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6월 1일 진행될 지방선거에서 그동안 정치권에서 외면당했던 20대가 캐스팅보트(Casting Vote)로 떠오르며‘공정’이 다시금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선거철이 되면 후보들은 20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앞다투어 공정이란 키워드를 내세운 공약을 발표한다. 공정은‘공평하고 올바름’이란 사전적 정의를 가진다. 우리나라 헌법 전문엔“ △문화△사회△정치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모든 사람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 게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헌법에 명시된 공정의 뜻을 자세히 살펴보면 기회의 공정은 보장하지만 과정과 결과에서 의 공정은 보장하지 않는다. 가지고 있는 능력과 배경이 달라도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서 출발한다면 공정하다고 보는 것이다. 표면적으론 우리 사회가 공정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대다수는 공정이 능력에 따른 분배를 통해 실현된다고 믿는다. 이런 점에서 책‘공정하다는 착각’의 저자인‘ 마이클 센델 (Michael Sandel)’ 교수(이하 센델 교수)는‘ 과연 능력주의가 곧 공정이라고 말할 수 있나’란 질문을 던진다. 이런 이유로 공정에 대한 문제는 곧 학벌과 관련있는 능력주의와 연관돼 나타난다. 특히 학벌이 결정되는 입시에서 연관성이 뚜렷하 게 나타난다.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이하 수능)의 점수는 부 모가 고학력이거나 경제력이 풍족할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띤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각기 다른 능력을 갖춘 이들이 같은 출발선에 선단 사실로 공정하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좋은 학벌을 갖게 된 이들은 자신의 운과 배경의 덕을 봤단 사실은 잊은 채 스스로 만든 결과라 믿으며 능력주의가 곧 공정이라 믿게 된다. 이런 결과는 다시 똑같은 상황을 만들며 학벌의 양극화 현상을 만들고 심화시킨다. 흔히 말하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단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능력주의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을 패배주의에 빠지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죄책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의 말이 곧 정답이자 항상 공정하단 사회적 인식을 만든다. 센델 교수는 능력주의가 사회적 연대를 약화시키고 학력주의 편견을 조성한다고 말한다. 지난 5월 우리학교는 서울캠퍼스(이하 설캠)와 글로벌캠퍼스 간 유사·중복학과 폐과존치 과정을 거치며 구성원 간 큰 논란이 일어났다. 학교 측의 조치는 구성원 간 충분한 합의를 거치지 않고 대안책을 제시한 점에서 공정하지 못한 부분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를 토로하는 과정에서 일부 설캠 학생은 높은 수능 점수로 증명되는 자신의 능력과 노력이 모두 부정 당하는 처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공정하다는 착각에 서 나온 능력주의 신화가 이루어진 모습을 연상케 했다. 높은 능력을 갖춘 자의 말이 모두 공정하고 정답인 것은 아니다. 또한 공정이 능력주의만을 통해 실현되는 것도 아니다. 가지지 못한 자들을 살피고 과정과 결과에서 공정을 모두 이룩하는 것이 진정한 공정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양채은 기자 03chaeeu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