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 원인에 대한 논쟁

등록일 2022년03월30일 19시4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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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당초 러시아의 압도적 우위가 예상됐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와 시민들의 저항은 완강했고 국제사회는 러시아를 규탄하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는 인도적 지원은 물론 대전차 무기 등 군사 장비를 지원했다. 많은 국가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 동참했다.  

전쟁 발발 이후 약 35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국경을 넘어 인접국으로 대피했다. 고국에 남은 사람 중에도 650만 명은 살던 곳을 떠나야 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이 확대되면서 민간인의 인명피해도 크게 늘었고, 일부 도시들은 전체가 폐허로 변했다.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러시아군은 △보급 부족△사기 저하△제공권 장악 실패△추위 등으로 인해 고전하고 있다.  

이 전쟁의 직접적인 책임은 현 러시아 지도부에 있다. 첫째 러시아의 침공행위는 한 국가의 주권과 영토에 대해 무력행사를 금지하고 있는 유엔(UN) 헌장 제2조 4항에 대한 위반이다. 둘째 러시아의 민간인 지역에 대한 폭격은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금지하고 있는 전시 국제법 상의 ‘분별의 원칙’을 위배한다. 셋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러시아 정부에 의해 언급됐다. 이는 언급만으로도 모든 인류를 불안에 떨게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 원인과 결과에 상관없이 오명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전쟁의 원인 제공자는 누구일까. 국제정치의 현실 속에서 두 가지 시각이 있다. 우선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주요국은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고 푸틴 지도부와 러시아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를 실시했다. 국제 여론도 러시아의 침공 행위를 통렬히 비판한다. 비판의 초점은 이번 침공을 전격적으로 결정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 의도에 맞춰져 있다. 침공의 명분으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비군사화와 비나치화를 위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주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비교할 때 설득력이 없다. 푸틴 대통령의 의도는 구소련시절에 버금가는 지정학적 영향력을 회복하는 것 또는 백번 양보하더라도 우크라이나를 완충지대로 설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영향력을 외교가 아닌 군사행동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국제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더구나 러시아는 유럽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이이다.  

반면에 현실주의적 시각에선 이번 전쟁의 원인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이하 나토) 동맹국의 안일한 안보정책에서 찾는다.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특수한 안보 인식을 서방이 인식하지 못했고 위협을 느꼈을 경우 러시아가 취할 행동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령 시카고 대학의 미어샤이머 교수는 미국과 유럽이 추진해온 △나토의 확장△민주주의 확산 정책△유럽연합의 동진이 러시아를 자극했다고 본다. 2000년대부터 러시아 지도층은 나토의 회원국 확대에 반대했다. 2008년의 조지아 전쟁과 2014년의 크림반도 합병은 이러한 러시아의 반대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난 사례이다. 이 입장은 전쟁의 원인 제공자로서 미국과 동맹국의 미숙한 처신을 지적한다. 처음부터 미국은 나토가 확장되지 않도록 명확한 선을 긋고 서구와 러시아 사이에 완충 지대로써의 동유럽 국가들을 설정해 뒀어야 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동맹국은 푸틴 대통령의 전쟁 의지와 러시아의 국제적 입지를 약화시키고자 할 것이다. 반면에 푸틴 대통령은 쉽게 전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한 전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외교적 타협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전쟁이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우발적 확전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 전쟁의 결론이 어떻게 나던지 간에 한국의 외교 안보와 경제정책은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외교 안보 측면에서는 대북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미국·동맹국 대 중국·러시아로 양분되는 공급망 재편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좋든 싫든 국제규범과 협의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다자주의의 원칙이 깨지는 선례를 남겼다. 다자주의가 약화되면 진영 중심의 결집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양자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것은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기회 속에 성장한 한국에게는 큰 부담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가 갖고 올 중장기적 영향에 대해 고민하고 명확한 입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강유덕(LT학부 교수, 외대학보 편집인 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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