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과 31일엔 G20 정상회의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됐다. 지난해 11월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가 예정됐으나, 팬데믹(Pandemic) 상황으로 인해 화상회의로 개최됐다.
지난 2019년 이후 2년 만에 대면방식으로 복귀한 것이다. 다만 △중국△러시아△일본△멕시코 의 정상△사우디아라비아 국왕 등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회의의 핵심의제는 △기후변화 대응△에너지 위기 해소△팬데믹 위기 극복 및 글로벌 경기 회복이다. 특히 기후변화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G20은 전 세계 20개 주요국의 협의체로 매년 정상회의를 비롯해, 재무장관회의, 중앙은행총재 회의를 개최한다. 또한 각 회원국은 G20을 담당하는 국제협력대사(셰르파) 제도를 운영한다. 셰르파는 연중 다양한 회의를 통해 각 회원국의 입장을 조율하고, 정상회의 의제를 발굴, 결정한다. G20은 1999년에 주요 선진국의 신흥국 재무장관 회의로 출발하였다.
그러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정상급 회의로 격상됐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공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첫 회의는 2008년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되었고, 한국은 2010년 의장국을 맡아 제5차 G20 정상회의를 주재한 바 있다. 주요 선진국 모임인 G7 정상회의에 비해 G20은 더 광범위한 협의체다. 주요 선진국 외에도 브라질, 인도, 러시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은 브릭스(BRICS) 국가들도 참여한다. 참여국 수를 보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절반씩이다. 그렇다보니 양측의 이해관계를 모두 포함하는 전 지구적, 포괄적 이슈가 논의될 수 있다.
다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모두 참여하는 만큼,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경우가 많고,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결정을 도출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G20은 전 세계 인구의 65%, 국민총생산(GDP)의 84%를 차지하기에 주요 논제에 대해 국제여론을 형성할 수 있으며, 이는 동료압박(peer pressure)으로 작용한다. G20이 한국에 갖는 특별한 의미는 무엇일까? 첫째, 개방형 다자협의체와 달리 회원국 수가 제한된다. 이로 인해 중견국은 더 큰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 주요 의제에 대해 정교한 정책을 개발, 공론화하는 것이 가능하며, G20에 참여하지 않는 다른 국가들의 의견을 수렴, 대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주요국 간에 대립이 있을 때, 중견국은 일정 부분 중재역할을 맡을 수 있다. 지난해는 팬데믹을 극복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전 세계가 힘을 모았다. 그런데 회복과정에서는 수면아래 있던 상이한 이해관계가 다시 표면화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중재를 담당할 수 있는 중견국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며 외교의 중요한 지렛대로 활용이 가능하다. 셋째, G20에서 도출된 결론은 국제기준 또는 규범으로써 의미를 갖는다. 구속력은 없지만 G20의 공동성명서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돌출행동은 어렵다. 국제적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으며, 그동안 쌓아온 외교적 자산과 명성을 일거에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G20,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등 준(準)다자협의체는 양자외교나 다자외교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평화, 공동번영, 자유무역 등의 가치를 역설함으로써 한국이 갖는 지정학적 위험을 극복하는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했다. 한국은 1996년에 이미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1997년부터 한국을 선진경제국(advanced economy)으로 분류해 왔다. 2019년에는 국제무역기구(WTO)에서 그동안 고수했던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했다. 선진국은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책임이 그만큼 더 크다. G20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만나는 협의체이며,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를 바꾼 만큼 가교역할이 가능하다. 대외적으로는 기후변화, 공정무역, 개발지원에 더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야할 필요가 있다. 국내적으로도 선진규범이 정치·경제·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강유덕(LT학부 교수, 외대학보 편집인 겸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