 전개가 나타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리비아 한국인 석방에는 아랍에미리트가 큰 중재를 했는데 2003년 아랍에미리트 국왕이 리비아가 UN으로부터 경제제재가 해제될 때 가장 먼저 리비아를 방문할 정도로 우호적입니다. 이 때문에 리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무역 및 경제적 관계가 굉장히 돈독합니다. 또 한편으론 리비아의 동부에 아랍에미리트의 공군기지가 건설돼 있습니다. 이는 아랍에미리트가 리비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를 방문 중에 이들의 친분을 외교적으로 잘 이용해 우리 교민이 무사히 석방됐습니다. 우리나라는 공관의 수가 OECD 회원국에 비해 적기 때문에 친한(親韓) 국가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리비아 사건은 외교적으로 좋은 경험과 결과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Q4. 지난 17일, 청와대는 국제 범죄조직과의 타협은 없다는 원칙으로 돈을 건네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로 인해 즉각적인 대처가 어려워질 수 있지 않은가요?

원론적으로 범죄집단과 타협하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범죄집단과의 타협은 범죄집단을 합법적으로 인정해주는 결과가 되기에 국제사회에선 이를 원칙적으로 용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외적인 부분에서 생각해볼 부분은 분명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프랑스△영국의 경우 자국민이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을 땐 그들을 구출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기동력△정보 네트워크가 뛰어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엔 이러한 부분이 매우 취약합니다. 우리나라 군대가 직접 빠르게 그 지역으로 파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기능하더라도 여건도 부족합니다. 설령 군대가 파견된다 해도 지리적 환경도 잘 모르며 납치한 단체가 어떤 단체인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은 상당히 떨어질 것입니다. 또한 테러집단에 관한 정보와 동향은 우리나라 정부가 직접 수집한 것도 있겠지만 대부분 선진국들의 정보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선진국이 수집한 정보가 우리나라에게 필요한 정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즉각적인 대처가 어렵기 때문에 협상을 무조건 거부만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국제적인 공조와 질서를 위해서는 만약 타협하더라도 독자적 결정이 아닌 서방국과 주변 국가들과 함께 타협점을 찾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합니다. 더불어 우리 국민이 테러, 납치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수준과 외교적 역량을 갖춘 타협이 적절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수집과 현지 감각이 필요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Q5. 앞으로 이와 같은 문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요?

사하라 지역엔 크고 작은 이슬람 테러집단 및 반정부 집단이 약 50개 이상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상대로 일괄적 대처는 어렵기 때문에 공통될 수 있는 세 가지를 생각해봤습니다.
첫 번째, 우리나라 기준으로 아프리카 특별관리국가 및 지역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UN 회원국에 속한 아프리카 국가는 54개국입니다. 이 54개국 중에서 우리나라 대사관이 설치된 나라는 23개국뿐입니다. 예를 들면 나이지리아 대사가 이웃의 서너 개 나라 대사를 겸임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주재 우리나라 외교관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데 반나절 혹은 하루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리비아나 부르키나파소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대처에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특별히 관심을 가져야 할 지역들을 선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아프리카 주재 대사관을 늘리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기존 대사관 조직에 테러 담당 전문가 직책을 신설하고 파견해 각 지역의 테러 현황을 조사하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인질로 잡혔을 때 현지 사정에 맞는 대처방안을 마련케 해야 합니다. 더불어 이러한 전문가를 통해 테러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서방국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합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도움을 청해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테러의 위험과 사건에 대비해야 합니다.
두 번째, 정부는 위험 지역에 남아있는 자국민을 데려오기 위해 구체적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속박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국가가 자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저버릴 순 없습니다. 현재 리비아 지역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걸고 그곳에서 생사고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작정 철수만을 권고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예컨대 리비아 통합정부와 협력해 우리 국민의 사업체를 보호하는 동시에 훗날 리비아의 치안이 개선된다면 다시 리비아로 돌아와 정상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효율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또한 자국민이 철수한 이후 국내에서의 생활지원금 혹은 사업 지원금도 당근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세 번째, 다양한 아프리카 현지 단체들과 긴밀한 협력을 형성해야 합니다. 아프리카엔 △알제리의 테러연구아프리카센터△G5사헬△서아프리카의 경제협력체(ECOWAS) 등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연구소와 지역 기구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체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더 자세히 그 지역의 연구와 협력을 이어가야 합니다. 서구적 기준이 아닌 아프리카의 국가와 기구들이 입수 및 분석하고 있는 정보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더 신속한 대처방안 및 예방책을 우리 나름대로 제시하고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윤아영 기자 97yyuna0@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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