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작가 ‘보후밀 흐라발’(이하 흐라발)은 1914년에 태어나 공산주의 정권의 감시 아래 약 34년 간 작가의 삶을 이어나갔다. 흐라발은 프라하의 카렐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지만 1939년 나치에 의해 대학이 폐쇄된 뒤 △단역 연극배우△전보 배달부△전신 기사△제강소 노동자△창고업자△철도원△폐지 꾸리는 인부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한다. 흐라발이 발표했던 대부분의 소설 작품들이 체코 정부에 의해 금서로 지정되고 출판이 금지돼도 그는 끝까지 체코를 떠나지 않았다. 이러한 약력이 보여주듯 흐라발은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았다기보단 살아 있기에 글을 썼던 사람이다. 책 ‘너무 시끄러운 고독’ 역시 흐라발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실존의 기록이다. 주인공 ‘한탸’는 35년째 폐지 압축공으로 일하고 있다. 지하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은 △생쥐△오물△책△폐지 더미로 가득 차 있다. 한탸는 언제나 술에 취한 채 폐지 속에 섞여 있는 헌 책을 뒤지고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하루 종일 읽으며 그 뜻을 음미하고 사색에 빠진다. 혹은 그가 사랑했던 연인이나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을 몽롱한 상태로 회상하거나 삶의 부조리함에 대해 생각한다. 이런 생활이 지속되다 보니 한탸의 교양은 차고 넘쳤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괴테△노자△헤겔의 환영을 보는 지경에 이른다. 한탸에게 있어 책은 고독의 피신처이자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물성을 지닌 존재가 돼버린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 한탸를 고깝게 보던 소장은 그를 해고하고 그보다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사회주의 노동단원 청년 2명을 고용한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한탸는 실존적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1960년대 체코 사회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기치로 사회를 획일화시킨 전체주의적 분위기가 지배했다. 인간은 사회의 발전을 위한 도구로써 노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할 의무를 지녔다. 국익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사회에서 인간의 개별성이 살아 숨 쉴 틈은 없었다. 작중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고 삶의 이유로 삼았던 한탸가 효율적이지 못하단 이유로 직업을 잃게 된 장면은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흐라발은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 했을까? 소설 속 반복되는 한탸의 대사인 “하늘은 인간적이지 않다. 그래도 저 하늘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연민과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가 힌트가 될 수 있다. 하늘로 표상되는 신 혹은 운명은 우리가 비인간적인 삶을 살아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인간은 오히려 같은 인간이 비인간적인 삶을 사는 데 일조한다. 하지만 동시에 오직 인간만이 연민과 사랑을 통해 인간다운 삶의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 또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깊이 성찰할 기회를 갖길 바란다.
정봉비 기자 02jbb@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