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과 7일 우리학교 글로벌캠퍼스(이하 글캠) 기숙사 훕스돔(Hufs Dorm) C동에서 택배 도난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기숙사 내 택배 도난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높아졌다. 특히 기숙사 내 택배 보관 장소가 아무런 확인 절차 없이 누구나 택배물을 가져갈 수 있는 환경이기에 불안감이 높아지 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도난 사고 경위△기숙사 택배 보관 방식과 우려 지점 △타 학교 사례 및 나아갈 방향을 알아보자.
◆ 기숙사에서 발생한 택배 도난 사고
지난달 1일 우리학교 글캠 기숙사 훕스돔 C동에서 니트 가디건이 담긴 택배 도난 사고가 발생했다. 도난당한 학생은 우리학교 재학생 익명 커뮤니티‘ 에 브리타임(이하 에타)’에 도난 사고를 일으킨 이에게 물건을 되돌려놓으란 내 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한편 같은 달 7일 C동 무인택배함에서 가방이 들어있 는 택배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한 차례 더 발생했다. 가방을 도난당한 학생 역 시 가디건을 도난당한 학생과 마찬가지로 에타에 동일한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가방을 도난당한 학생이 기숙사 측에 요청해 CCTV를 확인해본 결 과 니트 가디건과 가방을 훔친 범인이 동일 인물이었음이 밝혀졌다. 이에 에 타엔 가해 학생을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후 도난당한 두 학생과 물품 을 가져간 학생이 만나 얘기를 나눈 결과 경위서와 반성문을 작성해 에타에 공개하는 것으로 합의했으며 기숙사 측에선 도난을 시도한 해당 학생에 퇴 사와 재입사 불가 조치를 내리며 사건이 일단락됐다. 훕스돔에 거주 중인 학 생들은 이 소식을 접한 뒤 택배 도난 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김태우 (공과·컴퓨터 17) 씨는“ 평소에 도난 사고에 대해 그다지 경각심을 갖고 있 지 않았으나 이번 사건을 접하고 나서 도난 사고를 주의해야 한단 생각이 들 었다”고 전했다.
◆ 기숙사 택배 보관 방식과 우려 지점
우리학교에서 운영하는 기숙사는 총 세 군데가 있다. 서울캠퍼스의 국제학사 와 글로벌 홀(Global Hall), 글캠에서 운영하는 훕스돔이다. 국제학사는 택배 가 도착하면 기숙사 건물 1층 내 존재하는 무인택배 보관실에 택배를 보관한 다. 택배보관함은 기숙사 카드가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고 택배보관함 내부 엔 반송용 테이블과 무인택배함이 존재한다. 그러나 기숙사생들이 주문하는 택배의 양이 무인택배함에 들어갈 수 있는 적정 보관량을 넘어서기 때문에 무 인택배함에 들어가지 못한 택배들은 박스에 호실 번호만 쓰인 채 바닥에 놓인 다. 이에 일부 기숙사생들은 보관 방식에 불안감을 호소했다. 김효정(중국· 중외통 21) 씨는“ 국제학사 택배실 바닥에 상자가 체계 없이 흩어져 있다”며 “짐을 찾을 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도난 사고에 대한 걱정도 생긴다”고 전했 다. 하지만 국제학사 운영팀은 최근 기숙사 내에서 도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는 없다고 전했다. 글로벌 홀은 택배가 도착할 경우 지하 1층 택배보관함에 보관한다. 그러나 자리가 부족할 경우 1층 계단실 안에 놓는다. 계단실에서 택배를 수령하는 방 식 역시 국제학사의 택배보관함과 마찬가지로 상자 위에 쓰인 호실 숫자를 보 고 본인의 택배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글로벌 홀 운영진은“ 기숙사생 간 택배 를 혼동하거나 분실한 경우는 있어도 최근 도난 사건이 발생한 경우는 존재하 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제학사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여전히 불안함을 느끼는 학생들이 존재한다. 문유민(아시아·아랍어 22) 씨 는“ 일주일에 한 번 생필품을 주문하는데 대부분의 택배가 계단실에 놓여 있어 도난 위험을 느낀다”며“ 배송이 완료되면 즉시 택배를 찾으러 간다”고 불 안감을 표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던 훕스돔에선 국제학사와 글로벌 홀의 기숙사생 들이 우려하던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 훕스돔은 현재 코로나바이러스감염 증-19 예방 문제로 △A동△B동△C동만 운영 중이다. 식당, 카페 등이 운영 되는 복합 건물인 G동에 무인택배함이 있긴 하지만 유상으로 운영되고 있어 사용하고 있는 기숙사생이 많지 않다. 대부분의 기숙사생이 택배보관함을 이 용하고 있는데 각 동 기숙사 전용 카드만 있으면 보관함에 출입이 가능하다. 택배 선반이 있으나 상자들이 체계 없이 놓여 있는 상태이며 선반에 자리가 없을 경우 바닥에 둔다. 이에 일부 기숙사생은 이처럼 택배 수령이 자유로운 환경을 도난 사건의 큰 원인으로 꼽았다. 사건이 일어났던 훕스돔 C동에 거주 중인 천민효(경상·GBT 21)(이하 천 씨) 씨는“ 도난이 우려돼 필수품이 아니 면 전부 주소지를 집으로 설정한다”며“ 사건이 일어난 것도 이러한 보관 환경 의 자연스러운 결과였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기숙사에 거주 중인 학생들은 무인택배함과 관련된 문제 해결을 통해 도난 우려가 해소되길 바라고 있다. 무인택배함의 수가 적단 문제와 더불어 택배 기사들의 무인택배함 이용이 미숙하단 점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천 씨는“ 무인택배함이 존재하긴 하나 C동과 거리가 멀고 택배 기사님이 무 인택배함을 사용하는 데에 미숙하다”며 무인택배함 이용에 실질적인 어려움 이 있단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기숙사 측에선 무인택배함 수를 늘리는 것에 난색을 표했다. 최태경 훕스돔 학사운영팀장(이하 최 팀장)은“ 원래 훕스돔 내 의 무인택배함 수가 18개였으나 학생들이 이용하지 않아 수를 5개로 줄였다” 며“ 이용률이 저조한 것뿐만 아니라 무인택배함 내에 음식물이 몇 달간 방치 되는 경우도 존재해 사생회와 논의한 결과 택배함의 수를 감소시켰다”고 전 했다.
◆ 나아가야 할 방향
타 학교도 우리학교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서강대학교는 택배 기사들 이 기숙사의 무인택배함에 택배를 넣고 기숙사생에게 인증번호를 발송한다. 그러나 우리학교와 마찬가지로 택배를 전부 무인택배함에 보관하기엔 공간 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서강대학교 기숙사에 보안 담당 경비원이 상주하 며 택배보관함 내의 물건이 도난당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택배보관함 내에 택배사 별 철제 부스를 설치해 방치되는 택배 수를 줄인 학 교도 존재한다. 이번 해 3월 서울시립대학교는 무인택배함을 철거하고 택배 부스를 설치했다. 기존엔 무인택배함의 수요가 많아 택배함에 들어가지 못한 상자는 바닥에 놓인 채 방치됐다. 이에 부스를 설치해 택배사 별로 나눠 보관 하며 공간 활용성을 높이고 학생들이 택배를 찾기 편리하게 만들었다. 더불 어 학생들이 찾아가지 않는 물건들을 택배사 측에서 수거하기 용이해져 방치 되는 택배 수도 감소했다.
우리학교의 기숙사는 전부 도난 사고 발생 시 가해 학생에게 퇴사 조치를 내 리는 것을 규정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후 대처이기에 지난달 일어난 도난 사고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사전에 도난을 방지할 수 있는 예방책이 필요하다. 최 팀장은“ 학생들이 도난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있도 록 사전에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기숙사생이 안전하게 본인의 물 건을 주문·수령할 수 있도록 기숙사 측의 적극적인 대비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래산 기자 03raesa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