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밸런타인데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 같은 특별한 날이 오면 응원과 사랑의 표시로 초콜릿을 주고받는다. 우울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땐 달콤한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전환된다. 그것은 초콜릿이 우리에게 주는 달콤함이다. 그러나 초콜릿은 ‘어린이의 눈물’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초콜릿 생산 과정의 이면엔 노동을 착취당한 어린이가 있기 때문이다. 초콜릿의 달콤함을 모른단 제목처럼 이 책은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농장에서 발생하는 어린이 노동 착취 현장을 17세 소년 ‘아마두’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소설이다. 아마두와 그의 동생 ‘세이두’는 돈을 벌기 위해 적도 근처에 위치한 코트디부아르의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게 된다. 이곳에서 형제는 한 끼 음식으로 하루의 허기를 채우며 자신에게 정해진 노동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일한다. 농장의 유일한 여성인 ‘하디자’는 어린이 노동 착취 현장을 취재하는 어머니 때문에 협박을 받고 납치돼 이곳으로 오게 된다. 아이들은 임금도 받지 못한 채 보호복도 주어지지 않는 위험한 현장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어느 날 세이두가 작업 도중 팔에 칼을 맞아 부상을 입게 된다. 그러나 농장 주인은 치료해주지 않고 그의 팔을 잘라버린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세이두△아마두△하디자는 카카오 농장에서 도망치기로 결심하고 몰래 배달 트럭에 숨어 탈출을 감행한다. 하디자의 엄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협박과 납치로 포기했던 어린이 노동 착취 기사를 다시 작성해 문제를 공론화한다. 이를 통해 아마두와 세이두는 공정 무역을 하는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게 되며 학교도 다닐 수 있게 된다. 열대우림기후에서 자라는 카카오의 약 45%는 아프리카의 △가나△나이지리아△코트디부아르에서 생산과 수출된다. 이곳에서 카카오 열매를 수확하는 일은 주로 아동에게 주어지며 서아프리카 농장에서 일하는 아동의 수는 180만 명에 육박한다. 이들은 일주일에 100시간을 일하고 하루에 2,400원 미만을 받거나 이조차도 받지 못한다. 더 심각한 건 노동 착취를 당하는 많은 아동이 사기를 당하거나 인신매매로 이곳에 끌려온단 것이다. 이런 아동 착취 문제는 1800년대부터 지속해서 제기됐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초콜릿 브랜드인 ‘네슬레(Nestle)’와 ‘허쉬(Hershey)’ 등은 최근 IRA(국제권리 변호사) 인권단체로부터 아동 노동 착취 혐의로 집단 소송을 당한 바 있다. 이 기업들은 서아프리카 지역 카카오 농장에서 일어나는 아동 착취를 70% 근절하겠단 내용의 ‘하킨-엥겔 의정서(Harkin-Engel Protocol)’를 2001년 체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위한 노력보단 노동 착취 문제를 묵인했단 혐의가 제기된 것이다. 현재도 지구상의 카카오 중 오직 6%만이 공정무역으로 수출된다. 초콜릿을 먹으면 첫맛은 달콤함이지만 마지막엔 씁쓸한 맛이 남는다. 우린 그 마지막 맛을 기억해야 한다. 그 씁쓸함은 자신이 수확하는 열매가 무슨 맛인지도 모른 채 착취당하는 어린이들의 눈물일 것이다.
양채은 기자 03chaee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