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가 약 8년 만에 전기요금 인상을 공고했다. 이번 4분기부터 전기 생산에 들어갈 연료인 △액화천연가스(이하 LNG)△유류△유연탄 등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한전이 지불해야 할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RPS)와 탄소배출권거래제(ETS)를 포함한 기후·환경비용이 증가했다. 이는 자연스레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필요성에 대한 논의로 이어졌다. 이에 △탈원전 정책△탈원전 정책의 빛과 그림자△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전기요금 인상과 탈원전 정책 지난달 23일 정부는 연료비 인상과 기후·환경비용 증가를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했다. 이번 인상으로 월 평균 350kWh 이하를 사용하는 4인 가구는 1,050원의 전기요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지난해 한전은 전기생산에 들어가는 연료비를 3개월 단위로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사용량에 따라 단일 요금을 부과했던 기존 방식과 달리 연료비에 따라 전기 요금이 책정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석유△석탄△LNG 등 연료 구매에 사용한 비용을 분기마다 전기요금에 반영하게 됐다. 일부 국민은 정부가 지난해 수립한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이번 달 4분기 전기요금이 인상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전의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RPS)와 탄소배출권거래제(ETS)의 비용을 포함한 기후·환경비용 지출 규모는 매해 늘고 있다. 이에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정부에서 계획한 신재생에너지 생산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958년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원자력발전을 도입했다. 1978년 4월 고리원전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21기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다. 설비용량은 1,872만kWh로 △미국△프랑스△일본△러시아△독일에 이은 세계 6위 규모다. 2009년의 경우 국내 원자력발전량은 1,478억kWh로 우리나라 총 에너지 발전량의 34.1%를 차지했고 이는 우리나라 전 가정이 약 3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문재인 우리나라 대통령(이하 문 대통령)은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으로 탈원전 정책을 내세웠다. 원자력을 사용하지 않겠단 목표로 △노후원전 수명중단△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월성 1호기 폐쇄를 계획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와 LNG의 비율을 2030년까지 각각 20%와 37%로 늘리고 원전 비율을 18%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당선 이후 문 대통령은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호기와 6호기의 공사를 3개월간 일시 중단했다. 또한 시민 배심원단으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가 공사의 재개 여부를 결정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1,000억 원의 손실과 원자력업계의 반발이 일어났다. ◆탈원전 정책의 논쟁 원전 사고에 대한 위험성은 탈원전 정책 시행의 중요한 근거 중 하나다. 도쿄 신문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인근 주민 99,000여 명이 방사성 물질 누출을 피해 객지 생활을 시작했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발생 당시 일본 정부는 방출된 방사성 물질량에 따라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최고 수준인 7등급을 발표했다. 이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정한 원자력 사고 등급 중 최고 수준의 위험한 단계다. 사고 직후 제1 원전에선 시간당 25,000mSv에 달하는 방사선 수치가 측정됐고 이는 사람이 20분 안에 사망할 수 있는 양으로 알려졌다. 원전 부지 및 인근에선 △베크렐△세슘△요오드 등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고 원전에서 240km 이상 떨어져 있는 도쿄에서도 해당 물질이 발견됐다. 또한 도쿄 근처의 각종 농산물과 수산물에서 높은 수치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이후 △러시아△우리나라△중국에서도 공기 중으로 흩어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고 바다로 유입된 방사능 오염수는 해류를 타고 태평양에서 세계 전역으로 퍼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원전 사고의 위험성이 예상만큼 높지 않다고 주장한다. 해외에선 △소련 체르노빌 원전△미국 쓰리마일 섬 원전△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지만 우리나라에선 1978년 고리 1호기가 가동된 이래로 40년간 25기의 원전에 단 1건의 사고도 없이 운영된 점을 짚었다. 원자로와 원자로 냉각재 계통이 설치된 격납고가 없었던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제외하면 원전 사고로 인해 직접적인 방사능 피해로 사망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단 것이다. 탈원전 정책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지속적인 투자를 한다면 향후 발전 단가가 하락할 수 있단 전망도 존재한다. 기후·환경 전문가들은 2028년이 되면 우리나라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원자력에너지보다 더 저렴해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우리나라는 미국·유럽연합(EU)과 달리 △사고대응 비용△폐로비용△핵폐기물 처분비용이 원전의 경제성 평가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물론 신재생에너지 위주의 탄소중립 달성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단 목소리도 존재한다.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가 날씨 등 외부요인에 좌우돼 에너지 단가가 상승한단 것이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을 없애며 시행하는 탄소중립 정책은 전기료 폭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야 할 방향 2015년에 실시한 21차 유엔(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선 195개의 국가가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채택했다. 이는 지구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잔 내용을 담고 있다. 2030년까지 △우리나라△유럽연합△미국 등은 각각 △40%△37%△28%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한다. 또한 해당 협정에선 온실가스 배출을 막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의 사용의 불가피함을 강조한다. 이를 계기로 세계 각국에선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환경보호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현재 노르웨이는 국가 전력 생산량의 96%를 수력 발전을 통해 얻고 있다. 더 나아가 노르웨이는 기존 전체 에너지 생산량 중 극히 일부만을 차지했던 풍력에너지를 추가 생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에 비해 에너지원의 밀도가 낮고 날씨의 의존도가 높아 에너지 생산이 어려울 수 있단 우려가 존재한다. 최근 영국 전역에 무더위가 지속하며 해안에 설치된 풍력발전 터빈이 멈춰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실제로 영국에선 전력 생산의 25%를 풍력발전에 의존하기에 해당 상황이 문제가 됐다. 전력부족은 영국과 전력망이 연결된 유럽 각국으로 번져 독일의 전기요금 급등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이번 해 브라질의 전기요금이 16%가량 상승했다. 브라질의 수력발전 의존도가 60% 이상인 상황에서 수개월째 가뭄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례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에 의존하면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판 콘스탄티노프(Stephan Konstanstnif) 에너지데이터(ENERGYDATA) 기업 대표는 “부족한 전력량을 메우기 위해 가스와 석탄 발전소가 재가동됐다”며 “탄소배출 규제의 이유로 기피했던 석탄 발전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원전 폐쇄와 신재생에너지 사용엔 빛과 그림자가 모두 존재한다. 전 세계가 △안정적인 에너지 생산과 공급△에너지 효율△환경보호를 고려한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박채빈 기자 02chaeb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