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마에게’를 보고] 시리아에 새로운 하늘이 뜨길

등록일 2022년05월11일 17시0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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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정부군과 반정부군의 대립으로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어느덧 11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24일 유엔(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발표한 2020 인권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10년간 시리아 내전으로 35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시체를 찾지 못해 포함되지 못한 사망자의 수를 합하면 4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에게’는 이처럼 참혹한 시리아 내전의 상황을 담았다.

시리아 북부 도시 알레포에서 대학을 다니던 ‘와드 알 카팁(이하 와드)’은 정부의 독재에 반발한 대학생들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을 핸드폰으로 촬영하기 시작한다. 무력 진압을 시도하는 정부군과 무기를 들고 맞서는 비정부군의 대립이 심화되자 도시는 붕괴됐다. 또한 △이슬람 내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중동호흡기증후군(MERS)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등 감염병의 창궐△미국과 러시아의 내전 개입 등 국내외적 요소가 겹쳐 전쟁이 장기화된다. 폭격으로 무너진 병원에서 부상자를 도우며 의료봉사를 하던 와드는 반정부군에 속한 의사 ‘함자’를 만나 딸 ‘사마’를 낳는다. 와드는 전쟁 속에서 태어난 딸에게 고향의 참혹한 역사를 전하기 위해 핸드폰을 놓지 않고 5년간 전쟁의 참상을 기록한다.

이전에도 전쟁의 참혹함을 알리는 영화는 많았다. 하지만 사마에게가 다른 영화보다 관객에게 더욱 생생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영화의 각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독이자 주연인 와드를 포함한 누구도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 와드가 든 카메라는 그의 시선에 따라 격동적으로 흔들린다. 관객은 카메라와 함께 눈앞에서 전쟁을 마주한다. △눈앞에서 터진 폭탄에 휘청이는 화면△지뢰에 다리가 잘린 아이의 울음소리△폭격에 긁힌 카메라 렌즈 등을 통해 관객은 사실적으로 표현된 광경에 몰입하며 전쟁의 참상에 탄식하게 된다.

영화를 보면 이 전쟁이 누구를 위해 지속되는지 묻게 된다.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정부군과 반정부군이 죽었다. 사상의 차이로 시작된 참상은 어느덧 죽고 죽이는 행위만 반복하는 결과를 낳았다. 시리아 사람에게 전쟁은 일상이 됐다. 500만 명이 넘는 시리아 국민은 전쟁을 겪고 난민의 신분으로 세계를 떠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결코 따뜻하지 않다. 지난해 6월 19일 유엔난민기구가 공개한 ‘2019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난민 심사를 통과한 후 각 수용 국가에서 △경제적 어려움△전쟁△정치·종교적 박해로 사실상 추방당한 전 세계 난민은 2,900만 명에 달한다. 한 국가의 인구 전체와 맞먹는 이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머물고 있을까. 지난해 10월 유럽연합(EU) 회원국에 속하는 △덴마크△라트비아△오스트리아△체코△헝가리 등 12개 국가는 난민을 막기 위한 국경 장벽 설치 계획을 밝히면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장벽 설치 비용 지원을 요청했다. 자국의 보안을 이유로 난민을 밀어내기 급급한 국가의 모습을 보면 쓸쓸함을 느끼게 된다.

사마는 아랍어로 ‘하늘’을 뜻한다. 영화 속 알레포 사람들이 ‘오늘은 하늘이 깨끗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유는 오염되지 않은 푸른 하늘을 바란 것이 아닌 폭격이 없고 사람이 죽지 않는 하늘이 오길 바랐기 때문이다. 전쟁을 겪고 있던 와드와 함자에게 찾아온 사마(하늘)처럼 시리아에도 새로운 하늘이 떠오르길 바란다.

 

 

김하형 기자 03hahyung@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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