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학알리미 조사에 따르면 우리학교 신입생 중 외국어고등학교(이하 외고) 및 국제고등학교(이하 국제고) 졸업생 출신 비율은 국내 4년제 대학 중 1위를 차지했다. 이에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에선 입학 전 전공 언어(이하 전공어)를 배운 학생과 일반 학생 간의 성적평가가 불공정하단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실제 우리학교 양캠퍼스에 있는 총 45개의 언어학과 중 14개 학과만이 수준별 분반 강의를 진행 중이다. 이에 △우리학교 전공어 수준별 분반 강의의 현황△우리학교 학생들의 수준별 분반 강의에 대한 입장△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학교 전공어 수준별 분반 강의 현황
우리학교 △외국어 특기자△외고 및 국제고 졸업자△해외 유학 경험자 등과 일반 학생 간 전공어 구사 능력 차이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에타엔 입학 전 전공어를 배운 학생과 일반 학생과의 성적평가가 불공정하단 의견이 지속적으로 전해졌다. 염승민(일본·일언문 18) 씨는 “입학 전 이미 전공어에 능숙한 학생과 일반 학생이 함께 성적평가가 이뤄지는 상황은 불공정하다”며 “이는 수준별 분반 강의 개설을 통해 개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외대학보가 이번 달 20일부터 24일까지 총 5일간 우리학교 외국어 전공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공어 과목의 성적 평가에 불공정함을 느낀 경험이 있는가’란 질문에 대해 53.1%의 학생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 대학알리미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학교 신입생의 출신 고등학교 비율은 △일반고등학교 및 자율형사립고등학교(75%)△특수목적고등학교 및 영재고등학교(12.5%)△외고 및 국제고(12.3%)△과학고등학교(0.1%)△예술고등학교 및 체육고등학교(0.1%) 순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외고 및 국제고 비율은 전국 4년제 대학 중 가장 높았다.
우리학교 양캠퍼스 45개의 외국어 학과 중 수준별 분반 강의를 개설한 학과는 14개뿐이다. 우리학교 서울캠퍼스(이하 설캠)는 △노어과△독일어과△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이하 마인어과)△아랍어과△인도어과△중국언어문화학부△중국외교통상학부△포르투갈어과△EICC학과△ELLT학과가 수준별 분반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는 △러시아학과△중국어통번역학과△영어통번역학과△일본어통번역학과가 운영 중이다. 수준별 분반 강의를 운영하는 학과에선 △전공어를 처음 접한 학생 전용 강좌 개설△일부 강의에 해외 체류 경험자 및 외고 졸업자의 수강 제한△입학 전 학과 자체 전공어 시험 등의 방식으로 반을 분류한다. △마인어과△아랍어과△중국외교통상학부는 전공어를 처음 접한 학생을 위한 전용 강좌를 개설한다. △노어과△러시아학과△중국어통번역학과△중국언어문화학부△포르투갈어과는 해외 체류 경험자 및 외고 졸업자 대상의 강의를 따로 운영하는 중이다. 일본어통번역학과와 ELLT학과의 경우 입학 전 학과 자체 전공어 시험을 통해 반을 편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학교 학생들의 수준별 분반 강의에 대한 입장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학교 외국어 전공생은 성적 평가가 불공정한 가장 큰 이유로 ‘전공어 수업 내 이미 전공어를 숙달한 학생이 많아서(70.6%)’를 꼽았다. 이어 ‘구체적인 성적 평가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서(17.6%)’와 ‘학과 교육과정이 입학 전 전공어를 미리 습득한 학생에게 지나치게 유리해서(11.8%)’가 잇따랐다. 또한 ‘전공어 수업에 수준별 분반 강의가 개설돼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75%의 학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우리학교 재학생 전 씨(국제지역·프랑스 20)는 “프랑스학과엔 학년에 따라 문법과 회화 수업의 난이도를 구별한다”며 “공정한 성적평가를 위해 수준별 분반 강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학생 이 씨(통번역·독일어 20) 또한 “독일어통번역학과의 경우 신입생 절반 이상이 외고 졸업자이다”며 “3년 동안 전공어를 미리 학습한 학생과 경쟁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전했다.
한편 학과 내·외의 사정으로 인해 수준별 분반 강의 개설을 원해도 실행하지 못하는 학과들이 존재한다. 특수외국어학과의 경우 수강 인원이 적고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에서 해당 언어를 배운 학생이 없어 수준별 분반 강의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말레이·인도네시아어통번역학과△몽골어과△폴란드어과 등 특수외국어학과는 신입생이 25명 이내이기 때문에 수준별 분반 강의를 시행할 경우 수강인원이 보장되지 않아 폐강될 우려가 존재한다. △스칸디나비아어과△몽골어과△페르시아어·이란학과 또한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에 전공어를 배울 기회가 없으며 해외 거주 및 어학연수 이력이 있는 학생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 수준별 분반 강의를 진행하지 않는단 입장을 밝혔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몇몇 학과에선 전공어 실력 향상을 돕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해 △멘토-멘티 프로그램△전공어 관련 외국인의 일부 수업 제한 및 개별 성적 산출△학과 학회 스터디△방중 전공어 교육△하계 방학 단기 연수△특수외국어교육진흥원을 통한 프로그램△입학 전 전공언어 학습 강의 제공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프로그램은 다양한 전공어 학습 방법을 보장하지만 불공정한 성적 평가를 본질적으로 해결해줄 순 없단 의견이 존재한다. 일본언어문화학부의 경우 애니메이션을 통해 일본어를 배우는 ‘망가데’와 J-POP을 이용해 일본 문화를 체험하는 ‘소라’ 등 다양한 학회가 있다. 염 씨는 “이런 학회 활동은 일본어 향상에 도움이 되지만 이미 뛰어난 언어 실력을 갖춘 동기들과의 일본어 실력 격차를 줄이긴 어렵다”며 공정한 성적 평가의 근본적 해결책은 수준별 분반 강의란 생각을 전했다. 태국어통번역학과의 경우 스터디 학회를 통해 선후배 간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곽도원(통번역·태국어 22) 씨는 “태국어 실력 향상을 돕기 위해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수업 시간에 여전히 동기들과의 전공어 실력 격차를 느끼고 있다”며 “학과 내 다양한 활동은 도움이 되지만 부담 없는 수업환경을 위해선 수준별 분반 강의가 가장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아가야 할 방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바른 전공어 학습 환경을 위해 바라는 점’에 관해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은 비율의 학생이 ‘구체적인 성적 평가 기준 공개’를 꼽았다. 이외에도 △입학 전 전공어 시험을 통한 수준별 분반 배정△전공어에 대한 정규 학과 수업 외 보충수업△입학 전 신입생 대상 전공 언어 기초 강의 제공 순으로 응답했다. 이 밖에도 ‘절대평가 시행’과 ‘교수와의 1:1면담을 통한 학습계획 설정’이 필요하단 의견이 있었다. 이에 황우정 우리학교 학생종합지원센터 차장은 “우리학교는 학생에게 구체적인 성적 평가 기준을 100% 공개하고 있다”며 “언어 학습 환경 향상을 위해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설캠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학생들의 전공어 실력 격차에 관한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며 “학교 측에 외국어 학과 수업 한정 상대평가 의무화 제도 폐지를 건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달 학사제도 협의회에서 성적평가방식 절대평가 전환 및 상대평가 완화에 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을 언급하며 앞으로 열릴 총장과의 대화에서 성적평가방식과 관련한 요구안을 제시하겠단 입장을 전했다. 글캠 총학 또한 “특정 언어에 대한 경험이 특히 회화 수업에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한다”며 “전공어 수준별 분반 강의는 공정한 학습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숙명여자대학교(이하 숙명여대)의 경우 입학 전 처음 전공어를 접한 신입생을 위해 학교 자체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숙명여대에선 △독일어△일본어△중국어△프랑스어 전공생에 한해 문법과 회화를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총 30시간의 신입생외국어집중과정을 진행한다. 또한 입학 후 신입생은 자체 전공어 시험을 치른 뒤 실력에 따라 수준별 분반 강의에 참여한다.
나리나 기자 04rinaisme@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