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대학상권, 막막한 상인들

등록일 2021년10월24일 12시3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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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상황이 2년간 지속되며 학교로 향하는 학생들의 발걸음은 현저히 줄었다. 이는 자연스레 양캠퍼스(이하 양캠) 대학상권에 큰 타격을 입혔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영업시간 단축까지 겹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양캠 대학상권의 생생한 현장을 알아보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학교의 도움 방안과 정부 및 지자체의 대책을 알아보자.

 

◆적막한 서울캠퍼스의 상권  

후문에서 13년째 ‘예향 칼국수’를 운영하는 A 씨의 첫마디는 “이젠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였다. “매출이 60% 줄어 겨우 운영하고 있다”며 “예전엔 점심에 줄을 서서 먹던 맛집으로 유명했지만 현재는 단골손님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재료비가 최대 50%까지 올라 수익이 나지 않는 메뉴를 없애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며 경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자식 같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장사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줄여서라도 가격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벌이를 할 만큼 수익이 나진 않지만 봉사하는 마음으로 운영 중이다”라고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A 씨의 이번 해 가장 큰 바람은 코로나19 이전만큼은 아닐지라도 학생들로 북적이는 거리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이다. 외대앞역 3분 거리에서 주점‘1988’을 운영하는 B 씨는 영업시간 제한까지 겹쳐 “매출이 80%가량 줄었다”고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현재 1988 주점을 포함한 대부분의 주점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맞춰 6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주점은 8시 이후 방문하는 손님이 가장 많기 때문에 영업시간 제한은 곧 주점의 폐업을 바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9시까지 영업할 땐 하루에 받은 손님이 최대 6팀을 넘지 못했다”며 “영업시간이 연장된 지금은 비교적 낫지만 여전히 상황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고 밝혔다. “금요일이면 거리가 꽉 찼지만 이젠 불금도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인건비△월세△전기세△재료비를 감당하며 가게를 운영하기보단 장사를 하지 않은 채 월세만 내며 버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상인이 많은 상태다”며 현재 상황을 전했다. 정문에서 ‘쟁반노래방’을 운영 중인 C 씨는 대기업 정년퇴직 후 아들이 차려준 노래방이라고 소개했다.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는 게 삶의 낙이었어요.” C 씨는 노래방에 온 학생들 덕분에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젊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취재 온 기자와 오늘 처음 대화를 나눈다며 반갑단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이후 C 씨는 그동안 묵혀뒀던 속마음을 모두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2년 동안 보증금을 거의 다 잃었다”며 “집에 있는 게 답답해서 나온다”고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술 한잔 걸치고 오는 곳이 노래방인데 10시까지면 누가 오나요?” C 씨는 영업시간 제한이 유흥시설을 죽이고 있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잘 사는 사람들의 탁상행정으로 정해진 거리두기 단계는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며 “소상공인을 생각해 영업시간을 12시까지 만이라도 늘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C 씨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전환돼 반갑게 학생들을 맞이하는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고립된 글로벌캠퍼스 대학상권, 얼어가는 지역 경제    

“가게를 팔고 싶어도 팔리지 않아요.”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학생들에게 유명식당으로 통하는 ‘철판과 친구들’은 가게를 내놓은 상황이다. 가게를 운영하는 D 씨는 “코로나19로 인한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가게를 내놨지만 팔리지 않아 이번 해 4월에 다시 가게를 내놨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패해 D 씨는 가게를 울며 겨자 먹기로 운영 중이다. 모현사거리에 대해선 한마디로 ‘죽음의 거리’라고 표현했다. “학기 중이지만 가장 힘들었던 코로나19 이전 겨울 방학 기간보다도 매출이 떨어진다”며 “보험을 해약하고 대출을 받아 생계를 유지해왔다”고 토로했다. 모현 주민에게 매출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모현 인근 주민은 가까운 분당이나 서현 등의 번화가로 나가기 때문에 학생들이 없으면 버려진 동네인 셈이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게 D 씨는 희망조차 잃은 채 가게가 팔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글캠 주변에서 문을 연 주점은 손에 꼽힌다. 그럼에도 가게를 영업하는 ‘주류창고’ 상인 E 씨는 어두운 표정으로 “주점은 살아남기 어려워요”라고 말했다. 주류창고도 영업시간 제한의 타격을 피할 순 없었다. “매출에 타격을 입어 개업 시간을 점심으로 앞당겼지만 술집이란 이미지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포기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개강총회 뒷풀이△선배와의 밥약△새내기 간 어색한 만남 등 학생들의 북적거림이 주점을 채웠는데 요즘처럼 학생이 없는 주점은 재미도 없어요.” E 씨는 시끌벅적하던 학기 중을 그리워한다. 방학 땐 손님을 아예 한 팀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학기 중이지만 벌써 겨울방학 운영이 걱정돼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침체된 우리 대학가를 위한 안전망은?    

서울특별시 우리가게 상권분석서비스를 통해 정문부터 외대앞역까지 이어지는 상권인 휘경로 2길과 휘경로 3길의 상권 현황을 살펴봤다. 2019년 일반 음식점 기준 총 223개의 가게가 있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번 해엔 205개의 가게만이 남았다. 주점의 경우에도 2019년 기준 48개에서 이번 해 37개로 줄었다. 동대문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동대문구 일반 음식점 폐업 건은 총 351건이었으며, 이번 해 7월부터 9월 24일까지를 기준으로 총 60건이 신고됐다.   지리적 특성상 외부의 접근성이 낮은 글캠 상권의 침체 현황은 더욱 심각했다. 글캠이 위치한 모현읍의 경우 학교가 있기에 상권이 형성됐던 만큼 지역과의 연계성이 강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 기준 모현읍의 총 유동인구는 6,663,548명이었지만 같은 해 4월 기준 총 유동인구는 5,001,487명으로 줄었다. 경기도 상권정책지원 서비스를 통해 조사한 결과, 모현읍의 외식업 1년 생존율은 지난 해 77.6%에서 이번 해 63.8%로 13.8% 포인트 감소했다. 글캠을 포함해 많은 대학이 위치한 용인 또한 경제적인 어려움을 크게 겪고 있다.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용보증지원실적 현황에 따르면 용인시 기준 2019년엔 4,988건의 신용보증지원이 이뤄졌지만 지난해엔 11,767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청춘의 열기와 뜨거움의 상징이던 대학가는 이제 옛말이 됐다. 학생으로 북적여야 할 거리는 활기를 잊은 지 오래다. 폐업한 가게의 수치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보여주지만 현장의 분위기를 모두 대변하진 못했다.   대학 상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정부△지자체△학교에서 시도했다. 정부에선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지급 외에도 지역별로 상권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시행했다. 동대문구는 △서울신용보증재단 동대문지점△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과 협약을 체결해 200억 규모의 소상공인 무이자 융대 정책을 펼쳤다. 용인시에서도 소상공인을 위한 △공공요금 지원△소상공인 특례보증 및 이차보전 사업△수출업무 지원센터 운영△용인시 자체 지원 소상공인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대책을 세웠다. 또한 경기도는 마이너스통장 대출인 ‘경기 소상공인 코로나19 극복통장’을 만들어 소상공인들을 지원했다. 학교 측에서도 학생의 상권 이용을 장려하기 위한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의 일부 학과는 식당과의 연계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LD학부는 △고수찜닭△크레이저 커피△탕화쿵푸△빵명장 등과의 협약을 통한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글캠의 경우 제42대 총학생회 ‘온(ON)’이 ‘온(ON)식당’ 행사를 진행해 ‘청춘연가’와 ‘이태리식당’의 음식을 각각 학생 80명에게 제공했다.   다양한 정책과 행사를 통해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부족한 안내와 한정적인 지원 대상은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경기 소상공인 코로나19 극복통장은 △사회적 약자△중·저 신용자△저소득자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2천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동대문구의 소상공인 무이자 융대 정책의 경우 취재를 진행했던 설캠 상권 7곳 모두 해당 정책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용인시가 진행한 소상공인 긴급재난지원금의 경우 취재를 진행한 대부분 상인이 이를 지원받았지만 SNS 사용이 서툰 상인들은 이를 알지 못했다. 동대문구와 용인시 모두 소상공인 지원 정책에 대한 안내문을 발송하지 않고 SNS를 통해서만 정보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용인시의 자체 지원 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사업은 끝난 지 오래다. 그러나 아직 해당 사업이 용인시청 홈페이지에 노출돼 있어 소상공인의 혼란을 자아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포용적인 회복과 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해 하반기 5차 지원재난금인 ‘행복지원자금’ 지급과 ‘손실보상법’을 통해 소상공인을 지원할 예정이다. 동대문구청에서도 이번 해 하반기 50억 규모의 중소기업자금 마련 정책을 실시할 계획이다.   대학상권은 학생 없이 살아날 수 없다. 상인들은 가격을 동결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며 학생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지역 사회의 도움과 학교의 자체적인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양채은 기자 03chaeeu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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