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 노력의 결과로 당연시 여겨진 건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면 성공은 장담돼 있을 것이라 자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성공은 최선을 다한 자를 위해 존재한단 말은 곧 실패가 노력하지 않은 자의 몫이란 것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1년 연기돼 지난 7월 개최되었다. 우리나라는 총 29개 종목에 238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과거 2016년 리우 올림픽에 비해 출전한 선수가 34명이나 많았으나 이번 올림픽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최종 순위 16위의 성적으로 마무리하며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5년 만의 최저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성적’이란 단어에 민감한 대중은 냉담한 반응을 보냈다. 도쿄올림픽의 다양한 종목에서 우리나라 선수의 가능성을 엿봤단 점은 사실이나 국가별 순위가 낮기에 선수들에게 칭찬과 격려만을 할 순 없단 것이다. 특히 4위에 올라 아쉽게 메달권에 들지 못한 선수들의 ‘뒷심’을 지적하며 순위가 낮은 이유는 이들의 책임이 크다고 말한다.
태극마크를 달고 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국가의 영웅이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역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가를 대표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기에 비교는 정당하며 비판은 당연시된다. 대한민국 국민은 같은 국적이란 이유로 누구나 동등하게 평가의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 4위에겐 격려와 비난이란 다른 성격의 평가가 동시에 주어진다.
우리나라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단일 종목 4위가 4번째로 많은 국가로서, 4위 순위도 4위를 기록했단 나름의 업적을 기록했다. 남자 높이뛰기 종목에 출전한 우상혁 선수는 결선에서 2m 35cm를 넘으며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2m 39cm를 넘지 못하고 다른 선수들의 공동 금메달 수여로 인해 4위에 올랐다. 주장 김연경을 필두로 한 여자 배구팀은 도미니카공화국과 일본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며 8강에 진출했다. 조별 예선도 통과하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과 달리 세계 랭킹 14위 우리나라 대표팀은 8강에서 터키와의 접전 끝에 4강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4강에서 브라질과 세르비아에 패해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고, 4위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근대 5종 종목에 출전한 정진화 선수는 동메달을 획득한 전웅태 선수에 가려져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한국 최초로 근대 5종 종목에서 4위에 올랐다.
경기 직후, 4위를 한 선수들에게 돌아간 것은 비난이 아닌 노력에 대한 찬사였다. 메달권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 평가받던 비인기 종목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김없이 비난의 잣대가 다가왔다. 4위를 기록한 것은 메달권에 진입한 선수들에 비해 우리나라 선수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충분한 노력은 성공으로, 부족은 실패로 직결된단 믿음은 사람을 쉽게 현혹한다. 성공을 말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이 주장이 제법 그럴싸하기 때문이다. 물론 노력이 성공의 핵심 요인이란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실패가 곧 노력의 부족이 아님을 지적하고 싶다. 평생에 단 한 번일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달려온 이들 중 최선을 다하지 않은 자가 있을까. 선수들은 메달권 진입 실패가 거의 확정된 상황에도 경기를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다. 메달에 상관없이 경기에 집중하고 담담히 그 결과를 받아들인다. 우상혁 선수가 2m 39를 넘지 못하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의 세트포인트인 상황에도, 정진화 선수가 4위로 달리는 순간 역시 선수들은 끝까지 경기를 이어나갔다.
정해진 결과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나태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언제나 시작은 쉽고 끝을 맺는 일은 어렵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도 실패할 수 있다. 다소 진부할지라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실패의 반증임을 일러두고 싶다. 실패의 시초엔 나태가 아닌 성공과 마찬가지로 노력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력은 성공과 실패의 연장선 위에 모두 놓여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길을 달림에도 노력을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노메달 4위에게 박수를 보낼 뿐이다.
이지율(국제지역·아프리카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