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우엘벡’은 현존하는 프랑스 작가 중 가장 논란이 많은 인물일 것이다. 1958년 프랑스령 라 레위니옹 섬에서 태어난 그는 대학에서 농업 경제학과 정보학을 공부한 후 컴퓨터 프로그래머나 국회 비서로 일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다가 1994년 첫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그의 소설은 늘 경제적 요건에 종속되고 성과 소비문화에 중독돼 자유로운 삶을 누리지 못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담아 서구 자유주의 물결의 이면을 다뤘다. 특히 작가는 경제적·성적 자유주의 사회에서 고통받으며 체제에서 탈락하는 남자의 내면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1998년 발표한 소설 ‘소립자’는 이런 문제의식을 더욱 확장시켜 프랑스 사회에 상당한 논란을 낳았다. 주인공 ‘브루노’와 ‘미셸’은 어머니가 같은 이부형제다. 1950년대 당시 프랑스로 유입된 자유로운 미국 문화에 영향을 받은 어머니는 브루노와 미셸에게 충분한 보살핌이나 사랑을 주지 못한다. 두 형제는 정반대의 외모와 기질을 지녔다. 할머니 손에 자란 브루노는 작고 뚱뚱했으며 친구가 없었다. 심한 애정 결핍을 앓던 브루노는 항상 친구와 애인을 갈망하며 성적 환상에 몰두한다.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던 그가 유일하게 몰두했던 일은 글쓰기였다. 반면 조각 같은 외모를 지닌 미셸은 수학과 과학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 그러나 인간의 감성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는 능력이 결여됐다. 사랑을 할 수 없단 점에서 두 사람은 닮았다. 사랑을 얻지 못하는 삶을 살았던 브루노는 결핍의 산물인 글을 얻었으나 홀로 정신병원에 들어가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다. 사랑하지 못하는 삶을 살았던 미셸은 뛰어난 과학자가 되지만 끝내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고 새롭게 진화한 인간 종을 연구하다가 실종된다. 소립자가 출간됐을 무렵 프랑스 문단은 엄청난 논쟁에 휘말렸다. 1968년 프랑스 사회변혁 운동의 주연인 ‘68세대’의 자손이자 사랑을 할 수 없단 설정을 가진 브루노와 미셸이란 캐릭터 자체가 프랑스 좌파가 자랑스런 역사로 기억하는 ‘68혁명’의 비판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사랑과 자유를 추구하던 68세대는 자본주의의 비호 아래 물질주의와 성적 타락에 경도돼 자식 세대에게 사랑의 가치를 전달하지 못했단 것이다. 프랑스 문단에서 벌어진 이 소요는 우리나라의 정치적 상황을 상기시킨다. 자유와 정의를 기치로 독재정권에 저항하던 486세대는 이제 우리나라의 명실상부한 어른 세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그들의 자식 세대는 누구보다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부르짖고 있다. 그리고 혐오의 시대 속에서 나와 다른 자를 포용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의 시대상에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세대 갈등을 비춰보고 이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
정봉비 기자 02jbb@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