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살이 단기간에 급격히 빠지는 체질이다. 압박감 속에서 허우적 대며 어영부영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맞이했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이 그랬다. 감옥 같던 훈련소에서 한달을 보내던 22살의 봄에도 마찬가지였다. 편집장을 맡고 첫 마 감이 끝난 후 체중계에 올라가 보니 정확히 6킬로그램이 빠져있었다. 처음 맡은 편집장 자리는 생각보다 부담이 심했다. 학보사의 일정은 회의 주와 마감 주를 포함해 2 주 단위로 운영되는데 2주 내내 기사와 관련된 크고 작은 부분들을 신경 쓰고 있어야 했다. 주말엔 못다한 수정작업과 추가적인 업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 호 를 어찌어찌 마무리하면 금세 다음 호 회의와 마감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 마감이 끝난 후 직업이 주는 압박감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움과 후회가 가장 많이 남는다. 처음 편집장이 됐을 때 외대학보를 위해 사는 삶을 살고 싶었다. 편집장으로서의 사명감은 무엇인지, 외대학보를 위해 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학내 언론 기구로서 외대학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은 무엇일지 매 순간 치열하게 고민하자고 다짐했다. 대학 언론으로서 타 학교 언론보다 참신하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싶었다. 하지만 다가오는 일들을 처리하는 데에 급급해 위와 같은 고민이 미진하진 않았는지, 외대학보를 위한 삶이 아닌 외대학보에 의한 삶이 아니었는지 고민해보게 된다.
이번 학기는 유독 돌발 상황이 많았다. 처음 겪는 상황들 속에서 당황도 하고 나름 대로 불만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편집장의 말을 잘 따라준 학보사 기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좀 더 친근하게 대해주지 못했던 104기 기자들에게 미안하다. 한 호를 거듭할수록 나날이 기사 쓰는 실력이 늘어가는 104기 기자들의 모습을 보며 안심하고 학보를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차장기자로서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 103기 기자들에겐 고마운 마음이 크다. 103기 기자들이 이끌어 갈 다음 학기의 외대학보는 이번 학기보다 발전해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혼자서 고군분투했을 부장기자 채빈이에겐 고맙고 미안한 마음밖에 없다. 외대학보가 끝난 후 하는 모든 일에 행운이 깃들길 바랄 뿐이다.
편집장 자리에 있으면서 사명감을 가지고 직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많이 배웠다. 이제 편집장의 자리에서 내려와 진짜 직업을 구해야 할 때가 왔다. 험난한 여정이 될 테지만 외대학보에서의 경험이 분명 도움이 되는 때가 올 거라 믿는다. 20대의 끝자 락에서 소중한 경험을 하게 도와준 외대학보 구성원 모두에게 감사하다. 앞으로 펼쳐질 각자의 여정 속에서 우리가 함께했던 경험을 떠올리며 힘을 얻는 시간이 선물처럼 모두에게 전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