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고] 어린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등록일 2021년09월01일 00시5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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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어린이라는 세계’는 어린이 독서 교실을 운영하는 저자가 어린이들과의 일화를 통해 어린이의 세계를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먼저 저자는 어린이에게 ‘착하다’란 칭찬을 할 땐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린 주로 어른의 말을 거스르지 않는 어린이에게 착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이는 위계적인 표현이다. 일본의 사회학자인 가토 다이조는 책 ‘착한 아이의 비극’에서 ‘착한 아이 콤플렉스’란 개념을 설명한다. 어린이는 타인에게 착하다고 인식되기 위해 내면의 욕구나 소망을 억압하는 말과 행동을 반복한다. 그렇게 타인 판단 위주의 행동이 고착화된 어린이는 자신의 느낌이나 욕구를 계속해서 억압해 성인이 돼서도 스스로를 검열하게 된다. 이런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아동 대상 범죄에 이용되기도 한다. 어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이용해 도움을 요청하는 척하며 어린이를 유괴한다거나 어린이에게 해를 가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저자는 ‘어린이’란 단어에 대한 인식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최근 △요린이△주린이△헬린이 등의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각각 △요리△주식△헬스와 어린이의 합성어로 어떤 분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는 어린이가 미숙하고 불완전하단 의미가 담겼다.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란 용어를 만든 이유는 ‘이놈’, ‘어린 것’과 같이 아동을 폄하하는 단어만을 사용하던 당시 사회 분위기에 맞서 아동을 존중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어린이에 대한 존중과 관용이 부재한 사회에서 만들어진 위와 같은 신조어는 단어의 본 취지와 맞지 않는다. 아동문학평론가인 김지은 서울예술대학교 문예학부 교수는 “어린이를 폄하하는 신조어에 계속 노출되면 어린이는 자신을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난 어린이를 나와 다른 존재로 타자화했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어른이 어린이를 미숙한 존재로만 인식하며 타자화하기 시작하면 어른과 어린이는 동등해질 수 없단 걸 느꼈다. 흔히 볼 수 있는 아동 관찰 예능 프로그램은 어린이의 의사는 배제한 채 이뤄진다. 시청자는 어린이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악성 댓글을 달기도 한다. 또한 △쇼핑몰△식당△카페 등에서 어린이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은 어린이가 자신이 문젯거리란 인식을 형성하게 한다. 어린이를 배제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어린이가 시민으로서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어린이에 대한 권리침해가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어른들의 책임과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임채영 기자 02korea@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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