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벽한 타인’을 보고] 우리 사이엔 비밀이 있어야 한다

등록일 2022년03월16일 18시4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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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지기 친구들이 그들의 배우자 혹은 연인과 함께하는 모임을 열었다. 월식을 기다리며 서로의 친분을 다지던 친구들은 기발한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의 규칙은 각자의 휴대전화를 식탁에 올려두고 걸려오는 전화를 비롯해 모든 △문자△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이메일(Email) 알림을 공유하는 것이다. 친구들은 모두 자신이 떳떳하단 것을 증명하려는 듯이 식탁에 한 명씩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이 시작되자 각자 숨겨왔던 비밀이 밝혀지고 친구와의 우정과 부부간의 신뢰가 동시에 무너지는 파국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친구에 대한 험담을 포함해 △동성애△불륜△사기△속옷 취향△야한 사진 등 40년 지기 친구나 부부간에 서로 밝힐 수 없었던 일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사람까지 생긴다. 시간이 흐르고 갈등이 서서히 가라앉자 친구들은 게임하던 중 생겼던 오해를 풀고 자기 생각을 나누며 그날의 모임을 마무리한다. 영화의 막바지 부분에선 탁자 위의 반지가 계속해서 회전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은 영화 ‘인셉션(Inception)’을 떠올리게 하며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가상현실 속에서 벌어졌단 점을 암시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를 증명하듯 영화는 월식이 끝난 상황을 보여주며 게임을 하지 않은 채로 모임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가는 인물의 평화로운 장면을 담으며 끝이 난다.  

인간관계에 관한 실험을 담은 이 영화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영화에 등장한 인물은 각자 처한 상황 속에서 서로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을 한 가지씩 가지고 있다. 이 점 때문에 완벽한 우정과 사랑의 관계로 보였던 이들이 사실 모두 자신의 본모습을 숨겨온 위선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친구들의 뒷모습엔 각자에 대해 무지했던 그림자가 있었음이 밝혀지며 이들의 완벽했던 관계가 허상에 불과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와 더불어 완벽한 관계는 타인에 대한 완벽한 인지를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단 기존의 사고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우린 모두 자신을 제외한 서로에게 완벽한 타인이기에 상대방의 비밀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 상대방의 비밀에 대해 충격을 받게 되고 관계의 단절까지 치닫게 된다. 친구와 부부 간의 관계가 완벽하게 보였던 이유는 서로의 비밀을 적극적으로 공유해서가 아닌 월식으로  달이 완전히 가려지듯 철저하게 숨겨왔기 때문이다. 즉 역설적으로 완벽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선 각자의 비밀을 공개하거나 들추는 것과 반대로 비밀을 감춰야 한다. 우리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에게 얼마나 솔직할 수 있으며 본래의 나를 공개하는 것이 관계 유지에 진정으로 도움이 될 것인진 평생 고민해야 할 숙제일 것이다.

 

 

차승연 기자 03seungyeo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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