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플라스틱 없이 살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플라스틱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옷부터 칫솔까지 플라스틱의 입김이 닿지 않은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석유화학 물질로 만든 합성 소재인 플라스틱은 생산 가격이 싸고 튼튼하며 만들기 편리해 우리 삶에 풍부하게 공급된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물에 쉽게 녹거나 썩지 않아 전 세계의 골칫거리가 됐다. 매년 바다에 매각되는 플라스틱의 양은 1980년 이후 단 한 번도 감소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였다.
작가는 플라스틱의 위험성을 다룬 영화 ‘플라스틱 행성’을 보고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결심한다. 그는 다회용기를 사용하거나 자동차 이용을 최소화하며 플라스틱 없는 삶을 이어간다. 물론 마트엔 포장용 비닐이 가득하며 유기농 야채도 신선함 유지를 명분으로 진공포장된다. 그러나 그녀는 이에 굴하지 않고 농장과 직거래를 하거나 보온병에 음료를 사담으며 삶의 방식을 바꿔나간다. 작가의 노력은 공동체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녀가 소속된 마을에선 장바구니가 활성화됐고 이내 이 장바구니는 오스트리아 전역으로 퍼진다.
우리 가족은 매주 일요일 아침 분리수거를 한다. 아파트 단지 내 분리수거장에서 △비닐△종이류△캔△패트병을 분류해 버린다. 난 분리수거를 하는 것만으로 환경을 지킨다는 생각에 빠졌다. 하지만 분리수거 후 극히 적은 비율의 플라스틱만이 재활용되고 대부분은 태워지거나 바다에 버려진다. 우리가 썼던 플라스틱은 마시는 공기와 먹는 해산물로 우리 몸에 되돌아온다. 단순히 쓰고 분리해 버리는 것으론 해결되지 않는다. 사용량 자체를 줄여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는 마스크를 포함한 플라스틱 폭증을 불러왔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택배량과 배달량이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이미 지구 전체에 가득 쌓인 플라스틱은 한계치에 도달했고 우리의 유일한 집이자 터전이 돼준 지구는 더 이상 대량의 플라스틱을 소화할 힘이 없다. 암울한 현 상황에서 이 같은 소비구조가 지속된다면 다가오는 큰 재앙을 보고도 자포자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 해 지구는 스스로의 병을 가감 없이 내보였다. 전 세계에서 나타난 온도 상승과 함께 북아메리카 대륙은 몇십 년 만에 찾아온 가뭄으로 수많은 농작물이 죽어 나갔다. 유럽에선 홍수와 강 범람으로 약 200명이 숨졌다. 환경이 그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가 된 지금 플라스틱 없이 사는 것과 지구 없이 사는 것,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김하형 기자 03hahyu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