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학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중 하나는 균형이다. 학교 문제를 취재할 땐 학생의 입장만 싣는 것이 아닌 학교의 입장도 들어봐야 하며, 그 둘의 분량은 한쪽에 치우쳐선 안 된다. 외대학보는 학생자치기구가 아닌 총장의 이름을 걸고 발행하는 학교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런 균형은 비단 학교 문제를 기사로 작성할 때만이 아닌 사회 문제를 바라볼 때도 해당한다. 의제에 찬성하는 사람을 취재했다면 반대하는 사람도 취재해야 한다. 모든 의견을 전달해야 독자가 어떤 의견이 설득력이 있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로 활동했을 땐 이런 균형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했다. 학보에 들어오기 전, 학교에 발생한 문제 상황을 자세히 알아보지 않고 학생에게 불리한 면만 본 후 학교를 비판했던 적이 많았기에 그렇다.
그러나 학보 기자로서 상황을 취재해 보면 학교도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음을 알게 될 때가 대부분이었다. 사회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사회의 모든 의견엔 각자의 논리가 있었다. 그러나 편집장이 된 후론 이런 기계적 중립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어떤 집단의 논리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억지로 만들어 낸 논리일 경우에도 입장을 기사에 실어야 하는 건지, 그들에게 마이크를 쥐여줌으로써 오히려 약자를 위축시키는 건 아닌지 고민했다. 이에 기사를 수정할 때 집단에 상관없이 주장의 논리성을 가장 먼저 확인했다. 논리적이지 않은 주장이라면 과감하게 삭제할 때도 있었다.
그래선지 1055호 발행 이후 기사의 방향이 너무 편파적이란 말을 듣기도 했다. ‘20대 남녀의 표심 차이 분석’이란 민감한 주제를 다루면서 한쪽 성별에 치우쳐 기사를 작성했단 것이다. 그러나 난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모든 입장에 주목했고, 젠더 갈등이 아닌 20대의 상황을 포괄적으로 바라봐야 한단 게 결론이었단 점을 떠나 기계적 중립은 균형이 아니라 보기 때문이다. 이미 한쪽으로 기운 시소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며 가운데에 서는 건 강자에게만 도움이 된다. 약자는 계속 약자가 된다.
이런 가치관을 갖고 이번 학기 학보를 편집했다. 독자가 학보 기사에 실린 다양한 주제와 관점을 읽으면서 어떤 것에 집중해야 균형 잡힌 사회에 다가갈 수 있는지 생각해 봤으면 했다. 외대학보가 앞으로도 주목받지 못하는 학교 문제, 기성 언론에서 다뤄지지 못한 사회 문제에 관심 갖길 바란다. 물론 어떤 관점이 약자를 위한 것인지 판단하는 건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것보다 어렵다. 그러나 그런 고민을 거친 글만이 학교 구성원에게 유익한 글이라 생각한다. 앞으로의 외대학보를 기대하며 외대학보에서의 마지막 글을 마친다.
이현지 편집장 100hyunzi@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