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20일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World Refugee Day)’이다. 국제 협약에 따르면 난민은 ‘본국에서 사회적 구분이나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의 차이로 인해 박해의 위험을 받는 자’를 지칭한다. 경제적 동기에 의한 불법 입국은 난민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현실에선 이 둘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 내는 것이 어렵다. 정치·사회적 문제는 경제적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난민은 유형에 따라 △국외 난민△국내 유민△망명 신청자의 세 종류로 구분한다. 국외 난민(refugee)은 자국을 떠나 타국에 살고 있는 경우를 지칭하며, 자국에 살기는 하되, 안전한 지역으로 피신하여 거주하는 경우는 국내 유민(internally displaced person)으로 구분한다. 또한 다른 나라에 입국한 후,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한 경우는 망명 신청자(asylum-seeker)가 된다. 엄격한 의미에서 난민은 자국을 탈출했단 점에서 국외 난민과 망명 신청자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하는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난민 수는 2010년 이후 급증하여 지난 10년간 두 배로 늘어났다. 2019년 기준 전 세계 난민 수는 7,950만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1%를 차지하는데, 이 중 40%는 만 18세 미만의 아동과 청소년이다. 전체 난민 중 국외 난민은 2,960만 명이며, 망명 신청자 수도 420만 명에 이른다. 그런데 이 중 68%는 △남수단△미얀마△베네수엘라△시리아△아프가니스탄 등 5개국에서 발생한 난민들이다. 즉 소수의 국가에서 발생하는 대량 난민이 전 세계 해외 거주 난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난민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민과 같은 국경 간 인적 이동을 설명하기 위한 틀로는 ‘Push-Pull 이론’이 있다. 본국에서 이민을 떠나도록 ‘밀어내는(push) 요인’이 있는 반면, 대상국에서는 이민을 ‘끌어당기는(pull)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본국의 △낮은 소득수준△높은 실업률△정치적 불안 등은 밀어내는 요인에 해당하며, 대상국의 높은 소득수준, 안정적 환경 등은 끌어당기는 요인에 해당한다. 이 이론을 난민에 적용할 경우, 난민이 발생하는 주원인은 밀어내는 요인 때문이다. 내전과 같은 극심한 정치적 혼란과 생존에 대한 위협이 국외로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전 세계 난민 수는 2014년 시리아 내전이 격화되면서 급증했다. 2010년 OECD 회원국에 유입된 난민 수는 36만 명이었으나, 2015년엔 166만 명으로 급증했고, 이 중 130만 명이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향했다. 시리아 난민의 비중은 거의 30%에 달했는데, 시리아 내전이 장기화되며 상대적으로 가까운 유럽으로 탈출해 온 것이다. 특히 △그리스△이탈리아△헝가리 등 지중해 연안 또는 국경 국가에 난민이 집중되었다. 국경통제를 통해 난민을 이웃 국가로 몰아내는 현상까지 속출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예멘 난민 500여 명이 말레이시아를 거쳐 제주도에 입국하면서 난민의 수용 여부를 놓고 많은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난민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래된 문제다. 최근엔 기후변화와 재난에 의해서도 난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난민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난민 사태는 한 국가의 문제가 국경을 넘어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전형적인 예다. 어찌 보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국제적 확산과 같은 이치이다. 이 경우 여러 국가의 대응은 두 가지 균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첫 번째는 모든 국가가 자체적으로 국경통제를 강화하는 방법이다. 국가의 역할이 국민의 보호라는 점에서 이는 당연한 조치이다. 그런데, 모든 국가가 울타리를 높인다고 난민이 발생하지 않을까? 두 번째 균형은 국가 간에 협력 또는 공조를 하는 경우다. 난민이 발생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특정 국가의 정치·경제적 상황이 자국민을 밖으로 몰아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난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애초에 취약국의 상황에 관심을 기울이는 선제적 조치가 더 효과적일 것이다. 국내 난민신청자 수는 2010년엔 430명에 불과했으나, 2018년엔 16,150명까지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적으로는 난민수용 및 사회적 통합, 평화로운 송환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국외적으로는 장기적으로 취약국의 거버넌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교육△보건△시민협력 등 전방위적인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며, 이를 공공외교와 결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강유덕(LT학부 교수, 외대학보 편집인 겸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