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 <펭귄의 우울> - 지워지지 않는 우크라이나의 우울 -

등록일 2022년03월16일 18시2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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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2월 26일 소비에트 연방(이하 소련)이 해체됐다. 이에 같은 연방에 속해 있던 우크라이나 역시 소련 해체 이후 자본주의 체제로 들어섰다. 그러나 공산주의 체제에서 벗어난 뒤에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여전히 혼란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갑작스러운 체제의 변화로 인해 △기업△군대△마피아△정치 등 사회의 다양한 부분에서 부정부패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소설 ‘펭귄의 우울’은 혼란이 가득하던 1995년 겨울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배경으로 쓰였다. 작가 ‘안드레이 쿠르코프’는 1961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으나 어린 시절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로 이주한 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이 소설 속에 소련 해체 이후 혼란기였던 우크라이나의 사회상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주인공 ‘빅토르’는 황제펭귄 ‘미샤’와 함께 사는 무명 소설가다. 자신의 소설을 받아줄 신문사를 찾던 그는 ‘수도뉴스’ 신문사에 들러 본인의 작품을 투고한다. 그의 글에 감명받은 편집장은 그에게 소설이 아닌 다른 종류의 기고문 집필을 제안한다. 바로 죽은 이들의 명복을 비는 글인 조문을 쓰는 일이다. 그러나 편집장은 평범한 조문이 아닌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을 때를 대비한 조문을 미리 써달라고 요청한다. 당장 생활비가 필요했던 빅토르는 그 일을 수락한다. 그러나 조문에 쓰인 사람들이 차례로 죽어가자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조문 사건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난다.  

단순한 미스터리 이야기로 남을 수도 있었던 이 소설에 상징성을 부여한 건 펭귄 미샤의 존재다. 그는 빅토르의 심리를 대변하는 상징물로써 기능한다. 펭귄 미샤는 자주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남극보다 더운 우크라이나의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다. 이에 빅토르는 펭귄 미샤를 남극에 되돌려 보내줄 계획을 세운다. 이 소설에서 남극은 평화로운 삶을 은유한다. 주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우울해하는 펭귄 미샤의 모습은 평화로운 삶을 원하나 혼란스러운 우크라이나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괴로워하는 빅토르의 모습과 닮았다.  

소련 해체 후 우크라이나는 자유를 되찾은 행복한 나라가 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소련 해체 직후 각종 부정부패와 비리 스캔들로 우크라이나의 사회가 들썩였다. 몇십 년이 지나도록 러시아의 간섭은 끊이지 않았고 지난달 2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에 이르렀다. 전쟁의 경과가 전 세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 책을 읽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사회의 우울함에 공감해보기 바란다.

 

 

장래산 기자 03raesa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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