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법 존폐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최근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이 저지른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촉법소년제도를 폐지하거나 촉법소년의 연령 상한성을 낮추잔 목소리가 존재한다. 분노한 여론에 호응하듯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들도 관련법을 바꾸겠다며 공약을 내걸었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선인은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만 14세 미만에서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적정 연령을 고민해보겠단 입장을 전했다.
지난달 25일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이 공개된 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해당 드라마에선 그동안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한번 쯤 접해봤을 △대전 렌터카 절도 운행 추돌사고△숙명여자고등학교 시험지 유출 사건△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등을 담아 청소년 범죄의 심각성을 극대화했다. 극 중에선 다양한 죄를 치른 소년범이 재판을 받는 도중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더 당당한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엔 또다시 인지와 판단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단 입장과 범죄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도록 처벌을 해야 한단 입장이 대립을 이루고 있다.
아프리카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란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을 재구성하면 ‘온 마을이 무심하면 한 아이를 망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소년범을 향한 커져가는 혐오만큼 다시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의 미비함과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문제 삼고 싶다. 아이가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선 부모의 역할은 막중하다. 하지만 수많은 소년범에겐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을 보호해야 할 어른이 부재했다. 재범을 막고 그들이 사회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선 어른들의 인내와 도움이 필요하지만 어느 정치인도 이런 말을 꺼내지 않았다. 여전히 반복되는 소년 범죄의 사회적 원인을 파악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비난하기에 앞서 아이들이 각 가정과 학교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과연 이런 과정 없이 모든 책임을 그들에게 돌리는 것이 옳은 판단일까.
죗값을 치러야 한단 울분 어린 목소리 뒤에 우리의 무책임이 가려진 건 아닌지 고민해볼 때다.
박채빈 부장 02chaebi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