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최고의 잡지 회사인 ‘런웨이(Runway)’에 입사한 ‘안드리아’에겐 빛나는 옷과 화려한 모델이 가득한 회사가 낯설게 느껴진다. 그녀는 기자란 꿈을 가지고 있지만 경험을 쌓기 위해 자신의 관심사와 전혀 상관없는 런웨이의 비서에 지원해 합격한다. 하지만 그녀의 상사인 편집장 ‘미란다’는 능력 있지만 까다로운 성격으로 패션계에서 유명했다. 미란다는 안드리아에게 막대한 양의 일을 지시 했고 안드리아는 쉽게 지치고 만다. 직장 동료인 ‘나이젤’의 조언을 듣고 자신이 패션 업계를 과소평가했으며 업무에 적극적이지 않았단 점을 반성하고 개선해 나간다. 안드리아의 일이 바빠지고 유능해질수록 그녀가 △가족△남자친구△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은 줄 어든다. 업무를 능숙히 소화하게 된 안드리아를 본 미란다는 그녀가 자신과 매우 닮았다고 얘기하며 본인을 위한 삶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미란다 역시 안드리아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으며 자신의 직업적 성공을 위해 인간관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를 암시한다. 안드리아는 그 말을 듣고 자신이 꿈꿔왔던 길을 찾아 떠난다.
10대의 내가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땐 그저 명품이 가득한 패션 회사에 취직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공원에서 패션 화보를 찍는 모습△의류 창고에서 옷을 빌릴 수 있는 혜택△패션쇼에서 유명인사들과 나누는 대화 등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장면이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 영화를 보는 내 관점은 많이 달라졌다. 가장 주의 깊게 보게 된 것은 일에 대한 열정이다. 미란다와 안드리아는 다른 직급이지만 회사 내 같은 부서에서 성실히 일한다. 하지만 미란다는 자신이 정말로 원하고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분야에서 활동하는 반면 안드리아는 자신이 꿈꿔왔던 분야와 동떨어진 직종 에서 근무하고 있다. 미란다가 안드리아에게 해준 조언은 안드리아가 인간관계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옆에서 자신과 같은 삶을 살길 원하는 마음에 한 것이지만 이는 오히려 안드리아가 본래의 꿈을 찾는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로 미란다와 안드리아는 함께 일하진 않게 됐지만 두 사람 모두 자신이 진정으로 열정을 가진 분야 에서 활동하게 됐단 점이 인상 깊다.
한국경영자총회가 *MZ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MZ세대가 생각하는 괜찮은 일자리 인식조사’에 따르면 △**‘워라벨’△ ‘수도권 지역’△‘연봉 3,000만 원대’가 주요 조건으로 꼽혔다. 즉 현재 MZ세대는 일에 대한 자신의 열정보단 일이 주는 실질적 이득에 관심을 두고 있단 뜻이다. 이는 개인의 가치관 차이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바라볼 순 없다. 그러나 실리적 관점에서 직업을 선택 하는 MZ세대가 안타까운 동시에 미란다처럼 자신이 즐기고 사랑 할 수 있는 직장을 선택한다면 아낌없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 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 자신이 뜨겁게 사 랑하는 일에 정신없이 빠져드는 열정적인 악마가 될 수 있길 바란 다.
*MZ세대: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millennial)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에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
**워라벨: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인 ‘Work-life balance’의 준말
차승연 기자 03seungyeon@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