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시간

등록일 2022년03월30일 19시3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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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난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해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했다. 항상 타인의 시선에 매달려 주체적이지 못한 내 모습을 자책했다. 차마 내치지 못한 다른 이들의 부탁이 내겐 압박으로 돌아왔고 어느새 삶의 우선순위를 망가트렸다. 무엇이 문제일까 하는 고민과 함께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난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정작 내겐 그렇지 못한단 것이다. 나는 스스로를 보듬는 방법을 몰랐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단 욕심으로 나를 채찍질했다. 이런 내게 필요한 건 남을 위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한창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할 때 친구에게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그 책의 작가는 남을 신경 쓰지 말란 뻔한 말 대신 무엇보다도 나를 이해하는 게 우선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의 말에 오랜 고민이 해소된 것만 같은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책을 읽으며 요즘 세상이 개인 중심적이라고들 하지만 어쩌면 그 속에서 가장 외면받고 소외된 건 우리 스스로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남을 배려하는 방법만 배웠지 우리의 마음을 돌아보는 방법은 배운 적이 없다.  

학보사에 들어온 후 반복된 퇴고의 과정에서 나에 대한 답답함은 커져만 갔다. 좋아하던 글쓰기가 막막해진 순간도 여러 번이었다. 특히 학보사 생활 초반엔 기성 언론의 시선에 따라 헤드라인 기사에 오르거나 논란이 된 주제를 선택 하는데만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글에 대한 고민보단 논란거리를 찾기 위해 분주했다. 글 쓰는 게 좋아 시작했지만 정작 내 시선을 담아내는 글을 쓰는 덴 소극적이었다. 몇 번의 마감을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주체적으로 글감을 고르고 기사를 작성할 수 있게 됐다. 글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가 분명해졌다. 기사를 쓰면서 처음으로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난 아직 미숙하지만 내가 쓴 글에 대해 고민하는 외대학보에서의 시간이 좋다. 타인의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쓰면서도 스스로의 생각을 돌아볼 수 있는 이 신기한 경험을 사랑하게 됐다.  

학보사 면접 당시 기자를 꿈꾸지 않는 내가 학보사에 필요한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학보사에도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단 말과 함께 대답을 얼버무렸던 기억이 난다. 돌이켜보면 내가 가진 시선에 대해 스스로가 인정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외대학보에 새로운 가능성을 불러오긴커녕 아등바등 마감에 쫓기고 있지만 정기자로서 생활하며 그동안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내게 외대학보는 그 시작이자 발돋움이 된 소중한 경험이다.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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