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개인적인 체험’은 주인 공 ‘버드’가 뇌에 장애를 갖고 태어난 자신의 아들을 치료할 것인지 방치할 것인지를 두고 끊임없이 고뇌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버드는 고뇌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 한다. 버드는 현실을 도피하고자 ‘히미코’와 바람을 피우며 아들과 아내로부터 도망치 지만 결국은 현실을 마주하기로 다짐하며 책은 마무리된다.
‘개인적인 체험’은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이하 겐자 부로)’가 노벨 문학상을 받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소설로 꼽힌다. 겐자부로의 삶과 이 책은 많이 닮아있다. 실제로 겐자부로의 첫째 아들 ‘오에 히카리(이하 히카리)’는 책 속 버드의 아들처럼 뇌헤르니아 환자였다. 뇌 헤르니아는 선천적으로 두 개의 뇌를 갖고 태어나는 희귀병으로 히카리가 태어난 1963년 당시 이 병은 생존 확 률이 극히 적은 불치병이었다. 수술을 받는다면 생명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야 했다. 겐자부로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아들을 수술시키기로 결심했다. 덕분에 히카리는 생 명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지체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그러나 히카리는 절대음감을 가져 음악적 재능이 출중했고 이 재능을 바탕으로 작곡가가 돼 앨범을 발매한다. 히카리의 음악은 평론가들의 호평과 함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겐자부로는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며 경험했던 감정을 소설 속에 녹여냈고 독자가 버드의 고뇌와 책임감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겐자부로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유명하지만 사회 변혁을 위 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이런 그의 가 치관은 작품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책 의 주제를 단순히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두고 고민하는 한 아버지의 개인적인 고뇌로 한정하지 않고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와 국제적인 문제로까지 확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갓 태어난 장애아를 보고 비웃음을 참지 못하는 산부인과 의사 와 간호사 같은 책 속의 등장인물처럼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장애를 ‘개인적인’ 문제로만 바라보고 있다. 어떤 이들은 바쁜 출근길에 불편을 준다며 지하철역에서 시위하는 장애인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우린 모두 타인의 아픔이 언제든 내 것이 될 수 있음을 잊으면 안 된다. 장애가 더 이상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양진하 기자 04jinha@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