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사? 그게 뭐야?” 외대학보사에 지원하고자 정보를 구하기 위해 주변사람들에게 학보사에 대해 질문했다가 들었던 답변이다. 신문의 위상이 이전에 비해 낮아졌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학보에 대한 인식이 이만큼이나 저조하다는 것은 새삼 충격이었다. 기자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미리 계획한 일본여행과 겹쳐 다른 기자들 보다 늦게 방중교육에 참여했을 뿐더러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의식의 부재로 기자로서의 첫 걸음은 매우 험난했다. 낯설기만 한 기수제, 서툰 글 솜씨, 게으를 뿐만 아니라 뺀질이 같은 성격 때문에 학보사 일에 혼란과 그만 두고 싶은 유혹도 꽤 많이 느꼈다. 하지만 3번의 신문 발행 후, 세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전과 달라졌음을 느낀다. 마일리지가 쌓이듯 매 발행마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졌고 이에 도움을 준 깨달음에 대해 되새겨 보고자 한다.
먼저 없던 책임감이 생겼다. 초등학생 때 해본 반장이 전부일 뿐 무엇인가 도맡아 해본 적이 없었다. 기사의 씨앗인 아이템부터 지면으로 발행돼 가판대에 올라가는 모든 과정을 보고 만들면서 한 문장, 한 글자 하나하나에 더 세심한 신경과 노력을 붓게 됐다. 거창한 사명감을 느끼기엔 아직 너무나 부족하기에 그보다 내가 맡은 무엇인가를 해내고 있다는 성취감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음으로 말과 글의 성장과 이 과정의 매력에 대한 인식이다. 필자는 기자지만 부끄럽게도 글을 잘 쓰지 못 한다. 학보사에 지원한 계기 중 하나가 이를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처음에 글을 쓰는 것은 매우 지루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현장취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글로 형상화하는 과정은 대학 입시 논술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글에 대한 통찰력을 늘려줬다. 지금 수강하고 있는 변창립 교수님의 ‘스피치 커뮤니케이션’의 수업과 시너지효과를 더해 ‘표현’이라는 추상적 개념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마지막으로 집단 속 구성원 간의 유대감의 중요성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 동안 공과 사는 구분지어 별개로 생각했다. 하지만 공적인 일을 하는 단체 생활 속에서도 일의 유용과 활력을 위해 친목 도모와 구성원 간의 결속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이 고단하더라도 이는 기자들 간의 웃음과 한 끼 식사를 통해 녹일 수 있었다. 전에는 중요하다고 생각지 못했던 집단관계의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게 됐다.
사실 이 모든 깨달음과 성숙의 결과는 매순간의 최선과 노력으로부터 시작됐다. 필자의 오랜 좌우명은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다. 우리말로는 ‘현재를 잡아라’라는 의미로 이전까지는 글자에 지나지 않았지만 기자일로 하여금 실천에 시발점이 됐다. Seize the day! 이 태도가 영원하길!
서명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