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내지마>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성찰-

등록일 2021년09월06일 16시1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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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는 이름에서 주는 느낌과 달리 영국인이다. 그는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6살이 되던 해 영국 국립해양학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건너갔다. 일본에서 나긴 했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영국에서 보냈기에 가즈오 이시구로 작품 속에서 일본 문학의 영향을 찾기란 어렵다. 하지만 그는 노벨 문학상 수상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영국에서 자랐지만 내 안 엔 항상 일본이 있었다”고 전했다. 언제나 영국인과 일본인 사 이의 경계에서 본인의 정체성을 고민했던 그는 소설‘ 나를 보내 지마’를 통해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 사이의 경계에 놓인 복제 인간의 이야기를 다뤘다.

소설은 주인공이자‘ 클론’인‘ 캐시’의 시점을 통해 진행된다. 그녀는 친구‘ 루스’,‘ 토미’와 함께 헤일셤이란 지역에서 같이 학교를 나고 자란다. 이 학교엔 장기기증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클론이 살고 있다. 학교의 설립자인‘ 에밀리’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은 모두 일반 사람이며 클론 학생을 교육한다. 그러나 그들을 일반 사람과 다른 존재로 여기고 묘한 혐오감을 느낀다. 클론은 학교를 졸업하고 장기를 기증한 후 회복 중인 클론을 돌보는 간병사로 일하게 된다. 클론마다 차이가 존재하지만 대략 5년 에서 10년을 간병사로 일한 후 숨이 끊어질 때까지 장기를 하나씩 기증하는 운명에 놓인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작품을 통해‘ 어떤 존재가 인간임을 정하는 것은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클론은 실존하는 인물의 신체를 본 떠 만들었기에 인간과 육체적인 차이가 없다. 클론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인간과 동일하지만 인간은 그들을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는 불과 2세기 전까지만 해 도 특정 인종이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노동의 수단으로서 대해졌단 사실을 상기시킨다.

클론의 인생을 우리의 삶에 대입해보면 흥미로운 점이 보인다. 헤일셤 학교의 클론은 자라면서 언젠가 장기기증을 해야 한단 사실을 어렴풋이 알아간다. 학교를 졸업한 후엔 간병사가 돼 장기기증을 한 클론의 곁을 지키며 자신의 미래를 더 확실히 깨닫는다. 우리 역시 어렸을 적부터 언젠간 죽는단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러다 어른이 되고 타인의 죽음을 간접적으로 겪게 되며 우리 역시 필멸의 존재임을 명확히 깨닫는다. 클론의 삶이 매 순간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은유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삶이 극히 유한하단 것을 깨달은 △루스△캐시△토미는 어떤 실존적인 선택을 하고 우리는 이러한 소설 속 내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책을 읽고 가즈오 이시구로가 던지는 인간의 실존적 질문들에 대해 성찰 해보는 시간을 갖기 바란다.

 

 

정봉비 기자 02jbb@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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