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소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는 여타 범죄 스릴러 장르와 결이 다르다. 주인공 주위에서 기괴한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을 추리해가는 과정은 비슷하나, 소설 속 용의자는 사슴과 여우 같은 동물이다. 소설은 동물 용의자를 의아하게 여기지 않는다. 동물이 인간에게 복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생태주의적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는 △동물권 보호△생태주의△채식주의에 지속해서 목소리를 내온 작가의 신념이 반영된 결과다. 따라서 흥미진진한 범죄 스릴러 소설을 상상한 독자는 기대와 사뭇 다른 내용을 맞닥뜨릴 수 있다. 범죄에 대한 묘사보다 △자연의 모습△점성학△주인공의 노화에 따른 신체적 변화가 내용의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소설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제목을 비롯해 각 장 도입부에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이하 블레이크)의 시가 인용됐단 점이다. 본문에도 반복적으로 언급된다. 블레이크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지향했다. 또한 자연에 대한 통합적 사고를 시도했단 점에서 생태주의 예술가로 불린다. 인간의 자연 공동체적 삶을 강조하는 작가가 블레이크의 시를 인용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소설의 주인공인 노인 ‘두셰이코’ 역시 예술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쓸쓸히 살아간 블레이크의 노년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소설 속 두셰이코가 강조하는 점성학은 작품을 해석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점성학을 통해 본 세상은 모든 인과관계가 하늘의 법칙에 따라 이뤄진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사냥 달력’을 만들어 목적 없는 사냥을 정당화하고, 경찰은 이를 용인한다. 자연을 파괴하는 불합리한 모습이다. 두셰이코는 점성학으로 이를 해석하며 사람들의 무분별한 탐욕을 알리고자 한다. 그의 관점으로 사건을 보며 우린 자연의 가치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기조 강연에서 “△욕심△자연 비존중△이기주의△책임 의식 부재 등이 세상을 분열시키고 파괴했다”며 “세상이 죽어가고 있는데 우린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있다”고 자연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소설의 파격적인 결말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독자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여기 있다. 사회에서 소외된 두셰이코가 자신보다 약한 존재인 동물을 향해 손을 뻗어 함께 나아가잔 주제 의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작가의 신념처럼, 이 책을 읽고 연대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느껴보길 바란다.
이현지 기자 100hyunzi@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