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문화콘텐츠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임대근 교수를 만나다

등록일 2022년06월08일 09시2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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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오징어게임△케이팝(K-pop) 등 우리나라의 문화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며 문화 콘텐츠 산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임대근(동양어·중국어 89) 우리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이하 임 교 수)는 우리학교 일반대학원 중어중문학과에서 중국 영화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중국 문화 전문가이다. 이외에도 임 교수는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회장과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문화콘텐츠 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문화 교류 및 연구에 힘쓰고 있는 임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1. 우리학교 중국어과에 입학하게 된 계기 가 궁금합니다.

제가 입학한 1989년도는 노태우 정부 시기였습니다. 당시 냉전 시대가 끝나고 전 세계적으로 평화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죠. 이에 우리나라에서도 중국과의 관계 완화와 교류 재개를 위해 북방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런 시대적 흐름 때문에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인재가 많이 필요할 거란 생각이 들어 중국어과에 진학했어요. 개인적으론 어릴 때부터 한자를 좋아해 열심히 공부했던 경험도 중국어과 진학을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줬습니다.

 

Q2. 기억에 남는 대학 시절 활동이 있나요?

‘중국현대문학반’이란 연구학회를 직접 만들고 2년간 활 동하며 학술발표회를 열었습니다. 당시 우리학교 중국 어과에선 중국의 고전문학을 중점적으로 배웠어요. 그러나 전 현대문학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학부생에 불과했지만 루쉰과 같은 중국 현대문학 작가의 작품을 학우들과 같이 읽고 연구하며 의견을 나눈 경험은 매우 의미 있었어요. 또한 당시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에 사는 아이들을 위해 교육 봉사를 간 적이 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아이들에게 지식을 나눠줬던 경험은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Q3. 우리학교 일반대학원 중어중문학과에 진학해 중국 영화를 연구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원래는 중화권 국가로 유학을 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학부 4학년 여름방학을 맞았던 1992년 8월 24일 에 한·중 수교가 이뤄졌어요. 이에 자연스럽게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던 대만과는 단교가 됐죠. 한·중 수교 이전엔 대만이 우리나라 유학생에게 학비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했기에 많은 학생이 대만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그러나 중국과의 수교 이후 이 혜택이 전부 사라졌어요. 중국 역시 수교가 맺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학을 가기엔 많은 위험 요소가 있었죠. 이에 해외 유학을 포기하고 우리학교의 일반대학원 중어중문학과에 진학했습니다. 석사 논문은 중국의 현대문학을 주제로 작성했어요. 그런데 제가 박사 과정 중이던 21세기 전후로 문학의 존재 이유와 사회적 역할이 사라졌단 내용의 ‘문학의 죽음’ 담론이 유행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문학 연구자들이 영화 연구자로 전향했어요. 저 역시 그 흐름을 따라갔습니다.

 

Q3-1. 중국 문화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로 인해 중국 문화를 얘기할 때 사회주의의 모습만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사실 역사가 깊고 다양한 민족이 사는 국가예요. 그래서 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역사적인 요소가 매우 풍부 합니다. 이와 더불어 문화 요소들이 △도교△불교△유교 등 여러 종교와 어우러져 있어 사상적으로 깊이 있고 풍요로운 면모를 보이기도 합니다. 이에 중국은 풍요로 운 문화적 자원을 이용해 현재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Q3-2. 2016년 주한미군 사드(THAAD) 배치 논란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중국(이하 한·중) 간의 문화 갈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중 문화 갈등에 대해 우리나라가 견지해야 할 태도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중국 문화에 대해 거부감을 표할 때 해당 사안에 대한 사실 관계를 철저히 따져보는 냉철한 시각이 필요 해요. 중국은 보통 한·중 문화 갈등에 제도적으로 대응하는 편입니다. 우리나라 문화를 제한하거나 타격을 가하는 등의 제도적인 방식을 사용하죠. 반면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문화 갈등에 대해 감정적으로만 대응하는 경 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중 문화 갈등은 미국과 중국 간 세계 패권을 장악하려는 움직임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우리나라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려 할 때 우리나라는 우방국인 미국을 택하는 편이에요. 이런 영향 때문에 한·중 문화 갈등이 깊어진다고도 설명할 수 있죠. 지금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가를 폐쇄적으로 통제하고 있지만 10년 내외로 다시 국제사회에 자국을 개방할 필요성을 느낄 겁니다. 우리나라는 경제·정치적으 로 중국과 등을 돌리고 살 수 없는 관계이기에 냉철한 사실 관계 판단과 국제 정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통해 한·중 문화 갈등에 명석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Q4. 지난 4월 교수님께서 집필하신 도서 ‘착 한 중국 나쁜 차이나’가 발간됐습니다. 이 책 을 쓰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중국 문화를 상세히 다룬 책을 발간하는 게 오랜 목표였어요. 그런 와중에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YTN에 서 진행된 라디오 프로그램 ‘3분 차이나’에 출연해 청취 자들에게 전달했던 중국 관련 정보들이 많이 축적됐습니다. 이때 작성한 원고를 폐기하기 아까워 책으로 발간 한 게 ‘착한 중국 나쁜 차이나’예요. 우리나라 국민들이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친밀감과 반감을 동시에 포괄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책 제목을 이렇게 지었습니다.

 

Q5. 지난해 12월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의 회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글로벌문화콘텐츠 학회에선 주로 어떤 연구가 이뤄지고 있나요?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는 전국에서 활동 중인 문화콘텐츠 전문가들이 K-콘텐츠를 포함한 세계 각국의 문화콘 텐츠에 대한 연구 활동을 진행하는 학술의 장입니다. 문화콘텐츠를 단순히 산업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기술△ 스토리텔링△이론△정책△철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하고 있어요.

 

Q5-1.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의 회장으로서 가지고 계신 목표가 무엇인가요?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의 회장으로서 우리나라의 문화 콘텐츠가 해외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용되고 있는지 연구하고 싶어요. △기생충△오징어게임△케이팝(K-pop) 등의 유행으로 현재 K-콘텐츠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해외의 많은 문화콘텐츠 소비자가 우리나 라 문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외 수용자의 K-콘텐츠 수용 과정을 분석하고 싶습니다. 또한 더 많은 학술 대회를 개최하고 그 결과를 대중에게 전하며 소통 하는 교류의 장을 만들고 싶어요.

 

Q6. 앞으로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산업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하나요?

문화콘텐츠 산업이 발전하기 위한 원동력으로 가장 중 요한 건 콘텐츠 제작자의 창의성이에요. 항상 다른 관점 에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이 뒷받침돼야만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끄는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 정책적으론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한 기초콘텐츠가 잘 지원받고 육성돼야 합니다. 기초콘텐츠가 문화콘텐츠 산업의 저변에 탄탄하게 깔려 있어야만 기초콘텐츠에 이미지 기술이 결합한 △게임△영화△웹드라마 같은 응용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응용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 축제나 테마파크와 같이 이용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종합콘텐 츠의 수요가 증가해 경제적으로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 습니다.

 

Q7. 문화콘텐츠 산업에 종사하고자 하는 우 리학교 후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선 문화콘텐츠 산업 분야 중 맡고 싶은 직군을 선택한 뒤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야 합니다. 문화콘텐 츠 산업엔 △기술자△기획자△생산자△이론가△정책 관리자 등 다양한 직군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어느 직군이든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에 대한 관심과 문화 콘텐츠 산업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문화콘텐츠는 결국 스토리텔링이 핵심인 분야이기 때문에 소설과 영화 를 많이 감상해 보길 권해요. 또한 이 산업은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에너지가 쉽게 소진되는 분야입니다. 그러니 본인이 문화콘텐츠 산업 분야에 얼마나 열정이 있는지 생각해보고 이 일을 해볼 가치가 있단 생각이 들면 주저 없이 뛰어들길 바랍니다.

 

 

장래산 기자 03raesan@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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