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19~20일 조 바이든(이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다. 이번 한· 미 정상회담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아시아 순방에 따른 것이며, 우리나라의 대통령 취임 후 최단기간에 열렸다. 이번 방한의 첫 일정은 삼성전 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이었다. 국내 언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공장을 우선 찾은 이유에 주목했다. 미국과 중국 간에 전개되는 패 권경쟁에서 가장 첨예한 분야가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이번 방한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경제안보였다. 경제안보란 본래 경제적 개념이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사회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 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구성원에 대한 포용적 경제정책이 필요하며, 이것이 경제안보의 기본 개념이다. 그런데 최근의 경제안보는 국가 차원의 경제안보를 뜻하며, 주로 △공급망 안정성△수출규제△첨단기술의 확보 등을 중심으로 논의된다. 특히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다양한 경제안보 정책들을 내놨고, 많은 국가들이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이번 방한에 앞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라는 생소한 용어가 주목을 받았다. 우선‘ 인도·태 평양’은‘ 아시아·태평양’의 지역 개념을 인도까지 확장하고, 이를 전략화한 것이다. 이 전략은 태평양과 인도양을 서로 연결, 통합된 지정학적 공간으로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제△안보△외교 등 각 분야에서 역내 국가 간의 협력 강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 전략이 등장한 데엔 중국의 세력 확대를 경계 하는 △미국△일본△인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미국 입장에선 중국의 영 향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재균형 전략으로써 인도의 참여가 필요했다. 인도 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것을 매우 경계했다. 일본은 애초 2000년대 중반부터 인도·태평양이라는 개념을 먼저 제시했다. 해상교통로의 전략적 중요성이 다른 국가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발표된 IPEF 계획은 △공급망△인프라·에너지△무역△조세· 반부패 등 4개 분야에 걸쳐 역내 국가 간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이다. IPEF가 일반적인 무역협정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IPEF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경제 안보적 동기에서 출발한 것이다. 바이 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핵심 산업에 대한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전략 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공급망 재편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유사 입장국(like-minded countries)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아시아 지역의 다른 국 가들도 경제, 안보 등의 이유로 미국의 더 적극적인 대아시아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둘째, IPEF는 국제규범을 구성하는 데 초점을 둔다. 따라서 무역장벽 철 폐에 주력하는 자유무역협정(FTA)과 다르며△ 상품△서비스△투자 등의 시 장접근성에 대한 내용은 포함하지 않는다. 반면에 △노동△보조금△환경 등 다양한 정책영역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무역규범을 정립하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IPEF는 구체적인 협정보다는 클럽 성격의 협의체 모습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는 중국의 세력 확대를 경제영역에서 견제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작년부터 무역기술위원회(TCC)라는 협의체를 발족시켜 운영 중이다. △공급망△데이터△무역규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국제질서와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IPEF도 유사한 모습을 갖출 가능성이 크다. 지난 30여 년간 많은 국가들은 무역자유화를 통해 다른 국가와의 시장통합을 추진했다. 이제는 무게의 추가 기술·규범 동맹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2021년 한국의 수출 중 중국과 미국은 각각 25.3%와 14.9%로 1, 2위를 차지 했다. 현재의 미·중 패권 경쟁을 양자택일의 구조로 이해한다면 한국의 경제 안보 정책은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변화하 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안보 환경에 적응하여 IPEF를 비롯한 다양한 협의체에 최대한 참여해야 한다. 양자택일이 아닌, 중첩의 관계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양자 관계를 특색에 맞춰 개선,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협의의 대상이 되는 이슈에 대해서는 해결책 발굴을 통해 오히려 선도적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강유덕(LT학부 교수, 외대학보 편집인 겸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