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 내무부가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에 정권을 이양했다. 2001년 미군 주도로 탈레반 정권이 붕괴된 지 20여 년 만이다. 과거 1996년부터 5년간 탈레반이 아프간을 통치했을 때 여성은 교육 및 취업의 기회를 빼앗겼고 15세 이하 어린 소녀와 탈레반 대원의 강제 결혼도 빈번하게 이뤄졌다. 현재 탈레반의 임시 내각은 남성 인사로만 구성돼 있다. 여자가 공공기관에 가기 위해선 반드시 한 명 이상의 남자를 대동해야 한다. 지난 8월 탈레반 재집권 당시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발언의 진정성에 의문이 든다. 아프간의 소녀 ‘마리암’은 15살에 40대 구두 수선공 ‘라시드’에게 강제로 시집을 가게 된다. 남편의 일상적인 폭력과 일곱 번의 유산은 그를 병들게 했다. 결혼 후 15년이 지나도 마리암이 아이를 낳지 못하자 라시드는 14살 소녀 ‘라일라’를 둘째 부인으로 맞이한다. 마리암과 라일라는 라일라의 딸 ‘아지자’를 함께 돌보며 나이를 극복한 우정을 경험한다. 라일라가 다른 남자를 만났단 이유로 라시드가 그를 죽이려 하자 이를 막는 과정에서 마리암은 삽으로 라시드를 죽인다. 그는 라일라를 위해 탈레반에 자수하며 사형을 받아들인다. 남겨진 라일라는 마리암을 기억하며 배 속 아이의 이름을 마리암으로 짓는다. 지금 아프간에서 가장 잘 팔리는 물건은 부르카(Burka)다. 탈레반의 재집권 이후 아프간의 여성은 살기 위해 부르카를 입어야 한다. 부르카를 입지 않은 채 길거리를 활보하는 여성은 탈레반에게 총살당할 수 있다. 부르카는 천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가리는 복장이다. △눈을 제외하는 니캅(Niqab)△얼굴을 제외하는 차도르(Chador)△머리카락과 목만 가리는 히잡(Hijab)과 비교하면 가장 엄격한 복장이다. 책 속의 마리암 역시 의무적으로 부르카를 착용했다. 그녀는 “주름진 천이 입을 질식시킬 것처럼 압박하는 게 싫었다”며 “부르카는 한쪽에서만 볼 수 있게 된 창문 같았다”고 설명한다. 물론 부르카 착용은 종교적 의미를 내포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착용을 선택한 것이 아닌 강요받았단 사실이다. 지금 아프간엔 수십만 명의 마리암이 존재한다. 그들의 시야를 가린 것은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 탈레반의 강요다. 저자 ‘할레드 호세이니’는 소설에서 정치가 아닌 인간을 보라고 강조한다. 아프간은 수십 년간 전쟁의 폭력을 견뎌냈고 자유와 권리를 위해 싸우고 있다. 작가는 지난 8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아프간은 수많은 여성이 판사와 공무원으로 일하던 자유로운 곳이었다”며 “아프간 여성의 목소리가 잠잠해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금도 카불에선 여성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최루탄과 총을 이용한 탈레반의 강압적인 대응에도 수많은 사람의 행진이 카불 거리를 채운다. 그들은 “과거로 후퇴할 수 없다”며 여성의 권리를 요구하는 한편 “정부 구성에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보여라”고 요구한다. 난 그들의 행진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잊지 않고 듣는 것만으로 카불의 거리에 서 있는 기분이 든다.
김하형 기자 03hahyung@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