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다양한 분야의 사건을 처리한 김정훈(자연·전산 83) 여주경찰서장(이하 김 서장)은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범죄를 막는 경찰이다. 김 서장은 우리학교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뒤 △공공안전과장△보령경찰서장△여성청소년과장△정보과장△정부세종청사경비대장 등 여러 직책을 거쳐 이번 해 7월 여주경찰서장으로 취임했다. 시민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사는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Q1. 대학 시절 어떤 학생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열심히 공부해 어머니께 효도하고 싶단 생각을 하던 성실한 학생이었습니다. 컴퓨터를 다루는 일이 유망하단 선배의 말에 우리학교 전자계산학과에 지원했죠. 당시 우리나라에 개인 컴퓨터 보급이 막 이뤄지고 전자계산학과가 처음 생길 때라 타자기가 아닌 컴퓨터 자판을 이용해 문자를 만드는 것이 생소했어요. 데이터와 파일 같은 새롭게 등장한 컴퓨터 용어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동기끼리 소모임을 만들어 서로에게 필요한 과목을 가르쳤던 기억이 나네요.
Q2. 경찰이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졸업 후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근무하는 게 국비장학생 선발 조건이었어요. 1980년대엔 정부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그 학생이 정부가 정한 직업을 일정 기간 유지해야 하는 제도가 있었죠. 2학년 때 어머니께 경제적인 도움을 드리려고 국비장학생 선발에 지원했습니다. 매해 시골에서 어머니가 농사를 지어 얻는 수익보다 한 학기 학비가 훨씬 많이 들었기 때문이죠. 저 또한 정부의 경제적인 도움을 받아 학업을 마칠 수 있었기 때문에 국가에 봉사하고 싶단 마음도 생겼습니다.
Q3. 우리학교 학사장교 9기로 군 생활을 마치셨습니다. 학사장교 활동이 경찰 생활에 어떤 도움이 됐나요?
학사장교 생활을 통해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어요. 물론 훈련에선 소대장으로서 △독도법△소·중대 전투△화생방을 가르쳤죠. 그러나 훈련 외 생활에선 소대원과의 인간관계에 집중했습니다. 총기를 휴대한 위험한 상황인 만큼 소대원과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했어요. 덕분에 경찰이 됐을 때도 일을 하며 마주한 사람과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Q4. 오랜 경찰 생활 중 가장 보람찼던 직책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여성청소년과장을 맡을 때가 가장 보람찼어요. 여성청소년과는 주로 △아동△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 대상 범죄를 다룹니다. 이웃의 신고로 어머니와 두 딸이 사는 집을 방문한 적이 있어요. 쓰레기로 가득 찬 방에 아이들이 방치돼 있었죠. 사건 전담팀을 꾸려 사회보호 단체와 함께 집 안에 있는 4t 정도의 쓰레기를 치우고 △도배△생필품△심리상담을 지원했습니다.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존재를 위해 힘썼단 생각에 큰 보람을 느꼈죠.
Q5.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요?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정보과장을 했을 때입니다.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렸을 때 국내외 단체가 시위를 벌였던 적이 있어요. 시위를 통제했고 정상들이 묵는 호텔과 주변 시설의 안전을 담당했습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한 장면을 함께 할 수 있단 것이 기억에 남네요.
Q6. 경찰이 갖는 직업적 고충이 있나요?
365일 내내 근무 인력이 필요하단 점입니다. 경찰은 퇴근 이후는 물론 명절과 같이 법적으로 보장된 휴일에도 근무를 해야 하죠. 또한 주말에도 출근하는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가족과 대화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Q7. 경찰로서 어떤 가치관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공정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기고 있습니다. 전 어렸을 때 시골에서 자라 배움이 부족한 사람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를 여럿 봤어요. 이를 계기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청탁을 하더라도 절대 불공정한 판단을 내려선 안된단 생각을 갖게 됐죠.
Q8. 일을 하는 시간 외엔 어떤 취미 생활을 하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운동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젊을 땐 테니스와 등산을 즐겼어요. 지금은 관내에 있으란 지시를 받을 때도 아침 일찍 일어나 주변을 산책하곤 합니다. 시간이 날 땐 골프연습장에 가 골프를 치고 있습니다.
Q9. 이번 해 7월 여주경찰서장에 취임하셨는데 경찰서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여주 시민에게 안정적인 치안과 믿음직한 사회구조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경찰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이라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잔 목표를 넘어 카메라나 속도제어 표지판을 설치하는 등 여주 시민 전체의 안전을 유지하는 사회적 구조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Q10. 경찰 ‘김정훈’이 아닌 사람 ‘김정훈’이 중시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경찰서장이란 직함은 국가가 준 권한이라 생각합니다. 권한의 무게만큼 사람들에게 대우를 받기도 하죠. 하지만 이 직함을 내려놓고도 해당 권한을 가진 것처럼 대우를 바라는 사람이 존재해요. 정년퇴직이 2년 남은 지금, 평범한 시민으로서의 삶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Q11. 경찰을 꿈꾸는 우리학교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경찰에겐 공정함과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가족△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사회적 약자△지인이 찾아와도 사건과 분쟁이 발생하면 중간에서 공정하게 결정할 의무와 책임이 있어요. 또한 불합리한 일로 원치 않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에 항상 인내심이 필요한 직업이죠. 혼자 사는 할머니가 잘 계시는지, 초등학생이 안전하게 등하교를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처럼 누가 시키지 않아도 타인을 위해 자기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박채빈 기자 02chaeb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