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있지만 없는 아이들’을 읽고] 내가 나임을 인정받는 평범한 삶을 꿈꾸는 이들

등록일 2022년03월03일 22시5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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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사회 안엔 다양한 사람이 공존한다. 이 책은 그중에서 흔히 불법체류자로 불리는 미등록 이주 아동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등록 이주 아동 9명△미등록 이주 아동 부모△변호사△인권운동가 등 미등록 이주 아동과 관련된 많은 사람의 경험이 인터뷰 형식으로 담겨있어 그들의 아픔을 사실적으로 느낄 수 있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불법체류자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다. 이들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한국 문화를 바탕으로 커왔다. 자신의 모국이 어디냐는 질문에도 한국이라 답한다. 그러나 불법체류자 부모 밑에서 자랐단 이유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강제퇴거 조치를 받는다. 한국에 사는 동안에도 주민등록이 돼 있지 않아 일반적인 삶을 누리기도 어렵다. 몽골 국적의 부모 아래 한국에서 태어난 ‘마리나’는 또래 친구들처럼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 가기△핸드폰 개통 및 은행 업무△학교 현장 체험학습 등 우리가 당연히 누렸던 것들을 누리지 못한다. 심지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유행하기 시작한 후 정부와 시 자체에서 지급하는 마스크를 받지 못하거나 QR코드 인증도 하지 못해 집 밖을 나가기조차 어렵단 이야기를 전했다. 병원비가 부담돼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예방접종도 받지 못하는 등 기본적인 복지와 보험 혜택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 아동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간단 것이다. 한국에서 공부하고 문화를 배운 아이들이지만 수학능력시험을 보지 못하며 대학에 진학하기는 매우 힘들다. 모두 자신의 미래를 찾아가는 시기에 자신이 버려질까 벼랑 끝에 매달려 울부짖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나라가 미등록 이주 아동을 대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엔 아직 불법체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하다. 2018년 여성가족부에서 4,000명을 대상으로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를 즉각 송환하는 ‘이주자 송환정책’의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즉각 송환 정책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비율이 84.1%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불법체류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먼저 이들을 불법체류자로 만든 배경을 고려해야 한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비전문 취업 비자 체류 기간은 짧으며 가족에겐 비자를 주지 않아 생이별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불법으로라도 가족이 관광비자로 들어와 비자가 만료돼도 숨어 지내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한국에선 그들의 노동을 필요로 하지만 기회가 되면 본국으로 내쫓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가는 이런 사회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이들을 ‘불법’이란 말 대신 △미등록 이주노동자△서류 미비 노동자△초과 체류자란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불법이란 단어로 존재 자체를 불법으로 정의하기보다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온 정체성을 부여하잔 것이다.  

미등록 이주 아동이 원하는 것은 큰 바람이 아니다. 그저 내가 나임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다. 있지만 없는 아이들, 유령처럼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방안을 고안해봐야 할 시점이다.

 

 

양채은 기자 03chaeeu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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