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떠오른 반지하 문제, 모두가 안전한 주거를 위해선

등록일 2022년09월15일 16시09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기사글축소 기사글확대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9일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거주하는 일가족 3명과 동작구 반 지하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이 폭우로 인해 사망했다. 이외에도 대다수의 반지하 거주자는 폭우 에 의한 침수로 큰 피해를 입었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는 거주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이 반지하 거주자의 주거권을 해 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반지하 주거 실태△정부와 지자체의 반지하 정책△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나라의 반지하 현황과 실태

우리나라 정부는 반공 정서가 심화됐던 1970년대에 전쟁을 대비하기 위한 목적으로 건축법을 개정했다. 해당 법 개정 이후 건물을 건설할 때 반지하 형태의 지하실을 의무적으로 만들게 됐다. 그러나 수도권을 포함한 대도시 에 인구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주거난이 심화되면서 반지하는 주로 거주지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와 같이 거주를 목적으로 한 반지하의 역할 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0 인구주택 총조 사’에 따르면 전국엔 총 32만 7,320개의 반지하 가구가 존재한다. 이 중 서울엔 61.4%에 해당하는 20만 849가구가 몰려있으며 수도권 내 반지하 주택은 전체의 95.9%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반지하의 평균 가구원 수는 1.9명으로 약 62만여 명이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거주지로 반지하를 택하는 이유는 임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번 해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주택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의 자료에 의하면 지하·반지하 주택의 월평균 임대료는 38만 7,900원으 로 조사됐다. 이에 반해 부동산정보플랫폼 ‘다방’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의 원룸 월세 평균 임대료는 50만 원을 상회한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비로 인해 경제적으로 취약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청년층이 주로 반지하를 찾는다. 또한 국토연구원의 ‘영화 기생충이 소환한 지하 거주 실태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반지하를 ‘가난한 가족의 최후 보루인 지하’라고 표현하는 등 반지하에 거주하는 이들이 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란 점을 드러냈다. 상당수의 사람이 거주 중이기에 일상에서의 안전이 확보돼야 함에도 반지하는 여러 위험에 노출돼있다. 반지하는 공기가 원활하게 순환되지 않아 더 위에 취약하며 지상층에 비해 곰팡이와 결로 발생 가능성이 크다. 또한 건축 구조상 반지하의 정화조와 하수관의 깊이가 낮아 오수의 자연 배수가 어렵 다. 많은 비가 내리면 반지하의 화장실이나 부엌에서 발생한 오수가 역류하 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외에도 창문이 도로와 비슷한 높이에 설치 돼있어 사생활 침해 우려가 존재하며 범죄나 위기 상황에도 노출되기 쉽다. 이 같은 단점을 보유한 반지하에 대해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지하에 기거하는 인간이 아무도 없어야 한다”며 “반지하는 우리 도시에서 없어져야 할 주거 환경이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반지하 정책

△정부△서울시△경기도는 이번 폭우 사건을 계기로 다양한 반지하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서울시와 함께 사람들이 지하·반지하에 거주 하지 못하도록 건축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또한 지난 16일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함으로써 △거주 세대 구성 및 소득△임대료 수준△이주 수요△재해취약주택의 분포 및 밀집지 현황을 심층 조사해 종합 대책을 마 련하겠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반지하를 포함한 재해취약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지하층은 주거용이 아닌 타 시설로의 용도 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시도 반지하 거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하 오 시장)은 지난 18일 시청 브리핑룸 인 터뷰에서 “△반지하△옥탑방△고시원을 뜻하는 ‘지옥고’ 중 가장 먼저 줄여 나갈 게 있다면 이는 반지하다”며 “침수지역을 중심으로 반지하에 거주하는 이들을 지상층으로 끌어내는 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시는 시내 25개 자치구에 반지하를 건축 허가 심사 과정에서 주거용으로 허용하 지 않도록 하는 ‘건축 허가 원칙’을 전달했다. 또한 지하층 거주를 금지하는 ‘반지하 주택 일몰제’를 추진 중이다. 반지하 주택 일몰제는 최소 10년에서 최대 20년 동안 유예기간을 둬 이미 허가된 반지하 건축물을 순차적으로 없 애 나가는 제도다. 이와 동시에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주거지를 소규모로 정비하는 ‘모아주택 제도’ 등 각종 정비사업을 통해 임대주택 물량을 늘 려 반지하 거주자들에게 안정적인 주거지 공급을 보장하겠단 뜻을 전했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반지하 거주민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물량 23만 호 이상 공급△반지하 가구의 지상 이주 시 월 20만 원씩 2년간 지원△반지하 주 택 20만 가구 전수조사△주택 바우처 공급 등의 추가 대책을 내놓고 있다. 경기도는 서울시와 달리 재산권 침해 우려가 존재하기에 반지하 주택 신축 허가 제한법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반지하 일몰제를 시행하기 어렵단 입장을 전했다. 대신 취약거주지역 내 방재시설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지난 12일 경기도가 발표한 ‘수해복구 긴급대책’엔 △반지하 추가 신축 제한 △우기 전 예찰 점검△취약주거시설 침수 방지대책 매뉴얼 마련△침수지역 의 방재시설 성능 강화가 포함됐다. 안계일 경기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 위 원장은 “반지하 소유자의 재산권과 주거지 이전 등의 문제로 근본적인 개선이 쉽지 않다”며 “상습 침수지역의 안전을 위해 방재시설에 대한 성능 강화 를 추진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반지하 대책에 대해 엇갈린 목소리

일각에선 이와 같은 정부와 지자체의 행보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는 점은 정책 반영의 현실적인 어려움이다. 특히 서울시가 제시한 반지하 가구 거주자들의 수요를 공공 임대주택의 공급을 통해 해소 하겠단 방안은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잇따른다. 이창무 한양대학 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20만 개가 넘는 서울시의 반지하 가구와 취약 계층 의 문제를 공공 임대주택으로만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공공주 택 등의 주택 공급이 부족한 현 상황에서 반지하의 수를 급격하게 줄이면 경 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존 반지하 거주자가 고시원과 옥탑방 등 여전히 주거 환경이 취약한 거주지로 이주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고시원과 옥탑방 으로 수요가 몰림에 따라 임대료가 오르면서 주거 취약 계층 전반에 연쇄적 인 타격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조주현 건국대학교 부동 산학과 명예교수는 “반지하를 무리하게 없애면 고시원이나 옥탑방 등으로 수요가 몰릴 위험이 있다”며 “주거 안전에 초점을 두고 여러 지원을 하는 게 더 현실적인 대안이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적에 오 시장은 “충분한 기간을 두고 반지하를 점차 줄여나가겠단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며 “금지와 퇴출 이란 단어를 사용함에 따라 거부감이 생기는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지어진 단층 규모 임대주택을 재건축해 최소 20층에서 최대 30층까지 올리는 방식으로 주택 물량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단 입장을 내비 쳤다. 반지하에 대한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반지하 관련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9월 반지하 주택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미국 뉴욕(New York)에서 허리케인이 발생해 11명의 반지하 거주자가 사망하고 많은 반지하 주택이 침수됐다. 이처럼 대부분의 뉴욕 반지하는 불법 개조로 인해 자연재해에 취약한 양상을 보였다. 이후 반지하의 안전 문제가 대두됐 고 지난 5월 뉴욕 주의회는 불법 반지하 주택을 합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불법 반지하를 없애는 게 아닌 합법적인 거주 형태로 지정함으로써 법적 테두리 내에서 반지하 거주자를 보호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합법화된 반지하 주택에 대한 새로운 안전 기준을 마련해 반지하 의 불법 개조로 인한 침수 등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 반지하 거주 자들이 주거권을 보장받으며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상연 기자 04sangyeon@hufs.ac.kr
 

김상연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추천 0 비추천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가장 많이 본 뉴스

기획 심층 국제 사회 학술

포토뉴스 더보기

기부뉴스 더보기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