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이하 다자이)’의 ‘인간 실격’은 전쟁이 한창이던 1930년대 무렵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소설 속엔 작가의 모습이 투영된 주인공 ‘오바 요조(이하 요조)’의 불행이 처절하게 묘사돼 있다. 정당 의원인 아버지를 둔 그의 가정환경은 유복했으나 억압적이었으며 요조가 바라본 사회는 사람들의 위선과 가식으로 꾸며 진 환경이었다. 이와 같은 환경 속에서 그는 가정과 사회로부터의 유대감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인간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조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마지막 구애의 수단인 어릿광대짓을 통해 세상과의 연결을 포기하지 않았다. 어릿광대짓은 인간에 대한 공포를 숨긴 채 그들과 이어지기 위한 요조의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그러나 어릿광대짓은 결국 그에게 불행을 야기한다.
요조는 불행에 대한 상징성을 갖는다. 그가 어릿광대짓을 시작한 목적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였다. 세상과 이어지기 위한 어릿광대짓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본성을 실현시키기에 행복의 추구와 도 연관된다. 그러나 이를 통해 요조는 표면적으론 세상과 연결될 수 있었으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고 결국 인간의 사회적 본성을 실현할 수 없었다. 그런 요조에게 미술은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그에게 미술이란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창조적 활동이었다. 하지만 요조의 아버지는 요조가 공무원이 되길 강요했다. 요조에게 아버지는 공포의 대상이었기에 결국 그는 미술에 대한 자신의 꿈을 포기한다. 또한 요조는 ‘요시코’와 결혼하며 새로운 삶을 지향했다. 요시코는 타인을 쉽게 신뢰하는 순수한 마음씨의 소유자였다. 요조는 그런 요시코의 순수한 성품을 동경하며 그녀의 순진무구한 마음에 의지했다. 요조에게 있어 요시코의 성품은 새로운 삶이란 행복을 추구하는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요시코가 자신의 지인에게 겁탈당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한 요조는 큰 절망에 휩싸인다. 이처럼 행복을 향한 거듭된 좌절은 요조가 삶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게 만들었으며 방탕한 생활에 탐닉하게 하는 도화선이 됐다. 이는 요조가 수차례 자살을 시도하는 계기가 된다. 이후 신체의 건강까지 잃어버린 요조는 행복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을 성취하길 열망한다. 그러나 모두가 행복에 이르긴 어렵다. 선천적으로 행복을 실현하기 어려운 이들이 있으며 행복을 위한 외적인 조건이 결여된 경우도 존재하기 때문이 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대 사회에선 복지가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다. 하지만 현대 복지 정책에도 사각지대는 존재하고 이 지대엔 아직도 다수의 사람이 놓여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불행에 대한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 불행을 자세히 들여다봐야만 행복의 의미를 더 명확하게 깨달 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인간실격이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이 유는 요조의 불행한 삶을 통해 행복을 반추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행복과 더불어 불행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이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해결 방안의 수립은 현대의 여러 사회 문제를 해소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명나디 기자 05nadi@hufs.ac.kr