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에선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아빠 ‘제이콥’은 아칸소 주의 인적 없는 곳에 이동식 차를 두고 산다. 그는 병아리 감별사로 일하는 동시에 한국식 채소를 재배하고 납품해 큰돈을 벌겠단 꿈을 가지고 산다. 반면 엄마 ‘모니카’는 딸 ‘앤’과 아들 ‘데이빗’의 교육을 위해 도시에서 살길 원한다. 특히 데이빗이 심장질환을 앓고 있어 병원과 가까운 곳에 살고 싶어 한다. 제이콥의 농사는 몇 번의 착오를 걸쳐 성공 가도에 오르지만 그럴수록 가족과의 사이는 멀어진다. 그러던 중 △부부갈등△‘순자’ 할머니의 뇌졸중△이민 적응 문제가 발생했고 데이빗의 건강 상태까지 악화하며 가족은 무너진다. 심지어 갑작스런 화재가 발생해 농작물이 다 타버려 납품이 불가능해지고 제이콥은 모든 걸 잃게 된다. 그러나 제이콥 가족은 이 사건 이후 서로의 소중함을 깨달으며 더 단단해진다. 이 영화는 가족 내부 갈등에 초점을 맞춰 이민자의 설움을 그려낸다. 또한 영화 속 언뜻 비춰지는 이민자를 향한 차별은 그들이 외부로부터 겪는 아픔을 보여준다. 미국 사회는 해당 영화에 크게 공감했다. 전 세계 이민자의 19%가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만큼 이민자 문제는 그들에게 먼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나리는 이번 해 미국 LA에서 열린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이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미나리는 미국인이 투자하고 배급한 영화로 사실상 미국 영화다.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이 한국인 이민자고 한국어 대사가 많이 나왔단 이유로 외국어 영화로 분류됐다. 이 같은 미국의 모습은 ‘이민자의 나라’라 불리는 미국 사회에 존재하는 모순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나리의 배경은 1980년대지만 지금의 아시안 이민자가 경험하고 있는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16일에 발생한 애틀랜타 총격 사건은 아시안 혐오 범죄로서 미국 사회의 모순이 드러나는 예시다. 해당 사건에서 총 8명이 사망했고 그중 6명이 아시안 여성이다. 생존자는 ‘범인이 모든 아시안을 죽이겠다고 말했다’란 목격담을 진술했다. 그러나 미국 경찰은 이를 언급하지 않고 성중독증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라며 아시안 혐오 범죄가 아니라 발표했다. 또한 ‘아시안 아메리칸 태평양계 연합(AAPI)’이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폭력과 범죄 방지 대책을 위해 만든 기구 ‘Stop AAPI Hate’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이번 해 2월까지 신고된 아시안 혐오 행위가 3,795건에 달한다. 이는 미국 사회 내 아시안이 받는 처우의 열악함을 상기시킨다. 미나리를 통해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단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민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세상에 다양한 인간이 살고 있단 점을 인지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본다.
양채은 기자 03chaee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